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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말하다’입니다. ‘보다’, ‘말하다’, ‘읽다’로 된 총 3부작 산문집으로 그 중 가운데인 두번째 작품이죠. 특히나 이번 작품은 말하기로 왠만해선 언론이나 이런 매체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으로 소통을 하는 것 보다. 책과 글로 인한 소통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그게 편하다고 한 작가가 TED을 시작으로 2012년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여러 매체를 통해서 강연하고 인터뷰를 하였던 내용들을 모아서 보완 수정을 한 작품으로 아직까지도 글을 통해서 하는 것이 더 편하고 더 깊이있게 대화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김영하 작가의 그동안의 독자와 여러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아놓은 아주 의미있는 소통과 대화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제목부터가 남다른 ‘말하기’가 이 산문시리즈의 제목으로 김영학 작가가 오늘날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와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는 글로 읽는 인터뷰 강연집입니다.
작가라는 직업의 특성과 김영하 작가의 성격상 사회의 문제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글을 통해서 조용히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다가 귀국후에 뭔가가 급벽하면서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날의 사회의 항로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이런 종류의 상황에 맞는 작품들과는 달리 김영하 작가는 확실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희망적인 말은 없습니다. 앞으로 더 아플것이며 더 힘들거라는 말을 먼저 하고 ‘적절하게 아플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오늘이 그리고 오늘보다 앞으로는 더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고요. 작가가 살던 시대와 오늘이 다르고 상황과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고 있습니다. 작가또한 오늘날을 살고 있었다면 그렇게 과감하게 작가의 길로 가지 않았을거라고 솔직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오늘날을 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야할 기본적 소양이 낙관도 비관도 아닌 비관적 현실주의라는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비관입니다.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대책 없는 낙관을 버리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현 상태와 상황을 정확히 파악을 해서 지극히 현실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어찌보면 너무 인간미가 없어보이는 말일 수도 있고 개인주의적인 말로 비춰질 수 있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 상황이 가장 어울리고 또한 이 방법이 가장 적합한 것일 수 있는 말인거 같죠. 그러면서도 작가는 작가답게 우리가 반드시 단련해야 할 덕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감성근육’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자기만의 내면을 구축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근육은 바로 감성근육이라고 합니다. 타인에 의해서 함부로 침범당하지 않는 견고한 내면을 가진 고독한 개인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삶, 비관적 현실주의자로 살아가야 할 오늘날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감성근육이라고 강조하고 있죠.
작가는 또한 이러한 개인들이 살아가는 오늘날에 감성근육을 키우고 살아가기 위해선 모두가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예술가라고 하면 거창한 것으로 생각이 비춰질 수 있지만 그 예술이라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개개인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던 혼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사회시스템을 살아가면서 유년시절에 싹이 틀려고 했던 그 재능은 공부와 학교 등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강요를 받아서 억눌러지다가 어른이 된 다음에 그것이 터지기도 하고 조용히 나오다 마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요즘엔 어른들이 프라모델에 더 열중하고 더 수집하고 조립을 한다고 하죠.
작가는 예술가가 되라는 방법중에 작가의 직업에 걸맞게 독서와 글쓰기에 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쓰기는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이자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며 강조하면서, “지금 이 순간도 뭔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일단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 어쩌면 그게 모든 것을 바꿔 놓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하고 있죠. 흔히 글쓰기와 글을 써서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해서 어렵거나 나와는 다른 먼 그대의 이야기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글쓰기에 있어서 방법과 작가는 따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말하고 있습니다. 자주 듣는 질문중에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뭔지를 자주 듣는 질문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그 대답을 말하는데, 작가는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이야기가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에요. 어떤 글은 미사여구로 잘 꾸며져 있고 완벽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요.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떤 기술의 문제도 아니고 기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 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글을 잘 쓰려고 머리아프게 고민하거나 대학의 작가지망생들에게 과도하게 글쓰기를 시키는 것은 독이 된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모든 감성을 총동원해서 자신의 내면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장 좋은 글이자 이야기가 되며 글쓰는 방법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죠.
주로 대담집 형식으로 구성되면서 사이사이 작가가 강연이나 메체에서 이야기한 강연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에선 작가는 강하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힘겹고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슬픈 우리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자세를 임해야 하는지를 딱 이거다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작가답게 글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문학과 글이라고 하고 있죠. 그리고 그런 예술가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고 너무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비관적 현실주의로 살아가라고 오늘날의 힘겹게 살아가고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꿈꾸는 법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여 의미없는 삶을 살아가고, 낙관적이지 못해 고민인 비관주의자와 현실에 상처 받고 위로에 더 큰 상처를 받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감싸고 살아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슬픈 이들에게 전하는 김영하 작가의 이 메시지는 오히려 작가가 글로 써 내겨간 글로 이루어진 책이나 작품이 아닌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전하고 호소하고 싶었던 말들을 모은 작품으로서 읽어가면서 느끼는 감정과 울림이 이전 ‘보다’보다 더 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독자적인 자신만의 감성근육을 길러서 어렵고 힘겨운 이 험난한 시대를 자신만의 영혼을 지키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며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그리 살아가고 살아나가길 바라는 작가의 이번 ‘말하다’는 그 무엇보다도 의미있고 소중한 인생의 지침서를 제시해 주고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