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도 될까요?
노하라 히로코 글.그림,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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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등장인물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호 (주인공)

시호 남편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케이 (장남 : 8)

(차남 : 6)

 

제목대로, 겉보기론 평화롭고 행보해 보이는 가정의 주부인 주인공 시호의 일상생활 속에서 점차 남편의 무신경함과 망언들로 인해서 불만과 혐오를 더해 가고 결국엔 속으로 이혼까지 생각하게 되어서 이혼을 심하게 갈등하고 미수에 끝났지만 그래도 언제든 이혼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주부의 관한 스토리입니다. 디테일의 선택과 묘사에 날카롭게 '진실'과 진정한 테마가 드러난 부분이 많이 있고 남다른 역량과 통찰력과 그걸 묘사한 작가의 힘이 느껴진 작품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시호는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자기중심적이고 철저히 네거티브적 사고와 그리고 시종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인간이라는 겁니다. 또한, 내심 타인의 모습과 행복에 비교를 하면서 약간 자신의 불행에 취해있는 모습도 느껴지죠. 프롤로그의 계란후라이의 소금과 소스의 사건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오이를 싫어하는 남편에 대한 불만 등 부부가 원래 서로 노골적으로 궁합이 안맞는 것이 보이죠.

 

그리고 남편도 심각한 자기중심적이고 전형적인 무신경한 남편상을 보여줍니다. 장남 케이를 출산한지 얼마 안된 시호에게 "어 왜 모유가 나오지 않는거야? 엄마 실격이네"라는 폭언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죠. 그리고 매사가 이런 식입니다.

 

뭐랄까... 두 사람 왜 결혼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이들도 다 이맘때 쯤에 결혼을 하니까 우리도 그냥 그렇게 결혼을 했다. 라는 식으로 그냥 분위기상 결혼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 이 부부입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어쩌다보니까 결혼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그리고 종반에 나오지만 이 시호는 결혼을 이종의 도피성으로 한 것 같습니다. 엄격한 어머니로부터 도피처로 이 결혼을 한 것 같다는 거죠. 결혼을 함으로써 부모로부터 나와서 내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안고 결혼을 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단 엄연히 환경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런 생각없이 결혼한 모습이 중간중간에 보입니다. 그리고 시호는 남편이 "원래 남편은 나를 업신 여기고 있다."고 말하면서 엄청난 피해자 인 것처럼 말을 하지만, 둘다 도찐개찐 이란는 생각이 많이 비추죠. 일단 시호는 아내이자 엄마로서 남편에 대해서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좀 해보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원래 그래. 안돼. 하면서 소극적이고 내거티브적인 그리고 수동적인 성격이 이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내 놓은 것이 이혼이라는 것이죠.

 

결국 우여곡절 있었지만 시호가 폭발 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남편은 집안일에 그리고 육아에 적극 참여하게 되고, 완전히는 아니지만 이혼의 위기는 어느정도 급한 불은 끄게 됩니다. 하지만 시호는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언젠든 이혼할 수 있음을 보이고 꿈꾸고 있습니다. 이혼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이혼을 하면 행복해 질거라고 생각을 하는 시호. 확실히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쁜 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할 수 있고, 고쳐나갈 수 있죠.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모습이 바로 그 시작인데, 적어도 남편은 일시적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바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시호는 그렇지 않는 모습을 시종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운털 박힌 남편에게서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없어졌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고 또다른 불만거리를 찾고 있는 모습을 언뜻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변하지 안은 사람은 그 말을 남편에게 한 시호 자신이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상황을 만든 남편이 가장 문제이지만 그녀의 남편 쪽도 상당히 제멋대로이고 유치하고 심하게 무신경이지만, 그는 그대로 직장에서 심신이 많이 지쳐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굳이 그의 관점에서 보면 구조조정의 위기에 노출되어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음을 볼 수 있죠. 갈등과 스트레스를 안고 있음에도 그것을 아내에게 내비치지 않고 본인이 품고 있으면서도 휴일에 끌려가다시피 아이들의 놀이 상대도 해주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정작 아내는 그것을 좋게 봐주진 않고 항상 불만스러운 태도로 일관하지만 나름 남편은 남편대로 어느정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죠. 남편에게 있어서 스트레스와 잔소리의 도피처는 어떻게 보면 컴퓨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관계를 포함한 내부에 고민 등 아내에게 도저히 상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니 내심으로 자신에게 벽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도피처가 컴퓨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결국은 둘다 문제가 있지만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일단 이 부부는 대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일상적인 대화 말곤 깊이 대화를 해 봐야 서로를 알 수 있으나 일단 그게 큰 문제이고 결혼에 대해서 가정을 꾸린다는 것에 대해서 깊이 심각하게 생각을 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식으로 쉽게 결혼을 한 것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한사람의 아내이자 한가정의 엄마로서 언제까지고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먼저 그 자신의 변화하려는 모습이 이 시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모든 가정이 다 그렇지만은 않지만 이런 부분들에서 조금씩 엊나가서 결국엔 이혼을 하는 가정이 많아지는 요즘에 이 작품은 어느것이 어느것이다 라는 해답고 결과를 제시해주진 않습니다. 겉보기론 행복해 보이지만 속은 이만 어느정도 갈라진 모습을 보이는 위기의 가정의 모습을 보이면서 여러분은 어떻습니까?라는 식으로 독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죠.

