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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알고있는 것은 방과 텔레비전의 세계뿐”
감금 된 소녀가 임신하고 출산하여 태어나서 한 번도 방을 나온 적이 없는 아이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Room'
엠마 도노휴의 이 소설 ‘룸’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밀실 감금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소설로, 2010년 9월 발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그해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주로 발표해왔던 엠마 도노휴는 이번 작품에서도 자극적인 범죄 자체보다는 피해자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고 하죠.
읽은 뒤 표지에 이 작품의 제목인 '방'이라는 제목을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읽기 전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그 문자는 무섭게 와 닿지만 한편으론 다르게 보이게 되죠. 이 '방'이라고 하는 것은 물론, 주인공 소년 잭과 어머니가 살던 방을 보여주는 것일 것 입니다. 그렇지만 제게는 그 "방"의 존재가 너무도 강하게 인상에 남아 읽은 뒤에도 무척 강한 그 잔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죠.
이 이야기는 「방」에서 잭이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아침부터 시작됩니다. 잭의 관점에서 이야기되는 즐거운 생일 광경은 행복과 따스함이 보이지만 이상한 분위기와 상황속에서 그들의 생활은 무척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잭의 유머러스한 이야기 사이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비정상적인 상황. 여기가 보통 객실이 아닌 두 사람은 감금되어 엄마는 남자에게 강간되어 있으며, 잭은 그렇게해서 태어난 아이라는 것을 조금씩 밝혀 나간다.
19의 나이에 남자에게 납치, 감금 된 어머니에게 잭은 희망 그 자체입니다. 잭을 위해서 남자에게 대한 저항을 그만두고 남자에게 보이지 않도록 밤에 옷장 속에 잭을 숨기고 잭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그를 키워나가는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방 안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방안에 있는 것을 무엇이든 연구하고 잭을 위해서 잭의 교육과 성장을 위해서 재한 된 것들을 최대한 사용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가죠. 그것은 잭을 위한 것도 있지만, 어머니 자신이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잭을 어떻게 든 무사히 양육해 나가는 것 그것만이 어머니를 지탱하고 있는 유일한 삶을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환경 속에서 다만 설명 할 수 없는 상황도 기다리고 있죠. "방"을 나온 적이 없는 잭은 “방”이외에 "외부", “밖”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합니다. 방에는 텔레비전이 있고, 거기에 사람이 있지만, 그것은 진짜가 아니죠. 진짜는 잭과 어머니뿐. 그런 세계에서 잭은 살아왔습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어머니는 큰 결심을 하게 되고 목숨을 건 결단을 내리고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잭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탈출을 시도하는 것. "외부"가 있다는 것조차 실감이 나지 않는 잭은 여전히 어머니와의 약속대로 시체인척하고 방에서 탈출합니다. 잭의 말대로 밖으로 튀어 나오는 것에 성공하고 두 사람의 극한상황은 끝이났다고 생각했지만, 그 앞에 새로운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죠. "방"을 나온 끝에는 희망과 평온한 생활이 기다리고 어머니도 독자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 앞에 앞으로 새로이 지속될 정신적인 문제와 말할 수 없는 극한상황에 등골이 오싹하면서도 도무지 페이지를 넘기는 걸 멈출 수 없게 하죠.
처음으로 외부세계을 마주하고 부딪친 잭도 당황하지만, 탈출을 진심으로 원했던 엄마도 다양한 갈등과 당황스러움을 느낍니다. 7년이라는 오랜시간동안 감금생활을 보내고 온 것 이니까, 그것도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 엄마의 모습이 잭의 시선으로 이야기됨에 따라 점점 박혀 오는 두려움과 공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겠죠. 어쩌면 더 그렇게 보이는 것은 엄마 자신의 말보다는 그를 지켜보는 5세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방에서의 생활에서 탈출 후, 이 바깥세상에 적응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힘겨운 어려움 속에서 투쟁으로 보일정도로 정말 리얼하게 그려집니다. 이야기라고 알고 있어도, 그리고 5세 아이의 이야기에 조금 누그러지게 그려지지만, 암담함은 그대로 와 닿죠.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픽션이여서 비슷한 사건의 당사자 들은 당시에 무슨 생각과 현재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이제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면서도 그저 놔두는 것이 당사자들을 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재미 있었다"라는 말은 무척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무튼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없이 읽게 된 이 작품은 정말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었던 무척 기대이상의 작품이었습니다. 안타까움과 슬픔과 절망과 희망을 위한 몸부림, 강한 모성애 등 정말 이 모든 것을 옅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최고의 작품으로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꼭 봐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