욕망하는 지도 - 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제리 브로턴 지음, 이창신 옮김, 김기봉 해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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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눈길을 끕니다. <욕망하는 지도>.

 

‘불온한’ 제목과 달리 책은 지도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지도는 단지 매개의 도구로 다뤄질 뿐, 전체적인 맥락은 시대와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책은 지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죠. 왜 특정 시대에 특정 지도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교 역사학 교수인 제리 브로턴이 쓴 <욕망하는 지도>는 지도를 통해 인류 세계관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도를 만들려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극히 단순한 질문이지만 만약 지도가 없었다면 인간은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길을 잃는다’가 표면적인 답이죠.

 

그보다 오늘날처럼 정보를 공간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획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신을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없었을 터이며, 이른바 ‘인지적 관계대응’, 즉 나와 타자와의 관계에서 공간과 관련한 정보를 처리하고 상기하는 행위의 실종은 인간을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시켰을 것입니다.

 

일상이 된 시대입니다.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을 보며 운전을 하고 약속 장소의 주소를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표시해서 찾아갑니다. 그러나 가장 지도를 많이 보는 지금이 지도에서 정보를 가장 적게 얻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내비게이션에서는 화살표만, 지도 앱에서는 목표지를 표시한 빨간 점과 자신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파란 점만 바라봅니다.

 

예전에는 그 반대였습니다. 지도를 보는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그들이 보는 지도는 최대한의 정보를 담아내기 위해 빽빽이 기록했습니다. 한 장의 지도가 그대로 한 권의 책이었던 시대였죠. 그들은 한 장의 지도에 세계를 담아내려 고민했습니다. <욕망하는 지도>의 저자 제리 브로턴은 “지도는 단지 여기서 저기까지 어떻게 가는지를 묻는 질문만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질문에 답을 줍니다. 지도란 인간 세계의 사물, 개념, 조건, 과정, 사건을 공간으로 이해하게 하는 도식적 표현이다”라고 말이죠.

 

서기 150년께 편찬된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에서 오늘날의 구글어스 위성지도까지, 저자는 12장의 지도로 그것이 기록했던 것, 혹은 인간이 욕망했던 것들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인류사를 대표하는 그 12장 지도 중에 조선 왕조가 제작한 세계 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포함된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한국의 풍수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책은 그런 12개의 코드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계, 관용, 돈, 국가, 지정학, 평등, 정보. 모두 12개의 코드는 당시의 지도를 낳게 한 욕망이라는 기제임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 코드를 매개로 기원전 700년 바빌로니아의 점토판 세계지도부터 디지털 지도가 초래할 미래까지를 넘나들며 변화를 통찰하며 또한 독자들을 유럽과 아메리카, 이슬람과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지도가 탄생한 역사의 공간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 피타고라스의 이론과 중력이론, 동양의 개천설과 혼천설 등 각종 이론도 펼쳐집니다. 데카르트와 뉴턴 등 역사 속 인물들이 지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소상히 보여주죠.

 

저자가 풀어놓는 광활한 ‘지도문화사’를 개괄하고 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릅니다. “지도는 항상 그것이 나타내려는 실체를 조종한다.”

 

이 말은 디지털 지도 시대에 접어든 우리의 가까운 장래를 가늠하게도 합니다. 긍정과 부정 양면이 있다는 얘기이죠.

 

거대 기업이 지도와 관련된 엄청난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실이죠. 지도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정치적 의도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기술의 진보가 사생활 침해, 나아가 인류를 공멸로 이끌 수도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경고이죠.

 

세계는 늘 변화하고 지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금의 인류는 가상공간에 지도를 만드는 시대에 이르렀다. 인터넷지도 덕분에 더 이상 길을 잃을 염려도 없습니다.

 

“이 책은 세계를 바꾼 지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스 지도부터 구글어스에 이르기까지, 무언가를 의미 있게 바꾸는 것은 지도의 본질이 아니다. 지도는 논쟁과 제안을 제시하면서, 대상을 규정하고 재창조하고 형상화하고 중재한다. 그리고 그 목적 달성에 변함없이 실패한다… 그러나 그 지도들이 한결같이 증언하는 사실은 우리 세계의 역사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 세계 안에 있는 공간이 어떤 식으로 옮겨졌는지 탐색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공간에는 역사가 있다.”

 

또한 작가의 해석하는 우리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 대한 해석입니다.