 

시호와 그 남편,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들을 비롯한 인물 묘사는 실로 알기 쉽게 사실적으로 잘되어 있으며,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유용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혼이든 미혼이든 남성 여성에 관계없이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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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춤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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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넘나들며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하는 일본 소설가인 온다 리쿠의 세 번째 단편집으로 작가 특유의 신비로운 구성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은 소설 19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 단편집입니다. 각 작품들은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면서도 환상 속 이야기 같기도 한 묘한 마력을 풍기는 그런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여서 역시 온다 리쿠라는 생각이 들었던 단편집이죠.

 

특유의 상상력으로 적지 않은 마니아 팬을 보유한 저자는 이번에도 색다른 시도를 했는데, 일부 작품에선 예전 소설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썼고, 약간의 콩트도 들어 있기 때문에 총 열 아홉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도 매우 다양한 종류의 단편집들은 각 세계관이 전혀 연관성이 없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에 이 온다 리쿠의 작품의 상상력의 근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지게 만들죠. 어떤 작품은 결말이 없는 듯 한 것도 있습니다만, 결말을 모르는 것도 그것도 그것대로 매력이 있는 법이니 큰 지장은 없죠. 19가지 각자의 독특한 매력을 발하고 있는 미스터리, SF, 공포, 이상한 맛의 단편집으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19편의 주옥 같은 단편집.

 

19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몇편을 적어놓자면,

 

<주사위 7의 눈>

프로파간다 시리즈같은 느낌의 작품으로 한달에 한번 전략 회의하는 날. 평소 멤버가 모인 자리에서 혼자만 낯선 여자가있다. 점차 이상함이 밝혀 나가는데 양자택일을 결정하는 회의. 뭐든지 흑백논리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건 어떤면에서 무서운 세상입니다. ‘의 말투의 변화가 갈수록 무서워지며 소름이 돕게 하던 작품입니다.

 

<충고>

어느 날 인간 수준의 지능을 얻은 개가 주인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편지를 작성하게 된다는 작품. 다음에 수록되어 있는 고양이 버전의 '협력'과 한짝인 콩트작품 같습니다.

두 작품의 결말의 차이가 볼만하죠.

 

<소녀계 만다라>

이것이 엄청 재미있었던 작품같습니다. 마음같아선 온다 리쿠가 별도로 장편으로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밖으로 나올 때마다 풍경이 바뀌는 이상한 세계. 세계는 움직인다. 세계는 예상 할 수 없다. 방 위치, 교실의 위치, 그리고 '그녀'가 있는 곳도... 누가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가? '그녀'? ‘만다라? 망상이 퍼지는 정말 재미있었던 작품입니다.

 

<타이베이 소야곡>

이것은 <화성의 운하>와 짝이되는 작품입니다.

데자뷰의 도시 타이베이를 무대로 한 환상적인 이야기.(덧붙여서 화성의 운하는 배경은 타이난입니다.) 추억이 녹아내리는 비 냄새, 축축한 거리의 냄새. 왠지 슬프면서도 그리운 느낌이 듭니다.

 

<성스러운 범람>,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난>, <꼭두서니 빛 비치는>

각각 나일 강 에베소 유적지를 무대로 한 국제적인 연작 단편입니다. 한 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과거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이죠.

