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BOOn 4호 - 2014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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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N>은 일본문화콘텐츠 전문 격월간잡지이며 그 4호가 나왔습니다. 일본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정확하면서도 빠른 정보 제공과 심도 있는 연구를 제공해주며 공감하는 문화, 소통하는 문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하고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의 문화 창출에 기여하는 첫걸음이 될 것을 기대한고 하며 그마만큼 깊고 일본 문화와 문학에대한 이보다 더 심도있는 잡지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잡지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정도로 아주 훌륭하고 좋은 잡지라고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번호를 기대하고 기다렸던 것은 작가소개로 에쿠니 가오리에 관한 기사와 히구치 유스케의 연재소설 <어항, 그 여름날의 풍경>이죠.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우익화 세력이 권력을 장악한 시대에서 복지와 분배가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춘 일본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지만 그 이면엔 청년들의 저임금 노동이 존재하며 일본의 경제성장과 고도의 황금기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연재소설은 잡지를 읽는 또 하나의 재미이며 꼭 책으로 출간되면 책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은 작품이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과 노인들의 시각을 번갈아가며 서술하고 있는 이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작품의 끈이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지 궁금하면서도 기대되는 작품으로 잡지를 매번 기다려지는 또하나의 재미입니다.

 

그 외에도 알차고 재미있는 기사들이 너무나 많이 실려 있는데 이미 언급한대로 이번 작가소개는 말이 필요없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입니다. 저는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를 <냉정과 열정사이>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그 때의 그 감동과 충격은 지금까지도 작가의 작품을 찾게 하는 계기가되었으며 그녀에 관련된 관련 글들을 더욱 인상깊게 읽을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가장 최근의 번역된 작품이라면 <울지 않는 아이>, <우는 어른>이며 그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많지만 이해하기 힘든 감정선이 많았던지라 넘겨짚은 것 들이 많았는데 그녀에 관련된 서평들을 읽다보니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어서 언급된 작품들을 다시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기획연재인 ‘일본의 요괴 문화’에서 일본의 여성 요괴인 설녀에 관한 글이 올라왔는데 이 또한 재미있는 글들이 었죠. 일본의 장르 소설과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알고 일본문화나 만화를 보면 자연스레 접하게 되는 요괴중 하나인 설녀는 지방에서 내려오던 설화를 ‘라프카디오 헌’이 각색하여 만든 이야기인데 그 근원이 되는 이야기글과 함께 설녀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획연재였던 거 같습니다.

 

또한 문학산책에선 일본 추리소설의 심장인 에도가와 란포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그의 작품의 배경이자 실제 란포가 거주했던 지역의 ‘단고언덕’을 소개하면서 그가 자주가는 식당과 그의 이름을 딴 카페등 일본을 간다면 한번 그 흔적들을 따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나라다 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의 신조어는 또다른 그 나라의 하나의 트렌드가 되듯이 일본의 젊은이들의 신조어인 ‘와카모노 고토바’라고 일본의 신조어와 줄임말 등에 대한 에세이 글이 있어서 요즘 일본의 또다른 분위기를 알 수 있어서 좋은 글이었던 거 같습니다.

 

하나하나 알찬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격대비 만족도는 아주 극상인 격월간 잡지 <BOON> 일본 문학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잡지는 없을거라 여기며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작가의 이야기들과 좀더 심층적이고 깊이있게 알아 볼 수 있는 이 잡지 너무너무 좋았으며 벌써부터 다음 호가 기다려지게 됩니다. 너무 좋았던 이번 호 꼭 추천하고 싶은 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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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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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잊혀진 템플기사단의 보물을 찾아라

 

1660년,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 잡은 바바리아 주에는 겨울이 짙게 깔려 있고, 농부들은 추위를 피해 모두 집 안에 들어앉아 적막한 분위기만이 감돌던 어느 날 밤, 마을의 신부가 독살되어 살해된 채 발견된다. 마비를 일으키는 경련이 신부의 몸을 휘감던 중, 그는 마지막 힘을 모아 손가락으로 수수께끼 같은 암시를 남기고 숨을 거둔다.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 그의 총명한 딸 막달레나, 마을의 젊은 의사 지몬, 그리고 마을을 찾아온 신부의 누이동생은 함께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려 모험에 나섭니다. 그들이 모험을 감행해나갈수록 기독교 권력의 어두운 역사를 폭로하는 십자군 전쟁의 단면이 드러나게 되고,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낼 실마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죠.