“오늘의 서양인의 눈에 <강리도>는 모순이다. 세계라는 개념 자체는 어느 사회나 공통이겠지만, 세계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사회마다 대단히 독특하게 정의 된다. <강리도>는 세계최강의 고대 제국에 지도 제작으로 대응한 것이며, 조선이 자국의 자연 지형과 정치 지형을 동시에 인식해 만든 지도다. 중국과 조선은 경험을 활용해 지도를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지도는 단지 지리적 정확성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구조적 관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강리도>와 그 사본은 작지만 당당했던 새 왕조가 덩치가 훨씬 큰 제국의 영역 안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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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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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홀레시리즈는 노르웨이를 제외한 미국에서도 순서대로 출간되지 않아서 영어판을 거쳐서 읽는 우리나라에서도 완전 뒤죽박죽으로 읽어나가고 있는 상황이죠.

국내에서도 <스노우맨>, <레오파드>, <레드브레스트>, 그리고 이번에 동시에 출간된 <박쥐>, <네메시스> 그리고 내년 출간 예정작인 <바퀴벌레> 이 순서로 나와서 읽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해리홀레 시리즈를 7,8,3,1,4 그리고 2. 이렇게 읽게되는 것이죠.

 

항상 느끼는 거지만 순서대로 출간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긴 영어권에서도 순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하니....

 

하긴, <밀레니엄 시리즈>나 <타우누스 시리즈>, <뒤랑 시리즈>, <해리보슈>시리즈도 순서대로가 아닌 뒤죽박죽으로 나와서 읽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죠. 그러다가 인기가 없으면 중도에 더는 내놓질 않아서 많은 독자들이 매우 안타까워하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이죠. 제발 왠만하면 시리즈물은 꾸준히 다 나왔으면 참 좋겠어요.

 

<박쥐>는 모두가 알다시피 '해리홀레'시리즈 첫번째 작품이자, '요 네스뵈'의 데뷔작이죠.

<스노우맨>을 읽다보면 언급되기도 했던 홀레반장이 '호주'에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사건이 바로 이 <박쥐>편의 스토리입니다.

 

30대 초반의 젊은 형사인 '해리홀레'가 오스트레일리아 공항에 도착해서 우여곡절 끝에 입국심사를 마치고 앤드류를 만나면서 장대한 소설이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박쥐는 네메시스에서도 그렇지만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은 살인사건이 아닙니다.

박쥐에서는 1997년에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해리를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비극적인 역사를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바로 대표적인 주인이 손님에게 쫓겨난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이죠. 멀쩡하게 살고 있는 땅에 이방인이 쳐들어와서 '신대륙발견'이라고 하면서 그들을 무기로(제레드 다이아몬드가 말하는 총, 균, 쇠 3가지죠.) 학살하고 내쫓고 미개한 열등인으로 치부하고 그 위에 군림한 유럽인들이처럼 태평양의 호주에서도 같은일이 벌여지고 있었답니다.

'애버리진'은 호주의 원주민들을 말하는데, 호주의 원주민들은 땅의 소유개념이 없답니다.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로지 그들의 신의 소유물에서 자유로이 살았던 거죠. 그래서 떠돌아다니며, 어느 계절에 어떤 식량이 나올지 알고, 궂이 그럴 필요도 없는 유토피아적인 생활을 하면서 마땅히 땅을 소유할 생각이 없는 그들에게 갑자기 유럽인들이 나타나, '여긴 땅주인 없으니, 내가 주인이다'라고 주장하고 그들을 내쫓으니 황당한 거죠.

거기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유럽우월주의가 엄청난 만행을 저지르는데 그것이 바로 인종정리라는 멋대로 혼혈인들중에서 강제로 아이들을 부모와 격리를 시켜버리는 ‘도둑맞은 세대들’이라는 것을 낳게 만드는데 저질러만 놨지 그 후폭풍에 대해서 대안도 대책도 없었던 것이죠. 현재 대부분의 '애버리진' 원주민들은 호주에서 인식이 안좋은데, 결국은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무튼 호주에서 '노르웨이' 여성인 '잉게르 홀테르'가 강간당한 후 교살된채 발견되고 해리홀레가 노르웨이 대표로 살인사건에 참여했지만, 현지 국장은 그가 자신의 수사에 껴드는것을 원치 않고, 어느단체나 그러듯이 외부인은 즐겁게 휴가나 즐기고 가라고 말을 하죠.