 

<나와 춤을>

스스로에게 쓴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매우 마음에 들었던 단편입니다.

그리고 온다 리쿠가 후기에서 말한대로, 어쨌든 슬퍼 질만큼 아름다운 작품이죠.

추운 복도에서 춤을 추는 두 소녀. 창문에서 부드러운 햇살이 빛의 무대를 일으키는 정말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그 밖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죽은 자의 계절>은 섬뜩하면서도 소름이 끼칠정도로 충격적인 작품이었으며, 2010년에 쓴 작품인 <도쿄의 일기>는 정말로 장난이 아니에요~. 이 작품의 무서운 것은 이것이 2010 년의 여름에 적혀 있다는 것. 그러한 의미에서는 죽은 자의 계절보다 무서운 작품입니다. 계엄령 아래의 도쿄. 매일 당국에 검열되기 때문에 도망가는 시민들. 그들을 쏴 죽이는 경찰. 결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으니 정말 무서워지는 작품이죠.

 

덧붙여서 <교신>은 어디에 실려 있는가 막 뒤적이다가 깜짝 놀랬어요~ 커버를 벗기면 속커버에 적혀있죠. 뒷면은 뒤집어져서 쓰여져 있구요. 정말 이런 작품 처음입니다. ㅋㅋㅋㅋ

소행성 탐사기 하야부사의 귀환을 기념하여 쓰여진 작품입니다만, 이것도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소재와 세계관이 일품이었던 작품으로 약간의 장난기와 함께 정교함이 살아 숨쉬던 온다 리쿠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넘쳐났던 단편집으로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몇몇은 정말 장편으로 나와도 엄청 대박날 것 같아서 꼭 장편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왠만한 장편보다 굵은 단편이 괜찮다고 하듯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던 온다 리쿠의 단편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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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포로원정대
펠리체 베누치 지음, 윤석영 옮김 / 박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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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산에 미치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왜 산에 오르느냐고, 산에 오르면 무슨 득될 것이 있냐고 하면 그곳에 산이 있고 산에 오름으로서 진정한 자유와 비로소 세상속에서의 자신을 알 수 있다고 하죠.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미치광이들에 대한 실화를 담은 자전격 수기입니다. 일어난 기간과 결과를 보면 너무도 짧고 결과적으로 보면 그들의 계획하고 의도한 목표엔 미치지 못했고 과정은 참으로 참담하지만 그들의 열정과 상황을 놓고 본다면 너무도 아름답고 열정과 목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너무도 확실히 보여준 도전이었습니다.

 

이들의 등반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탈출이었습니다. 2차대전 당시 그들은 추축군이고 그들을 가둔 건 유럽에서 외로이 싸우던 영국군이었습니다. 전쟁포로의 신세로 있던 주인공이자 이 황당무개한 계획을 세우고 도모한 펠리체 베누치는 무의미하고 포로신세에 만성이 되어서 목표도 꿈도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견디기 힘들었던 때이죠.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다 할 점은 아프리카 전선에서 이 주인공이 있던 포로의 상황을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흔히 우리가 아는 전쟁포로의 그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있던 곳은 유럽전선의 수용소도 태평양 전선의 포로수용소가 아니라는 것이죠. 당시 이탈리아와 영국과의 대치상황과 독일만큼의 증오심과 격렬한 전투를 치루지 않아서 그런지 상당히 자유롭고 너무도 인도주의적인 대우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 이 무모한 등반을 가능케 했고, 무엇보다 스포츠 정신을 두고 다시 수용소로 돌아올 수 있게 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는 거죠. 만일 이들이 유럽전선과 태평양전선에 수용되었다면 이런 계획자체를 세울 수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과 주인공이 이런 목숨을 내걸은 탈출을 감행하면서도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케냐산에 등반을 하고자 결심을 세운데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서 도전을 함으로서 살아있다는 무엇인가를 느끼고 싶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수용소에서 수감되고 살아가면서 인간성과 목표와 희망이 없는 사람의 모습과 참담함을 보여주었다면 이 <미친 포로원정대>는 그 상황에서 과감히 희망과 목표을 향해서 무모함을 걸고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구름과 안개에 가려져 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케냐산 바티안봉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펠리체 베누치에겐 그 케냐산이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오늘의 우리에겐 잘 공감이 가진 않겠지만 초라한 막사와 의욕과 목표도 없는 희망을 볼 수 없는 자신에게 얼마나 큰 대조를 보여주며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다니라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리라 생각이 들죠.

