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윤미성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고독을 즐길 때' 비로소 성장한다.

 

고독으로 고독을 치유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고 책을 읽다 보면 점점 더 고독해질 수도 있지만, 책은 긴 여운의 끝에서 고독과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듯 합니다.

 

 

“20세기 가장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작가.” 영국 타임스가 소설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을 낸 리처드 예이츠를 두고 한 평입니다. 국내에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헤밍웨이와 함께 시대의 불안을 잘 표현해낸 작가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원작 소설가로 잘 알려진 리처드 예이츠의 단편집 <맨해튼의 열 한 가지 고독>이라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뉴욕태생의 저자 리처드 예이츠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불안의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꼽히며 대중들에겐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작가지만 헤밍웨이와 함께 현대 미국작가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리처드 예이츠는 총 8권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 작품 단편집인 <맨해튼의 열 한 가지 고독>입니다.

처음 이 작가의 이름을 들었을 때 시인 예이츠의 친척이나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였나 봅니다. 꽤 오래된 그리고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의 작품이 이제야 국내에서 볼 수 있다니 참... 그래도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열한 가지의 고독한 상황에 부닥친 이들의 이야기들을 엮은 책입니다. 11개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미국식 자본주의가 가져온 정신적 공허함 속에 사는 평범한 일상 소시민들이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가족과 이웃을 떠올리게 되며, 그만큼 친근하면서도 세련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으며 예리하면서도 정제된 저자의 언어로 묘사돼 가슴에 서서히 스며들어 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가난한 사춘기 고아 빈센트 사벨라, 결혼을 앞둔 중산층 직장인 그레이스와 랠프, 존경과 애정 사이에서 번민하는 리스중사와 소년병, 장기 입원 중인 남자의 아내 미라, 실직한 가장, 사회정의와 지성을 꿈꾸는 노동자, 무미건조한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 현실에 좌절하는 전직 군인,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찬 아이비리그출신 부자 독신남, 가장 역할을 못하는 폐결핵 환자, 작가 지망생과 이상을 쫓는 택시운전사 등이 각 단편의 주인공들로 1940년대 전후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도시인 맨해튼과 그 근교에 사는 뉴요커들입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가져온 정신적 공허함을 체험하고, 휘황찬란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사회와 가족과 이웃에게 소외감을 느끼며 전쟁의 후유증을 온몸으로 앓고있는 이들의 시대와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번민하며 눈물 어린 시선과 소심한 복수와 저항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 바로 내 이웃, 가족, 애인, 마침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11개 단편에 등장하는 이들은 미국식 자본주의가 가져온 정신적 공허함을 체험하고, 휘황찬란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사회와 가족과 이웃에게 소외감을 느끼며 전쟁의 후유증을 온몸으로 앓고 있어서 그래서 더 여린 가슴에는 고독과 두려움과 좌절이 넘실거리지만 그들은 자신의 고독을 서서히 받아들이며 심지어 ‘즐기고’있는 것이 어쩌면 고독을 인내할 때,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평범하지만 쉽지 않은 진리를 선사하는 특별한 작품임에 틀림없는 듯 합니다.

책을 보면서 J.D.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문득 생각하는 것은 홀든 콜필드가 생각나는 것은 그의 고독과 방황이 이곳에 나온 사람들과 닮은 듯하면서도 그를 통해서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기에 읽으면서 샐린저의 책이 더 생각났는지도 모릅니다.

 

서툰 인생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따뜻하면서도 그늘진 곳에서 피어오르는 한줄기의 빛을 엿볼 수 있으며, 작가는 “고독은 삶의 고통이 아니라 낭만”이라고 말했는데 인생의 그늘을 담백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어서 책을 덮은 후에도 긴 여운이 짙게 느낄 수 있었던 의미있고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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