그러나, 우리의 30대 혈기왕성한 해리가 그럴사람도 아니고 앤드류와 함께 죽은 여성의 주위를 캐고 다니면서 당연히 그렇듯이 그녀와 같이 일했던 붉은해파리같은 빨간머리의 미녀 '비르기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해리와 앤드류는 피해자 여성의 애인인 에반스 화이트를 용의자로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해 나가다가 패싸움에 휘말려 앤드류는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해리와 형사들은 연쇄살인의 범인으로 게이인 오토를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고, 그리고 그를 체포하려 가지만 공연 중 잔인하게 토막되어 있는 그의 시체와 사건은 점점 안개속에서 복잡해지고 설상가상 앤드류가 살해당하고 화해후에 해리를 돕기로한 연인인 비르기타마져 범인 유인도중에 실종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혈기왕성한 30대의 <박쥐>에서 보이는 해리는,

기타 다른 작품인 <스노우맨>과 <레오파드>에서 보았던 해리홀레와는 너무도 다른 당신입니다. 술을 반주이상으로 폭주하긴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엿볼 수 있죠.

 

젊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어설퍼보이는 모습과 내가 알던 그의 모습이 아닌 풋내기 모습이 보여서 신선하면서도 서글퍼지는 이유는 그가 앞으로 더욱 상처받고 망가지게 될 해리의 모습을 알고 그게 보이니까 그런가 봅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과 그게 사실이기에 더욱더 애처롭고 고생문에 입성한 그의 어깨가 쳐져가는게 안타깝고...

 

나중에 시리즈가 다 출간되면(사이게 이빨빠진 것처럼 비어있는 시리즈들이 출간되면) 순서대로 다시 읽어봐야겟어요. 해리 홀래의 인생역경을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새롭게 와닿는 홀레를 다시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재미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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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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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과 <레오파드>를 읽었을 땐 이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당최 해리 홀레란 캐릭터에 대해서 공감이 별로 감흥이 오지 않았는데,

그런데 <레드브레스트>를 읽고 부턴 아 이거 엄청난 거구나 라는 필이 팍 오더라구요.

그리고 이번에 시작을 알리는<박쥐>와 오슬로 3부작 중 하나이자 <레드브레스트>의 다음인 <네메시스>를 읽으니까 '해리홀레란 사람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가 가면서 정립이 되더라 이겁니다. 왜 그가 거칠어졌고, 망가졌고,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는지 과거와 슬픔을 알게되어서 더 애정과 공감이 된다고 할까요? 그와 함께 약간 서글퍼지면서.

그래서 다시 <스노우맨>과 <레오파드>를 읽으면 다르게 다가올거 같아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말 순서대로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지.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 <데빌즈 스타>를 '오슬로 삼부작'이라고 부릅니다. 일단 사건의 배경이 '오슬로'일뿐만 아니라.

사건의 큰 배경이 <레드브레스트>에서 시작하여 <데빌스스타>로 마무리 되기 때문이라죠.

그 큰 사건이 바로 '해리'의 파트너이자 친구였던 '엘렌'의 살인사건이구요.

'엘렌'은 <레드브레스트>에서 살해당하지만. 사실 범인이 그녀를 죽일 이유가 없었는데 그렇지만 범인이 '톰 볼레르'경감에게 살해당하는 통에 비명횡사를 하고 그 비밀은 묻혀버리고 '해리'는 '엘렌'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으며 그 죽음엔 어떤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고 사건수사에 목메달고... 그래서 '오슬로 삼부작'은 '엘렌의 사건'이 메인테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편에선 시작은 은행강도사건 장면을 바라보는 해리의 모습이였습니다. 비디오를 보면서 시작하는데 처음엔 비디오 속 그 현장에 있는 줄 착각했습니다. 비디오 속 인물들이 죽어간 사람들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며 ‘해리’는 술 생각을 참 많이하죠.

 

강도사건이기 때문에 강력반반장인 해리의 담당이 아니였지만, 강도전담팀의 팀장인 ‘이바르손’경정의 요청에 의해 해리가 도와주는 형식이지만 이바르손의 지시를 받는 입장이 됩니다. 문제는 해리가 이바르손을 아주 싫어한다는 거죠. 결국엔 독립수사를 할 수 있도록 손을 쓰지만. 사건은 복면을 쓴 은행강도는 지점장이 현금지급이 몇 초 늦었다는 이유로

사람들 앞에서 은행여직원을 사살하고 사라지고 언론은 강도를 '도살자'라고 부르게 되고 모방범죄의 우려와 걱정에 더욱더 압박이 가해지면서 동일범으로 보이는 은행강도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그러다가 CCTV에 녹화된 모습만 보고도 범인을 찾아서 잡는 전설적인 천재 '베아테'와 팀을 이룬 '해리' 결국은 그들은 비디오로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아내기에 이릅니다. 바로 죽은 여직원과 은행강도가 아는 사이였다는 것.

