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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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지은이: 일홍
➰펴낸곳: 부크럼


누구에게나 인생의 굴곡이 있다.
좋은 날이 있으면, 힘든 날이 있다.
끝없이 무너져 내려 바닥을 치고 나면
이제 남은 일은 올라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신은,
우리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겪게 한다.
하지만 때론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휘몰아침에
하염없이 흔들리는 날도 있다.


그런 날,
나의 마음 하나를 오롯이 감당하기 힘든 날이면
위로받을 수 있는 다정한 책,
그런 책이 바로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이다.


행복의 기준도 저마다 다르다.
돈, 건강, 사람, 명예, 권력 등등.
하지만 내면이 무너진다면
어떠한 기준을 세우더라도
작은 파도에 무너지는 모래성 같지 않을까.


‘나’를 먼저 다독이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세운다면
행복 역시 그렇게 머지않은 곳이 있다.


일홍 작가님은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외치고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가 나를 예뻐해 주겠는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빛이 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도 줄 수 있다.


오랜 시간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 온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삶의 순간을 나눈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 인내, 지혜가 필요하다.


억지로 무언가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받아들이라고 한다.
필요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고,
필요한 순간이 꼭 올 것이다.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들을 지나
스스로를 사랑한다면 행복해질 것이다.


한 번쯤 지나왔을 순간들,
그때 정의하지 못했던 마음이 무엇인지
작가님만의 센스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부크럼(@bookrum.official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긍정은 좋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인정하는 것. 남에게 준 상처는 그대로 돌아오는 법.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의 차이일 뿐. 모두가 가치 있는 존재다. 나도 마찬가지다. 오늘 행복할 줄 알아야 내일도 행복하다. - P31

체한 기분으로 살아 내는 날이 있다. 온 마음이 구겨질 듯 가라앉는 날. 수증기로 가득한 날. 공기를 마실수록 숨이 막혀 오는 날. 이만하면 잘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만 또 얼마 가지 못하고 나약한 자신과 마주한다. - 중략 - 이리저리 쏘아 내리던 빛을 단번에 퇴색하게 만드는 기억이 하루를 뒤덮는 날엔, 이 또한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내가 있다. 괜찮다. 괜찮다. 다독여 보는 내가 있다. - P57

즐겁게 살아가자. 좀 엉성해도 내 삶이 즐겁고 떳떳하면 어디에서도 바로 설 수 있다. - P103

예민해야만 알아챌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겐 유독 애특했다. - P240

친구가 울었다.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함부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건 나의 진심도 너의 아픔도 쉽사리 훼손될 것만 같아서.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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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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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해 봄의 불확실성
➰지은이: 시그리드 누네즈
➰펴낸곳: 열린책들


우리 사회는 산업혁명 이후 줄곧 질주해왔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당연한 것인 양 여겨왔다. 파괴하고, 태우고, 변형시키며 인간에게 유리하게 모든 것에 도전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자연 또한 그에 맞게 진화한다. 미지의 그곳은 결국 인간의 취약점을 건드렸고, 인류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멈추었다.


그해 봄, 동생과 뉴욕으로 여행 갈 계획을 세웠었고, 코로나의 심상치 않음을 인식한 후 여행을 취소했다. 그리고 급하게 한국으로 귀국했다. 곧 뉴스에서 종교 단체로 인한 코로나의 확산을 보도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사람들은 단체로 모이는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여행을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침을 하는 사람은 주변인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아주 잠시 미국에 다녀온 후 일주일간 격리되어 있기도 했다. 텅 빈 거리와 집 안에서 갇혀 생활했던 시기, 자연은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인간의 바이오필리아(자연과 생명에 대한 본능적 사랑)를 믿는다.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친밀감, 그들과 가까이하고 연결되고 싶은 갈망,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 우리 DNA에 새겨져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세상을 점점 더 흉물스럽게 만들고 종내는 완전히 망쳐 버리려는 인간의 욕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117쪽

뉴욕에서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시체를 처리하는 뉴스 영상은 유난히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 중 하나가 바로 뉴욕이다. <그해 봄의 불확실성>에서 그려낸 뉴욕의 풍경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디스토피아적인 장면은 그때 우리의 일상이었으니까. 동양인을 향한 반감 역시 심심찮게 보도되었다.