 

마침내 마주하게 된 케냐 산. 일렁이는 운해를 뚫고 우뚝 솟은, 천상에서나 있을 법한 산이 칙칙한 두 막사 건물 사이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대한 치아 모양을 한 검푸른 색의 깎아지른 암벽. 지평선 위로 두둥실 떠 있는 푸른빛 빙하를 몸에 두른 5.200미터 높이의 산을. 이때 처음 보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이동하며 급기야 그 위용을 숨길 때까지, 나는 멍하니 서 있기만 했었다. 이후 몇시간이 지나서까지 여전히 그 장면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다.”(P.60)

 

그에게 목표와 희망이 생긴 순간 그는 그 상황에서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고 증명해야 하는 큰 사명을 띄게 되었던 겁니다. 이게 가장 중요하며 작가가 작품을 쓴 큰 이유라고 생각이 듭니다. 희망과 목표가 있는 자는 어떠한 어려움과 곤경에 처해 있어도 능히 극복하고 정복하고 승리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게 된다는 거죠.

 

그때부터 그는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일단 장비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같이 등반할 믿을 수 있는 생사고락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이자 전우를 섭외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죠. 자신을 포함해 정확히 3명이 이 원정대의 인원입니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다른 장비나 물품을 확보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 마지막까지 말썽을 일으킨 것이 바로 인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였죠. 가장 먼저 마지막까지 정상을 같이 등반할 두 번째 인원은 얼마지나지 않아서 섭외가 됩니다.

 

새로 옮긴 막사에서 나는 귀안이라는, 앞서 언급했던 그 의사를 주목했다. (...) 그리고 나는 조금씩 깨달아갔다. 그동안 우리가 그렇게 찾으려 했던 바로 그 대원이 귀안 아니었던가. (...) 그는 흔쾌히 응했다. 그 순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를 만난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그를 섭외할 수 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장차 우리가 시작할 모험을 위한 최고의 동료이자 내 평생의 친구를 바로 이때 만난 것이다.”(P.80~81)

 

의사인 지오바니 발레토, 일명 귀안은 정말 같이 가지 않았으면 큰일 날정도로 신이 그에게 붙여준 최고의 친구이자 동반자였죠. 그리고 귀안은 그가 기대한 이상의 최고의 활약과 그의 소임을 기대이상으로 다해줍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구해지지 않아서 계획을 크게 수정해야 할 지경까지 가게한 베이스켐프의 대장겸 세 번째 인원은 우여곡절 끝에 찾아내지만 정말 너무도 확실한 적임자를 만나게 됩니다.

 

탈출을 꿈꾸기 전까지만 해도 엔초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이번 여정을 통해, 나는 그가 유쾌하며 어떤 면에서는 또라이같고, 다혈질에 모험심으로 가득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분위기를 잘 살리는 사람이었다. 이런 그에게 지금도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엔초는 정말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내는 사람이었다.”(P.308)

 

너무도 개성이 강한 말그대로 반 미쳐있거나 아니면 나사가 빠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는 제 삼의 인물로 그의 맡은 바 임무와 소임을 그리고 그 이상의 확실한 분위기 메이커로서 없었으면 큰일날뻔한 인물로 이 원정대는 확실하게 색깔과 개성이 있는 너무도 다른 세명이 서로 도우고 배려함으로서 어느정도 계획한 바를 성공할 수 있도록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이 세사람이였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나를 알아주고 나와 동행할 수 있는 친구가 살아생전에 두 명만 있어도 그사람은 성공했다고들 합니다. 이를 보면 베누치는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잇는 인물이라고 생각이 들죠. 실제로 그의 이 짧지만 강렬한 모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순탄한 날이 없었습니다. 사람을 피하면 동물이 문제고 동물을 피하면 날씨와 산이 그들을 환영하지 않았죠. 그리고 산을 하산하면 지독한 굶주림이 마지막까지 힘들게 하였는데 그때마다 서로 도우고 배려하고 보살핌으로서 다시 수용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 것은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친구와 함께 였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일단 그들의 등정은 그리 크게 성공이라고 보기엔 왠지 쑥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이건 그 자체가 대단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하죠.