 

그러면서 또한 <레드브레스트>에서 알게된 '라켈'과 사귀게 된 해리는 라켈이 러시아에 머물면서 라켈이 전남편과 아들 올렉의 양육권을 노고 법정소송을 하고 있는 사이 '안나'라는 옛 여친이 그를 찾아오고, 연락을 해오죠. 그녀와 식사를 하고, 만나며 동시에 라켈에 대한 죄책감이 쌓여 가는 가운데 안나가 권총자살을 하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요

담당인 '톰 볼레르'경감은 그녀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확정짓지만, 해리는 석연치 않아 하고..그녀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하게되고 정말 사건은 사방에서 터지면서 정신없어보이면서 빨리 빨리 진행이 됩니다.

 

처음에 두 사건이 연관성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구요..

그리고 책제목인 '네메시스' 의미가 아 이런거였구나 싶었고,

 

그리고 본격적으로 엘렌의 죽음을 파헤칠 준비를 하는 해리의 모습으로 책은 끝나는데

아마 다음편인 <데빌스스타>에서 마무리가 될 듯 싶습니다.

역시 현재로선 가장 큰 키를 쥔 사람은 이번에 새로 등장한 베아테의 능력인 방추상화가 가장 큰 역할을 할 것 같고, 그래서 다음에도 큰 활약을 할 것 같구요.

그리고 깨알같은 재미 처음엔 베아테의 아버지의 죽음의 현장에서 파트너였던 신참이 저는 해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바르손이였다니... 그래도 사건종료 후 베베르와의 대화에서 내심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는 걸 알게되죠.

해리를 제외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엘렌의 죽음의 비밀을 알려주고...

그녀가 왜 죽었어야 했는지.....

 

아무튼 은행강도 사건과 안나의 죽음을 동시에 수사해 나가는 이번 <네메시스>는 상당히 등장인물들도 많고, 복잡하면서도 드라마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단순히 추리소설을 넘어서 명작을 읽는 듯한 감동을 느끼면서 강한 여운을 주는 정말 홀레시리즈 중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아 정말 데빌스 스타 얼른 나왔으면, 이번 바쥐와 네메시스가 동시에 출간된 것 같이 바퀴벌레와 데빌즈 스타가 동시에 빨리 나오길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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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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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는 가장 대표적으로 마이클 잭슨이 전세계 뮤직차트를 석권하고 펩시와 코카콜라고 열띤 경쟁을 펼치던 시절이며 이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격동하던 시절입니다. 이런 그 시절을 추억하는 하루키의 이 작품에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빤한 순간에 대한 하루키만의 시선을 느낄 수 있도록 되어있죠.

 

'더 스크랩'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2년 봄부터 1986년 2월까지 격주간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글들을 엮은 책입니다. 상당히 나이를 먹은 작품이지만 이제야 국내에 나온 작품이죠.

 

요즘들어 아이콘처럼 되어있는 1990년대 향수를 추억하고 소비하는 한국에서 무라카미의 시각으로 1980년대를 되돌아보는 재미가 나름대로 있는 작품이면서 이와 함께 지금은 환갑이 훌쩍 넘은 작가의 서른다섯 시절을 함께 추억하는 재미가 있으며 청년 하루키의 생각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라카미가 서른다섯 살 안팎이던 시절이고, 작품으로 보면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발표한 즈음이죠.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빤한 순간에 대한 하루키만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에스콰이어' '롤링스톤' '라이프' 뉴욕타임스 등 잡지와 신문에서 무라카미가 흥미를 느낀 기사를 스크랩, 이를 바탕으로 쓴 글들이 책의 전반부를 채우고 있으며, 개장을 앞두고 있던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기'와 1984년 LA 올림픽 시즌에 쓴 '올림픽과 관계없는 올림픽 일기'도 이어진다. 무라카미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일러스트레이터로 도쿄 디즈니랜드를 함께 방문한 안자이 미즈마루의 삽화도 볼 만 합니다.

 

'더 스크랩'을 읽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자연인 무라카미를 만난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6개월 전에 담배를 끊었는데 꿈속에서 무의식중에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깜짝 놀랐다며 애꿎은 말보로 광고를 타박하고('말보로 나라로 오세요'), 머리숱도 별로 없는 '아저씨' 빌 머레이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이냐며 질투 섞인 투정를 부리기도 하는 장면에선 왜 이런데 싶기도 하죠.