격리로 인해 혼자가 되었어야 할 독거노인이자 작가인 주인공은 지인의 앵무새 ‘유래카를 돌봐주기로 하면서 거처를 옮기게 된다. 그리고 그 공간에 Z세대인 대학생 베치가 찾아오면서 원치 않는 동거가 시작된다. 매일 아침마다 하던 산책은 공격적인 행위 “기침테러”로 인해 그만두게 된다. 침대 위에서만 지내다 베치의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치운 후로 둘은 서서히 벽을 허물어 간다.


코로나 시대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삭막했으며 적막했고, 외로웠으며 적대적이었다. 인간이 사라진 공간은 자연이 채워갔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글을 읽는 내내 그때 그 시절이 여과 없이 떠올랐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고된 시련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절의 겨울이었다.


🔖한동안 나는 책을 읽을 수가 없었고 다시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건 그해 봄의 많은 불확실성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내가 아는 작가 중에 그런 체험을 하지 않은 이가 없다.) 나는 왜 평생 애도하며 사는 기분인지 알고 싶다. 그 감정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고 도무지 사라지려 하질 않는다. - 19~20쪽


코로나 봉쇄령이 내려지기 전, 친구들과 만나서 나누었던 일상의 대화들도 인상 깊었다. 주인공이 작가인 만큼 문학작품들과 수많은 작가들이 언급되었다. 글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간간이 녹아있다. 작법에 대한 생각 역시 엿볼 수 있었다.



그해 봄,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이대로 코로나에 묻혀 살아갈지, 인생의 다음 걸음을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 각자의 자리를 찾았고 지금 우리는 다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인간의 바이오필리아(자연과 생명에 대한 본능적 사랑)를 믿는다.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친밀감, 그들과 가까이하고 연결되고 싶은 갈망,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 우리 DNA에 새겨져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세상을 점점 더 흉물스럽게 만들고 종내는 완전히 망쳐 버리려는 인간의 욕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P117

한동안 나는 책을 읽을 수가 없었고 다시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건 그해 봄의 많은 불확실성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내가 아는 작가 중에 그런 체험을 하지 않은 이가 없다.) 나는 왜 평생 애도하며 사는 기분인지 알고 싶다. 그 감정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고 도무지 사라지려 하질 않는다. - P19

나는 사랑이 끝난 후 나는 일찍 그 사랑에 대한 글을 쓰는 실수를 범한 적이 있다. 마음이 얼음처럼 차갑게 식은 후에야 글을 쓰라는 체호프의 권고를 잊은 것이다. - P181

내가 아는 글쓰기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작가가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극히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으니, 나는 기억한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것이다. - P237

결론: 우리가 사는 이 반진실의 시대에, 갈수록 노골적인 위선이 판치고 이야기는 현실을 왜곡하고 모호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의 역사와 성찰을 담은 문학일지도 모른다. 직접적이고, 진짜이며, 사실을 세심하게 다루는.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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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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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토지 1권

➰지은이: 박경리

➰펴낸곳: 다산북스

 

 

책의 서문에 녹아있던 박완서 작가님의 토지를 향한 마음은, 자식을 낳아서 성장을 지켜보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26년의 세월은 한 사람이 완연한 인격체로 성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렇게 녹아든 정성과 글을 향한 마음의 깊이를 한 번에 헤아리기 힘들었다. 

 

 

표지에서 넘쳐흐르는 고급 진 우아함은 토지의 시작과 너무 잘 어울린다. Gogh Edition 01 : Almond Blossom, 1890. 토지의 역사적 배경은 갑오경장 일본에 의한 강제 개방을 당했던 시기다. 대한 제국으로 발돋움을 할

https://m.blog.naver.com/k_seo_nebook/clip/7525169

새도 없이 국모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살해당했고 그녀와 척을 지고 있던 흥선대원군마저 명을 달리했다. 바람 앞의 등불마냥 위태로운 시절은 경상남도 하동의 평사리의 사람들에게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생때같은 자식을 떼어두고 집을 나간 별당아씨와 종 구천이, 되먹지 못한 최치수의 집안을 노리는 귀녀와 평산, 떠나버린 월선이를 그리워하는 용이. 겨울에서 봄으로 또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커갔고 어른들은 생을 이어갔다. 그 안에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박경리 선생님의 필력은 역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산과 들, 강과 자연으로 이어지는 풍경 묘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필사와 함께 한 느린 독서로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사투리에 읽는 속도가 붙지 않았다. 경남 지방에 3년 넘게 기거하고 있지만, 사투리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읽다 보니 점점 그들의 생활과 말투에 빠져들었다. 목소리를 상상하고 모습을 상상하면서 나만의 토지를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2권을 읽을 시간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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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시 합격 족보 - 서울대 합격자 30인이 직접 만든 100% 실제 합격 생기부 & 면접 전략
서울대 수시 합격자 30인 지음, 한정윤 기획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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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울대 수시 합격 족보
➰지은이: 서울대 수시 합격자 30인
➰펴낸곳: 포레스트북스


