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춤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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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넘나들며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하는 일본 소설가인 온다 리쿠의 세 번째 단편집으로 작가 특유의 신비로운 구성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은 소설 19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 단편집입니다. 각 작품들은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면서도 환상 속 이야기 같기도 한 묘한 마력을 풍기는 그런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여서 역시 온다 리쿠라는 생각이 들었던 단편집이죠.

 

특유의 상상력으로 적지 않은 마니아 팬을 보유한 저자는 이번에도 색다른 시도를 했는데, 일부 작품에선 예전 소설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썼고, 약간의 콩트도 들어 있기 때문에 총 열 아홉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도 매우 다양한 종류의 단편집들은 각 세계관이 전혀 연관성이 없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에 이 온다 리쿠의 작품의 상상력의 근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지게 만들죠. 어떤 작품은 결말이 없는 듯 한 것도 있습니다만, 결말을 모르는 것도 그것도 그것대로 매력이 있는 법이니 큰 지장은 없죠. 19가지 각자의 독특한 매력을 발하고 있는 미스터리, SF, 공포, 이상한 맛의 단편집으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19편의 주옥 같은 단편집.

 

19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몇편을 적어놓자면,

 

<주사위 7의 눈>

프로파간다 시리즈같은 느낌의 작품으로 한달에 한번 전략 회의하는 날. 평소 멤버가 모인 자리에서 혼자만 낯선 여자가있다. 점차 이상함이 밝혀 나가는데 양자택일을 결정하는 회의. 뭐든지 흑백논리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건 어떤면에서 무서운 세상입니다. ‘의 말투의 변화가 갈수록 무서워지며 소름이 돕게 하던 작품입니다.

 

<충고>

어느 날 인간 수준의 지능을 얻은 개가 주인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편지를 작성하게 된다는 작품. 다음에 수록되어 있는 고양이 버전의 '협력'과 한짝인 콩트작품 같습니다.

두 작품의 결말의 차이가 볼만하죠.

 

<소녀계 만다라>

이것이 엄청 재미있었던 작품같습니다. 마음같아선 온다 리쿠가 별도로 장편으로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밖으로 나올 때마다 풍경이 바뀌는 이상한 세계. 세계는 움직인다. 세계는 예상 할 수 없다. 방 위치, 교실의 위치, 그리고 '그녀'가 있는 곳도... 누가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가? '그녀'? ‘만다라? 망상이 퍼지는 정말 재미있었던 작품입니다.

 

<타이베이 소야곡>

이것은 <화성의 운하>와 짝이되는 작품입니다.

데자뷰의 도시 타이베이를 무대로 한 환상적인 이야기.(덧붙여서 화성의 운하는 배경은 타이난입니다.) 추억이 녹아내리는 비 냄새, 축축한 거리의 냄새. 왠지 슬프면서도 그리운 느낌이 듭니다.

 

<성스러운 범람>,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난>, <꼭두서니 빛 비치는>

각각 나일 강 에베소 유적지를 무대로 한 국제적인 연작 단편입니다. 한 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과거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이죠.

 

<나와 춤을>

스스로에게 쓴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매우 마음에 들었던 단편입니다.

그리고 온다 리쿠가 후기에서 말한대로, 어쨌든 슬퍼 질만큼 아름다운 작품이죠.

추운 복도에서 춤을 추는 두 소녀. 창문에서 부드러운 햇살이 빛의 무대를 일으키는 정말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그 밖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죽은 자의 계절>은 섬뜩하면서도 소름이 끼칠정도로 충격적인 작품이었으며, 2010년에 쓴 작품인 <도쿄의 일기>는 정말로 장난이 아니에요~. 이 작품의 무서운 것은 이것이 2010 년의 여름에 적혀 있다는 것. 그러한 의미에서는 죽은 자의 계절보다 무서운 작품입니다. 계엄령 아래의 도쿄. 매일 당국에 검열되기 때문에 도망가는 시민들. 그들을 쏴 죽이는 경찰. 결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으니 정말 무서워지는 작품이죠.

 

덧붙여서 <교신>은 어디에 실려 있는가 막 뒤적이다가 깜짝 놀랬어요~ 커버를 벗기면 속커버에 적혀있죠. 뒷면은 뒤집어져서 쓰여져 있구요. 정말 이런 작품 처음입니다. ㅋㅋㅋㅋ

소행성 탐사기 하야부사의 귀환을 기념하여 쓰여진 작품입니다만, 이것도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소재와 세계관이 일품이었던 작품으로 약간의 장난기와 함께 정교함이 살아 숨쉬던 온다 리쿠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넘쳐났던 단편집으로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몇몇은 정말 장편으로 나와도 엄청 대박날 것 같아서 꼭 장편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왠만한 장편보다 굵은 단편이 괜찮다고 하듯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던 온다 리쿠의 단편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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