그리고 이 시기의 일본 문학과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J.D.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해서도 나오고 파수꾼처럼 가만히 있어도 한 달에 몇 만 부가 팔리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 하기도 했다고 하고.

 

무라카미 에세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음악·책 이야기 수북하고 수두룩 합니다. '스타워즈-제다이의 귀환'을 세 번이나 봤다며 스타워즈 예찬론을 늘어놓고, 스티븐 킹의 팬이지만 그래도 '쿠조'는 좀 지루했다며 솔직한 독후감을 토로하고 있죠.

 

다소 주뼛거릴 수 있는 화제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는데 아침 발기 횟수에 대해서 집요하리만치 상세한 통계를 전달하고, 성병 헤르페스에 대한 정보를 담담하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유명인의 연수입을 키워드 삼아 당당하게 돈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1987년 출간된 작품을 이번에 국내에 새로이 출간하면서 이존의 것을 다시 다듬었다고 합니다. 사진삽화와 앙상블을 이뤘던 원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기존 한국어판에 없던 40여컷의 일러스트도 새로 그려넣어 있어서 읽는 내내 자잘한 재미와 위트, 그리고 해학적이어서 가볍게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책의 대자인이 아주 독특하죠. 모서리가 잘라져 있어서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펴지긴 정말 잘 펴집니다. 80년대에 있었던 35살의 하루키는 어떤 생각과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흔치않은 작품에 해학과 위트를 느끼면서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정말 의미있는 작품이자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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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안녕? - 자폐증 천재 아들의 꿈을 되찾아준 엄마의 희망 수업
크리스틴 바넷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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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에 인디애나-퍼듀대학교 천체물리학과 수업을 청강하기에 이르고, 열두 살에 전 세계 양자물리학연구소를 통틀어 최연소 유급연구원이 되어 첫 월급으로 집 지하에 자기만의 중성자 연구소를 마련하고, 열세 살에 TED 연설을 당당하게 해낸 아이.

 

미래의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천재 자폐아 '제이콥 바넷(Jacob Barnett, 1981~)'에게 행복한 일강과 가치 있는 진로를 열어 준 한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 에세이.

 

저자인 크리스틴 바넷은 아들 제이콥이 생후 18개월 때 자폐증을 진단받은 직후부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천체물리학자로 거듭나기까지 그 역경과 기적의 세월을 가슴 먹먹하면서도 환희에 찬 이야기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양육법으로, 우리 아이가 이상한게 아니라 다만 다를 뿐이라는 일념으로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없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에게 평범한 일상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 주면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최대한 도전해 볼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모든 아이는 자신만의 '불꽃(spark)'을 품고 있고 그 불꽃이 활활 타오르도록 부모는 아이가 그 불꽃에 집중할 수 있게 사력을 다해 도와야 한다는 것이 크리스틴의 양육법이었습니다.

 

사람들과의 눈맞춤, 놀이, 상호작용에 심각한 결함을 보이던 제이콥은 엄마와의 유대 속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세상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조금씩 전형적인 자폐증을 극복해갑니다.

 

크리스틴은 아인슈타인보다도 아이큐가 높다고 진단 받은 제이콥이 ‘수학과 천문학’이라는 창으로 세상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제이콥을 키웠고, 제이콥은 현재 인디애나-퍼듀대학교에서 상대성이론 확장에 힘쓰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제이콥이 자폐증 판단을 받는 순간에서부터 홈스쿨링 과정, 놀이치료의 과정, 제이콥이 대학에 입학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천체물리학자가 된 성장기가 시간 순서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책은 전 세계 23개국에 출간됐고, 이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는 책으로 나와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23개국에 판권이 수출됐고 워싱턴포스트, 타임, CBS, ABC, BBC 등 영미권 유력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워너브러더스’에 의해 영화화도 결정됐다고 하죠.

 

이들 가족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오히려 실직과 투병, 자폐아를 포함한 세 자녀 양육에 힘들어하는, 보통의 가족보다 더 가혹한 짐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자폐아 아들을 천재로 키운 '행복한 기적'의 밑바탕은 오롯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 용기입니다.

 

모든 자폐아 부모가 기적을 바라고 있죠. 하지만 크리스틴은 세상이 자폐아 부모에게 요구하는 희생과 인내만이 답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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