 

이번 여행을 결산해보면 뭐가 남을까. 오로지 등산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그건 실패였다. 기껏해야 명예로운 실패정도였다. 레나나는 관광객들이나 다닐 만한 산인 걸로 드러났으며 바티안은 우리면전에서 쾅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우리가 시도한 것은 결과적으로 애국자 시늉이나 내고 마는 등산 여행이 아니었다. 철조망 바깥으로 뛰쳐나온 우리의 행위는 포로수용소의 고리타분한 삶에 대한 반항이었다. 무기력함 속에서도 의지를 드러내 보인 행동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여행은 성공이 아니었을까? 그 답은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번 모험이 의심할 나위 없이, 포로로서의 그리고(아마도 나중에는) 자유인으로서의 삶에 끊임없이 분명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확신했다.”(P.352)

 

목표를 향해서 삶아있음을 증명하고 자유인임을 느끼고 삶을 의미를 느끼고 싶었기에 목숨을 건 대장정을 떠난 그들. 그들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자에겐 세상의 어떤 위험도 장애물이 될 수 없고 막을 수 없다고 잔잔하면서도 단호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진정한 내 앞을 막는 이는 나 자신이라고 말하고 있죠. 주저하고 포기하는 순간 이미 끝이라고 말하고 있는 펠리체 베누치의 이 모험은 그 자체로도 그들은 승리자이고, 오늘날 어렵고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슬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누구도 환영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고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목표를 향해서 담대히 나가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아픔답고 그 목표를 향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찬란해 질 수 있음을 1948년에 나온 이 작품이 2015년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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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선집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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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학의 작품이자 이야기이자 노래입니다. 고대엔 이야기의 방식을 시의 형식으로 일리어드나 호메로스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고, 시는 그 자채로 노래이자 예술이죠. 물론 가장 짧은 한 문단으로 끝나는 일본의 시인 하이쿠도 있지만 그건 너무 함축적이고 일단 시 자체는 그 안에 내포된 의미와 깊이가 상당해서 시는 일반 소설이나 작품을 읽듯이 읽고 이해해 나가는 작품이 아닌 글임엔 틀림이 없는 가장 오래되고 깊은 감동과 울림을 가진 노래이자 문학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작품은 정호승 시인의 지난 42년간 발표한 그 많은 유명한 작품들 중 가장 사랑받고 백미로 꼽히는 수작들이라고 알려진 시 101편을 한데 모아 엮은 시집 <수선화에게>입니다.

 

얼마전에 JTBC뉴스룸 앵커브리핑 코너에서 정호승 시인의 매혈이라는 시가 소개가 되어서 지금의 이른바 꿀알바와 그 옛날 처절했던 매혈기를 같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죠. 또한 임상시험을 위해 피를 뽑는다는 요즘의 매혈이 예전의 매혈과 같을 수는 없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다르고 정도가 차이가 난다고 자신의 피를 돈과 바꿔야 하는 그 짠함은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모두가 비슷하게 못살던 시대의 매혈보다 이렇게 100층 이상의 빌딩이 올라가는 시대의 매혈이 한결 더 애잔하고 짠하게 보이는 것은 그시절의 매혈과 오늘날의 매혈은 확실히 다른 것을 보이며 오늘날의 매혈이 우리의 현재의 모습과 또다른 모순된 우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정호승 시인의 매혈이 더 와 닿았는지도 모릅니다.


 

밤 기차를 탄다

피를 팔아서

함박눈은 내리는데 피를 팔아서

뚝배기에 퍼담긴 순두부를 사먹고

어머님께 팥죽 한 그릇 쑤어 올리러

동짓날 밤 기차를 탄다

눈이 내린다

 

눈길 위에 이미 뿌려진 피는 몰래 감추고

외로웠던 피는 그 추억마저 팔아서

피막이풀 털동지꽃 피뿌리꽃을 만나러

바늘자국 무수한 혈맥을 찾아

밤 기차는 달린다

血蟲들은 달린다

 

- 정호승 시인의 <매혈>

 

 

어찌보면 정호승 시인의 시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우리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그 통증과 아픔, 상실의 고통과 치유와 회복들을 시를 통해서 시인이 전하고 싶고 말하고 싶은 바를 잔잔하면서도 조용히 그러면서도 강하게 전하고 있어서 더 울림이 다르다고 생각이 듭니다.