 

그러나 전설의 그 보물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사형집행인 일행만이 아니었으니 검은 수도복을 뒤집어쓴, 위험하고 미스터리한 수도사 집단이 라틴어 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마을에 공포의 분위기를 흩뿌립니다. 사람을 홀리는 수상한 향을 풍기며 사형집행인의 뒤를 조심스레 밟는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전 세계 100만 명이 넘는 독자들을 사로잡은 <사형집행인의 딸>은 구교와 신교가 벌인 30년 전쟁, 마녀사냥, 중세 시대의 암울한 가톨릭 문화, 계몽되지 않은 당대의 분위기 등을 배경으로 한 중세시리즈물입니다. 이 소설은 같은 제목으로 3권이 더 연작되어 <검은 수도사>, <거지들의 왕>, <오염된 순례>라는 부제가 붙어 출간됐다고 하죠.(남은 시리즈가 빨리 빨리 출간되길 무척 희망하게 됩니다.)

 

살인, 방화, 사형 등 자극적인 소재 외에도,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와 의사 지몬 프론비저의 계급을 초월한 로맨스는 소설의 매력을 배가시키며 주인공이 당시 중세 시대에 사람들에게 홀대받았던 최하층민인 사형집행인이라는 점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소재중 하나입니다.

 

사실 주인공 야콥 퀴슬은 실존했던 인물로서 독일 사형집행인 가문의 계보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작가 올리퍼 푀치는 사형집행인 집안인 퀴슬 가문의 후손이며 작가는 자신의 족보를 면밀히 조사해 야콥 퀴슬을 오늘날에 재창조하여 작품속에서 생동감있게 재현해 냈다고 합니다.

 

숀가우의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 그의 총명하고도 아름다운 딸 막달레나 퀴슬, 지적인 호기심으로 무장한 젊은 의사 지몬 프론비저는 각 권에 등장해 미스터리한 시시각각으로 사건의 배후를 파헤쳐 나가면서 계몽되지 못한 중세 종교의 아둔함 속에서 억울하게 고문을 받고 처참하게 사형당해야 했던 평범한 이들을 고통에서 구해내려는 사형집행인의 모험담은 독자들로 하여금 짜릿한 쾌감을 느끼도록 할 것이다.

 

여담으로 흔히들 중세소재의 이런 소설들을 보면 그 기준엔 항상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항상 거론이 되곤 하는데 그만큼 장미의 이름이 중세에 관한 작품에서 여로가지로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책과 비고하면 장미의 이름이 훨씬 깊고, 어른들을 위한 소설같다는 이미지가 듭니다.(읽기 힘들었던 만큼 감동과 성취감이 높은 작품이니까요. 저 정말 힘겹게 읽었던 아련한 기억이 납니다.)이에 검은 수도사는 훨씬 술월하게 읽히고 감동도 그만큼 얕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재미있는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개성이 각기 다르지만 각자의 정의와 가슴에 품은 따뜻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주인공들, 야콥, 막달레나, 지몬 모두는 무언가 일이 터지면 곧장 달려드는 열정적인 인물들로 소설의 전개를 마치 한 편의 세련된 영화처럼 만들면서 국내에 이미 <사형집행인의 딸> 큰 호응을 얻어 이번 2번째 <검은 수도사>는 예상한대로 1권보다 더욱더 흥미로운 스토리와 추리로 또 한번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이미 기대를 훨씬 넘어섰으며, 후속작인 <거지들의 왕>, <오염된 순례>가 빨리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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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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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이 읽어주는 순간의 미학 하이쿠.