매년 11월 셋 째주 목요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초등교육 6년, 중등교육 3년, 고등교육 3년을 거쳐
드디어 성인이 되는 마지막 관문에 있는 거대한 문이다.
하루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정시,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을
어떻게 보내왔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수시,
대학을 들어갈 수 있는 두 개의 관문이다.


정시의 비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시의 비율이 80%로 현저히 높은 편이다.
서울대에서는 학생들의 3년간의 행적과
면접을 통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수시의 트렌드가 자주 바뀐다는 것이 변수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 학생들이
수시 전형, 입시 요강, 생기부 관리, 면접 준비까지
다 준비하기 위해선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확실히 족보라고 할만한 책이다
대한민국 수시의 기준인 서울대에서 뽑은
상위 1%의 생기부와 면접 전략을 모아놨으니 말이다.
30명의 23, 24학번 서울대생의 합격 전략의 공통점은 이렇다.


☑️ 생기부의 키워드를 찾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로 희망하는 학과와 연관 지어 생기부를 만들어 가야 한다
☑️ 교과서 안에 답이 있다
연관 교과 과목들과 자신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답은 교과서에 있다
☑️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자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외에도 너무 많은 노하우가 집결되어 있다.
특히 23년과 24년 두 번의 면접을 봤던 후기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23년도의 교수님은 다소 불친절했으나
24년도 교수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 주셨다고 한다.


또한 생기부의 독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문장은
모범답안을 따르지 말고 개성을 살려서 본인의 색으로
생기부를 정성스럽게 작성하라는 충고를 준다.


서울대 선배 30인의 노하우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수시 준비를 하는 수험생과 그 부모님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한다.
서울대 수시 준비가 막연했다면
읽을수록 구체화 되어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포레스트북스(@forest.kr_)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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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트스트림의 덫 - 러시아는 어떻게 유럽을 장악하려 했나
마리옹 반 렌테르겜 지음, 권지현 옮김 / 롤러코스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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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르트스트림의 덫

➰지은이: 마리옹 반 렌테르겜

➰옮긴이: 권지현

➰펴낸곳: 롤러코스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침범했다. 2022년 2월 24일, 전쟁이 시작되었다. 뉴스에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왜 굳이 푸틴이 이 시점에서 전쟁을 시작한 것인지, 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인지, 서방 국가들의 반응이 왜 미적지근한 것인지 궁금했다. 전쟁으로 인한 참상이 뉴스를 가득 매웠다. 폐허가 된 삶의 터전, 가장 서글픈 피해자들은 민간인들이다. 그리고 발트해에서 가스관이 폭발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2022년 9월 26일이다. 낯선 이름의 노르트스트림은 천연가스를 러시아에서 유럽, 정확히는 독일로 천연가스를 실어 나르는 가스관이었다. 범인은 과연 어느 나라의 누구일까?



<노르트스트림의 덫>은 제국주의의 야욕에 휩싸인 푸틴이 20년 동안 어떤 식으로 유럽 전역에 가스관을 깔기 위해 애썼는지 그 전략을 시기별로, 인물 별로 설명해 준다. 저자 마리옹 반 렌테르겜은 수많은 도시를 방문하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그들의 이야기 중심에는 푸틴이 있다.



🔖 가장 전략적인 자금줄은 석유와 천연가스였다. 이 돈은 군자금이었고, 이미 푸틴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59 쪽



KGB 스파이 출신, 2000년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당선, 총리직을 겸하며 5연임을 확정한 블라디미르 푸틴은 러시아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 바로 천연자원임을 알고 있었다. ’위대한 러시아‘를 꿈꿔왔던 그는 이 ‘무기’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확실히 잘 알고 있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제조국, 동서로 분리되었던 나라가 통일되면서 혼돈의 시기를 겼고 확실한 재기의 발판이 필요했던 나라인 독일과 유럽으로 ‘천연가스’라는 ‘트로이 목마’를 보내는 것이다.