 

시집은 너무도 유명한 시인 수선화에게를 제목으로 수려하고 따스하고 아름다움을 겸비한 박항률 화백의 그림으로 시집이 엮어져 있어서 시와 그림의 완벽한 조화는 시를 읽는 내내 와닿는 느낌과 따스하고 잔잔하게 그리고 편안함을 안겨주어서 한편 한편을 진지하고 깊이 집중하면서 읽어나가게 도와줍니다.

 

많은 시 중에서도 이 제목이자 대표 시인 수선화에게를 빼놓을 수가 없죠.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일단 이 시집의 주요 테마이자 주제는 사랑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시는 그 주제를 가장 강하면서도 그 정서를 가장 많이 내포하고 있는 시가 아닐까 생각이 들죠.

수선화는 나르시스라고도 하죠. 그리스 신화에서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서 물에 빠져 죽은 나르시스. 수선화. 그런데 제목이 수선화이지만 이 시에서 많이 비추는 핵심은 사랑과 애절할 정도의 그리움을 많이 비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신화에서 그 죽은 나르시스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다가 나르시스의 죽음을 알고 엉엉 울다가 연못에 빠져 죽은 프리지아가 이 시의 숨은 진정한 주인공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수선화가 피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리지아가 꽃망울을 맺는다고 하죠. 프리지아의 꽃말은 순진’, ‘천진난만’, ‘깨끗한 향기인데, 전 이 시에서 가장 어울리는 꽃말이 그 향기같습니다.

수선화가 필 때 쯤 피었다가 가장 좋은 향기를 내고 수선화가 질 때 쯤 같이 지는 프리지아. 비록 말 못한 짝사랑이지만 사랑을 하고 그리워하고 아파하고 곁에 있고 싶어서 따라서 죽은 프리지아가 이 시의 진짜 화자이자 주인공 같습니다.

 

사랑과 그리움, 헌신, 슬픔 등 마음속 매마른 감정의 막힌 골을 가래로 사정없이 긁어서 확 터주는 조용한 임팩트가 있는 시들의 이 모음집.

이 시들을 읽으면서 한가지 떠오른 시가 있습니다. 바로 공무도하가이죠.

 

公無渡河 (공무도하) -임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이별의 만류)

公竟渡河 (공경도하) -임은 그예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임의 죽음, 격리)

當奈公河 (당내공하) -가신 임을 어찌할꼬.(애도와 탄식, 그리움)

 

이 시는 우리의 학창시절을 엄청나게 괴롭힌 고시이지만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이렇게 보니 이 또한 정호승시인의 이 시집의 분위기나 정서에 가장 어울리는 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사랑과 사랑에 의한 아픔, 그리고 치유와 회복 등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사랑이라고 이 시집에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고 사람이니까 사랑을 하는 거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듯이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한, 삶의 외로움과 깨달음이 맞물린 이 시집은 새봄의 향기와 더불어 깊고 고요한 사색과 서정의 세계를 선사해준 정말 이 새싹이 깨어나는 완연한 이 봄에 딱 어울리고 완벽한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동안 이 시집도 가까운 곳에 놓고 자주 펼쳐보게 될 것 같고. 정호승 시인을 정말 다시 한도안 찾아보게 될거 같습니다. 치유와 힐링을 선사해주기에 완벽한 정호승시인의 이 시집은 외롭고 어렵고 힘겨운 오늘날을 살아가는 슬픈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박카스와도 같은 작품집으로 꼭 추천하고 싶은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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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말하다입니다. ‘보다’, ‘말하다’, ‘읽다로 된 총 3부작 산문집으로 그 중 가운데인 두번째 작품이죠. 특히나 이번 작품은 말하기로 왠만해선 언론이나 이런 매체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으로 소통을 하는 것 보다. 책과 글로 인한 소통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그게 편하다고 한 작가가 TED을 시작으로 2012년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여러 매체를 통해서 강연하고 인터뷰를 하였던 내용들을 모아서 보완 수정을 한 작품으로 아직까지도 글을 통해서 하는 것이 더 편하고 더 깊이있게 대화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김영하 작가의 그동안의 독자와 여러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아놓은 아주 의미있는 소통과 대화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제목부터가 남다른 말하기가 이 산문시리즈의 제목으로 김영학 작가가 오늘날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와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는 글로 읽는 인터뷰 강연집입니다.