 

류시화 시인이 15년 동안 쓴 하이쿠 소개서입니다. 시인은 예전 2000년 하이쿠 모음 <한 줄도 너무 길다>를 엮어 낸 바 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14년 뒤에 다시 내놓은 이 책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는 단순한 하이쿠 번역 소개에 그치지 않고 류시화 시인 자신의 작품 해설과 기다란 하이쿠 소개 글을 포함한 본격 입문서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 줄도 너무 길다'라는 제목의 하이쿠 모음집은 열일곱자로 이뤄진 세계문학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라고 합니다.

 

“이상하다/ 꽃그늘 아래 이렇게/ 살아 있는 것”(잇사)

“오늘이라는/ 바로 이날 이 꽃의/ 따스함이여”(이젠)

 

하이쿠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순간의 미학’이라 할 만한 것이죠. 짧은 순간 피었다 지는 꽃의 생리로부터 삶의 유한성에 대한 통찰을 얻게 하며, 이전의 시에 대한 해설에서 류시화시인은 “모든 하이쿠의 명제는 오늘 이 순간이다. 봄에 쓰는 가을의 하이쿠가 있지 않듯이 유일한 진실은 지금 이 순간에 피는 꽃이다.”라고 합니다. 또 잇사의 시에 대해서는“꽃그늘은 나무 그늘과 다르다. 꽃그늘 아래 서면 살아 있는 것의 어떤 불가사의에 놀라게 된다. 세계는 불가사의하고 삶 자체가 불가사의하고, 꽃이 피는 것도 불가사의하다.”라는 해설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세상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료타)

“지는 벚꽃/ 남은 벚꽃도/ 지는 벚꽃”(료칸)

 

순간을 최대치로 불사르고 미련 없이 져 내리는 벚꽃은 하이쿠 시인들뿐만 아니라 일본인들 모두가 좋아하는 꽃입니다. 많은 문학과 소재들로 쓰이는 것이 바로 벚꽃이고 그 중에서도 흩날리는 벚꽃의 모습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묘한 기분에 빠져들게 하죠.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이지만/ 그렇지만”(잇사)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쓴 잇사의 하이쿠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가장 많이 인용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봄은 달아나 버렸다”(산토카)

 

산토카의 이 하이쿠는 기본적인 5·7·5 열일곱자의 정형률을 벗어난 자유율 하이쿠 라고 하는 독특한 시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시대별로 하이쿠 원류인 에도 시대 바쇼, 부손, 앗시, 시키는 물론,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 등 에도 시대부터 현대까지 시인130명의 하이쿠 1,370편을 선정해 일일이 감상과 해설을 달았으며 책 뒤에는 하이쿠의 역사와 서양의 하이쿠 시인들에 대해 150쪽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 아주 친절한 하이쿠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류시화시인의 노고와 정성이 듬뿍담긴 특별한 하이쿠 소개서라고 할 수 있는 훌륭한 시집입니다.

 

무엇보다 하이쿠의 매력은 절제된 문장들과 마음을 사로잡는 긴 여운이 아닐까 합니다. 꾸밈은 없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인생의 회노애락이 담겨져 있는 것 같은 매력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책은 꽤 두꺼운데 류시화 시인의 오랜 조사와 집필의 결실인 이 책은 일본의 가장 널리 읽히고 작품성이 뛰어난 하이쿠들로 구성되어 하이쿠의 세계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아주 친절하면서도 세세하게 잘 그 세계를 인도해 주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의 삽화들도 시와 잘 어울리며 원래 시집이라는 게 두꺼우나 얇으나 한번 읽고 독파해서 꽃아두는 책이 아니기에 이런 의미있는 시집은 한권쯤 가지고 소장하면서 간간히 펼쳐보면 시라는 특징상 그때마다 또 다르게 와 닿는 법이죠.

 

 

류시화 시인의 작품이기에 가장 먼저 끌렸고 또 시집이고 하이쿠라는 독특한 시의 세계에 대한 작품이라서 또 끌렸던 이 하이쿠 시집 정말 시를 즐기고 사색의 시간을 즐기고픈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일단 류시화 시인의 작품이기에 믿고 볼 수 있는 시집이죠. 정말 의미있고 뜻깊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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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4-07-2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췌해 주신 하이쿠를 , 순간의 미학이라 표현하신 부분이 절묘하게 느껴집니다. ㅎㅎㅎ *^^*
저도 이 책 구입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는뎅 ㅎㅎㅎ
하이쿠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을텐데,
번역된 시 운율이 기가 막히네요 *^^*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윤미성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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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즐길 때' 비로소 성장한다.