🔖 사방으로 뻗어나간 관들. 가스관은 거미줄처럼 유럽 대륜 전체를 엮었고, 독일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파리처럼 그 거미줄에 걸려들었다. - 중략 - 이렇게 푸틴은 20년 동안 꾸준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덫을 놓았다.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순진하게 공모해서 만든 덫이고, 여기에 가장 앞장선 국가가 독일이다. - 69 쪽



1989년 러시아의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설립되었다. 푸틴은 가스프롬을 아주 잘 활용한다. 푸틴은 독일의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완벽한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둘은 매우 가까웠다. 프랑스 역시 손쉽게 푸틴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 거대한 강철 뱀 노르트스트림은 침공하기에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발트해 해저에서 몸을 만들고 있었다.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은 푸틴이 유럽에 선사한 트로이 목마다. 그 목마가 이번에는 잠든 무해한 뱀의 모습을 띠었을 뿐이다. 노르트스트림은 나른해 보이는 거대한 파이프라인, 바다 밑에 잠긴 거대한 물뱀이었다. - 101 ~102 쪽



슈뢰더는 푸틴의 든든한 오른팔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한다. 바로 우크라이나를 통하지 않는 가스 수송관을 발트해에 건설하는 것이다. 첫 번째 노르트스트림은 푸틴의 영토 확장을 통한 제국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야욕과 슈뢰더의 욕망이 만나 현실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 노르트스트림은 이처럼 이데올로기적 순진함, 얽히고설킨 역사, 서로 잘 꿰뚫어 본 이익이 맞물려 탄생했다. 냉전은 끝났고, 세계화는 좋은 일이며, 러시아와 서방의 평화는 영원하리라는 환상 속에서 태어났다. - 112 쪽



‘경제 정책’이라고 말하지만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러시아의 ’정치적 전략‘임을 알고 있었다. 특히 폴란드는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푸틴의 계획은 빈틈없었고 유럽의 겨울은 너무 추웠다. 그렇게 유럽은 지난 20년 동안 푸틴의 노르트스트림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노르트스트림 이전에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설치된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게 사용료를 지불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는 둘 사이의 채무 불이행이 생기면서 악화되어 갔다. 2004년 말부터 2005년 초 우크라이나에서 ‘오렌지 혁명’이 있었다. 당시 대선 이후 친러 성향의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이에 따른 대규모 부패, 유권자들의 협박, 직접선거의 사기에 저항해 오렌지색 깃발이 우크라이나에 휘날렸다. 이는 푸틴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것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유 중 하나였다.



🔖 2018년 9월 4일 코블리에우는 독일 국제방송인 도이체벨레와 인터뷰를 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천연가스 수송을 중단하려는 목적은 아주 간단합니다. 계속 경유하면 우크라이나 침공에 드는 비용이 상당해지거든요. 전쟁이 일어나면 우크라이나를 거쳐 서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이 오랫동안 불안정해질 텐데, 그러면 러시아로서는 신뢰도나 자금 면에서 큰 대가를 치러야 하죠.” - 중략 - “우리는 노르트스트림2가 완공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생각이 들어맞았죠.” - 244 ~ 245 



푸틴이 원하는 러시아는 강대국이다. 과거의 영광이 다시금 러시아를 빛나게 하는 것, 그래서 그의 업적에 번쩍이는 훈장을 달아줄 수 있는 제국주의로의 회귀이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보이나 그는 천연가스라는 무기를 굉장히 비겁하게 이용하여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을 세워 철저하게 실행해왔다.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한 가지는 바로 우크라이나의 처절한 저항이다. 전쟁 7개월 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폭발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노르트스트림은 실제 크게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요 기반 시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다. 이 폭발은 과연 누구의 소행일까. 답은 처음부터 나와있었다.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푸틴이다. 권력자의 눈먼 욕망은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노르트스트림의 덫>은 관련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굉장히 입체적으로 묘사된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마치 스릴러를 읽는 듯 긴장감이 돌고 한숨이 흘렀다. 노르트스트림이 어떻게 유럽을 똬리 틀고 숨통을 옥죄고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스토리가 펼쳐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롤러코스터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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