 

작가라는 직업의 특성과 김영하 작가의 성격상 사회의 문제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글을 통해서 조용히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다가 귀국후에 뭔가가 급벽하면서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날의 사회의 항로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이런 종류의 상황에 맞는 작품들과는 달리 김영하 작가는 확실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희망적인 말은 없습니다. 앞으로 더 아플것이며 더 힘들거라는 말을 먼저 하고 적절하게 아플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오늘이 그리고 오늘보다 앞으로는 더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고요. 작가가 살던 시대와 오늘이 다르고 상황과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고 있습니다. 작가또한 오늘날을 살고 있었다면 그렇게 과감하게 작가의 길로 가지 않았을거라고 솔직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오늘날을 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야할 기본적 소양이 낙관도 비관도 아닌 비관적 현실주의라는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비관입니다.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대책 없는 낙관을 버리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현 상태와 상황을 정확히 파악을 해서 지극히 현실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어찌보면 너무 인간미가 없어보이는 말일 수도 있고 개인주의적인 말로 비춰질 수 있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 상황이 가장 어울리고 또한 이 방법이 가장 적합한 것일 수 있는 말인거 같죠. 그러면서도 작가는 작가답게 우리가 반드시 단련해야 할 덕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감성근육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자기만의 내면을 구축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근육은 바로 감성근육이라고 합니다. 타인에 의해서 함부로 침범당하지 않는 견고한 내면을 가진 고독한 개인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삶, 비관적 현실주의자로 살아가야 할 오늘날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감성근육이라고 강조하고 있죠.

 

작가는 또한 이러한 개인들이 살아가는 오늘날에 감성근육을 키우고 살아가기 위해선 모두가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예술가라고 하면 거창한 것으로 생각이 비춰질 수 있지만 그 예술이라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개개인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던 혼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사회시스템을 살아가면서 유년시절에 싹이 틀려고 했던 그 재능은 공부와 학교 등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강요를 받아서 억눌러지다가 어른이 된 다음에 그것이 터지기도 하고 조용히 나오다 마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요즘엔 어른들이 프라모델에 더 열중하고 더 수집하고 조립을 한다고 하죠.

작가는 예술가가 되라는 방법중에 작가의 직업에 걸맞게 독서와 글쓰기에 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쓰기는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이자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며 강조하면서, “지금 이 순간도 뭔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일단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 어쩌면 그게 모든 것을 바꿔 놓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하고 있죠. 흔히 글쓰기와 글을 써서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해서 어렵거나 나와는 다른 먼 그대의 이야기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글쓰기에 있어서 방법과 작가는 따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말하고 있습니다. 자주 듣는 질문중에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뭔지를 자주 듣는 질문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그 대답을 말하는데, 작가는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이야기가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에요. 어떤 글은 미사여구로 잘 꾸며져 있고 완벽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요.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떤 기술의 문제도 아니고 기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 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글을 잘 쓰려고 머리아프게 고민하거나 대학의 작가지망생들에게 과도하게 글쓰기를 시키는 것은 독이 된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모든 감성을 총동원해서 자신의 내면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장 좋은 글이자 이야기가 되며 글쓰는 방법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죠.

 

주로 대담집 형식으로 구성되면서 사이사이 작가가 강연이나 메체에서 이야기한 강연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에선 작가는 강하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힘겹고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슬픈 우리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자세를 임해야 하는지를 딱 이거다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작가답게 글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문학과 글이라고 하고 있죠. 그리고 그런 예술가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고 너무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비관적 현실주의로 살아가라고 오늘날의 힘겹게 살아가고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꿈꾸는 법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여 의미없는 삶을 살아가고, 낙관적이지 못해 고민인 비관주의자와 현실에 상처 받고 위로에 더 큰 상처를 받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감싸고 살아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슬픈 이들에게 전하는 김영하 작가의 이 메시지는 오히려 작가가 글로 써 내겨간 글로 이루어진 책이나 작품이 아닌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전하고 호소하고 싶었던 말들을 모은 작품으로서 읽어가면서 느끼는 감정과 울림이 이전 보다보다 더 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독자적인 자신만의 감성근육을 길러서 어렵고 힘겨운 이 험난한 시대를 자신만의 영혼을 지키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며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그리 살아가고 살아나가길 바라는 작가의 이번 말하다는 그 무엇보다도 의미있고 소중한 인생의 지침서를 제시해 주고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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