 

고독으로 고독을 치유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고 책을 읽다 보면 점점 더 고독해질 수도 있지만, 책은 긴 여운의 끝에서 고독과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듯 합니다.

 

 

“20세기 가장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작가.” 영국 타임스가 소설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을 낸 리처드 예이츠를 두고 한 평입니다. 국내에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헤밍웨이와 함께 시대의 불안을 잘 표현해낸 작가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원작 소설가로 잘 알려진 리처드 예이츠의 단편집 <맨해튼의 열 한 가지 고독>이라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뉴욕태생의 저자 리처드 예이츠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불안의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꼽히며 대중들에겐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작가지만 헤밍웨이와 함께 현대 미국작가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리처드 예이츠는 총 8권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 작품 단편집인 <맨해튼의 열 한 가지 고독>입니다.

처음 이 작가의 이름을 들었을 때 시인 예이츠의 친척이나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였나 봅니다. 꽤 오래된 그리고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의 작품이 이제야 국내에서 볼 수 있다니 참... 그래도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열한 가지의 고독한 상황에 부닥친 이들의 이야기들을 엮은 책입니다. 11개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미국식 자본주의가 가져온 정신적 공허함 속에 사는 평범한 일상 소시민들이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가족과 이웃을 떠올리게 되며, 그만큼 친근하면서도 세련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으며 예리하면서도 정제된 저자의 언어로 묘사돼 가슴에 서서히 스며들어 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가난한 사춘기 고아 빈센트 사벨라, 결혼을 앞둔 중산층 직장인 그레이스와 랠프, 존경과 애정 사이에서 번민하는 리스중사와 소년병, 장기 입원 중인 남자의 아내 미라, 실직한 가장, 사회정의와 지성을 꿈꾸는 노동자, 무미건조한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 현실에 좌절하는 전직 군인,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찬 아이비리그출신 부자 독신남, 가장 역할을 못하는 폐결핵 환자, 작가 지망생과 이상을 쫓는 택시운전사 등이 각 단편의 주인공들로 1940년대 전후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도시인 맨해튼과 그 근교에 사는 뉴요커들입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가져온 정신적 공허함을 체험하고, 휘황찬란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사회와 가족과 이웃에게 소외감을 느끼며 전쟁의 후유증을 온몸으로 앓고있는 이들의 시대와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번민하며 눈물 어린 시선과 소심한 복수와 저항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 바로 내 이웃, 가족, 애인, 마침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11개 단편에 등장하는 이들은 미국식 자본주의가 가져온 정신적 공허함을 체험하고, 휘황찬란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사회와 가족과 이웃에게 소외감을 느끼며 전쟁의 후유증을 온몸으로 앓고 있어서 그래서 더 여린 가슴에는 고독과 두려움과 좌절이 넘실거리지만 그들은 자신의 고독을 서서히 받아들이며 심지어 ‘즐기고’있는 것이 어쩌면 고독을 인내할 때,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평범하지만 쉽지 않은 진리를 선사하는 특별한 작품임에 틀림없는 듯 합니다.

책을 보면서 J.D.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문득 생각하는 것은 홀든 콜필드가 생각나는 것은 그의 고독과 방황이 이곳에 나온 사람들과 닮은 듯하면서도 그를 통해서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기에 읽으면서 샐린저의 책이 더 생각났는지도 모릅니다.

 

서툰 인생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따뜻하면서도 그늘진 곳에서 피어오르는 한줄기의 빛을 엿볼 수 있으며, 작가는 “고독은 삶의 고통이 아니라 낭만”이라고 말했는데 인생의 그늘을 담백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어서 책을 덮은 후에도 긴 여운이 짙게 느낄 수 있었던 의미있고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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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모른다 - 사랑도, 일도, 삶도 무엇 하나 내 편이지 않은...
류여해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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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그녀들에게 보내는, 세상을 바꾸는 1%의 팁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당연시했던, 참았던, 화가 나도 어쩔 수 없었던 경험들은 다 있습니다.

“다음달에 결혼하는데 아직도 청첩장을 회사에 못 돌렸어요. 요즘 인사이동 시기거든요….”

“주변에 아이 키우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하지만 이직할 때 어려움을 겪을까봐 아이를 갖는 게 쉽게 내키지 않더라고요.”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직장 내 현실입니다. 겉보기에 성차별은 거의 다 사라진 것처럼 보이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역차별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쉽게 알게 되죠.

 

동등한 위치에서 시작한 관계임에도 여성이 약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착오적인 법, 사회의 편견, 제도 등을 다루며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의 정의처럼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약자를 보호하고 공명정대할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고 하죠. 현실의 법은 약자가 아닌 강자의 편에 설뿐더러,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 당하는 것은 언제나 소수(약자, 피해자)인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더욱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가 여성에게 갖는 편견, 불합리함이 단순히 오래된 관습처럼 여성은 법에서부터 철저히 차별받고 있으며 우리가 직접 이 불합리함을 알아서 바꿔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죠.

 

방송에서도 많은 활약을 하면서 때론 독설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많이 알려진 여성 법률 전문가인 류여해 교수가 이 부분에서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 합니다. 교수의 3번째 저작이자 이번 신간인 <그녀는 모른다>는 여성의 삶에 가장 맞닿아 있는 가깝고도 불합리한 법을 다양한 사례와 실제 고민, 저자의 경험 등을 접목시켜 재미있고도 쉽게 와 닿으며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마치 인터넷 게시판의 고민사연들을 읽듯 책을 읽으며 법에 대한 상식과 세상을 보는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아주 친절한 법률관련 지침서라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전에 <당신을 위한 법은 없다>, <상식 안의 법 상식 밖의 법> 등의 책을 통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필수 법률 지식을 쉽게 풀어낸 류교수가 이제 <그녀는 모른다>라는 책을 통해 여성들이 꼭 알아야 할, 바꿔야 할 법률과 세상사들을 들려주면서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들이 겪는 아픔에 공감하고, 법률 전문가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 빼곡히 담겨있어서 여성이라면 한번은 꼭 읽어봐야할 언니의 사회와 인생의 선배의 독설이자 교훈서라 할 수 있는 책 같습니다.

 

책에서 전하는 가장 대표적인 일예는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의 75%가 20~30대 여성이고, 그 직위는 대부분 평직원이라고 합니다. 또 성희롱 사건 중 절반은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며, 중간관리자 이상이 평직원을 성희롱한 경우가 전체의 80% 이상이라고 합니다. 상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을 성희롱하면 이를 공론화하기 무척 힘들고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더구나 성희롱은 형법이 아닌 민법의 대상이기 때문에 공론화 후 오히려 보복을 당하기 십상이죠. 그래서 직장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추행’이 아닌 ‘희롱’으로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류교수는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호한 성희롱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성추행의 범주 안에 넣어 형법적 개념으로 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류교수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이기에 겪는 여러 어려움에 대한 법률적·정서적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또한 현 법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 이를 공론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생활 법률 지식들, 예를 들어 인터넷으로 구매한 속옷을 환불하는 방법, 피부시술의 부작용에 대한 대응 방법 등을 꼼꼼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류교수는 자신이 아픈 곳이 많은 사람이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남들보다 못하다고 느껴졌고 그만큼 불안하고 우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인 나’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음을 절감하고, 스스로 변화하기로 마음먹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고, 이제 법률 전문가로 방송에도 자주 등장하는 소위 성공한 사람이 됐다고 하죠.

 

그래서일까.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에게 할 말이 무척 많다고 합니다. ‘그녀’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들, 생각하고 고민해 봤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 주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여성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깨알같이 책속에 담아서 읽어주길 바라고 있죠. 오늘날 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법률 지식을 모아놓은 것만으로도 또한 소위 이제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라고 할 수 있는 류교수의 지금 달리고 있고 이제 달리기를 할 여성들에게 독설아닌 독설과 조언을 해 주고 있는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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