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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제목: 자기만의 집
➰지은이: 전경린
➰펴낸곳: 다산북스
⌨️ ’자기만의 집‘의 처음 이름은
2007년 12월에 출간된 ’엄마의 집‘이었다.
18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2025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혀 퇴색되지 않은 채 와닿았다.
⌨️ 전경린 작가님의 문체는 다양한 감정을 두드려댔다.
의아함, 안쓰러움과 애스러움,
그리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공감까지.
가슴이 담고 싶은 문장을 지나자마자
또다시 밑줄을 긋게 만드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먹먹하게 그러나 행복하게 성장해가는 마음의 크기가 느껴졌다.
⌨️ 21살 호은을 찾은 오래전 이혼 한 아빠는
중학교 2학년 이복동생 승지를
엄마에게 맡겨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당황한 엄마는 승지, 호은이를 데리고 아빠의 행방을 찾아다닌다.
아빠의 직장과 오래된 친구들을 만났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세 사람의 동거가 시작된다.
⌨️ 호은의 시점에서 소설은 흘러간다.
승지의 등장으로 엄마와 가까이 지내게 되면서
그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녀는 승지를 동생으로 인정치 않았지만
사연을 알게 되고 방황하는 마음을 이해하면서
서서히 그녀를 동생으로 받아들인다.
🔖 승지의 엄마는 팔 개월 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에 엄마가 아주 없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그리워할 빛조차 없는 무인 행성에 홀로 사는 기분이 아닐까? 춥겠지. 단순히 추운 것과는 다른, 훨씬 더 근본적인 외로움과 댕기, 오한, 습기....... - 38쪽
⌨️ 호은에게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바로 엄마와 아빠의 이혼이다.
그들은 과연 서로를 사랑하기는 했을까 싶은
의문으로 시작해서 엄마에게 심통을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아빠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다른 여자와 재혼해버린 그를 그리워한다.
그런 아빠에게 아빠로서의 역할을 강요한 채
받지 못했다고 어리광 피우는 저의 모습을 깨닫는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어왔던 것이 서서히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깨달은 것에 나 역시 가슴팍이 턱 막혀오면서 머리가 맑아졌다.
🔖 예컨대 내가 알아낸 비밀은, 어떤 부모든 바로 그 아이, 즉 나 자체를 위해 아이를 낳은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우린 누구나 지나가는 과객에 불과하다. 난 그것이 지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 217쪽
⌨️ 첫사랑은 미숙할 수밖에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끝이 나버린 첫사랑은
서로의 오해를 풂으로써 끝난다.
그 시절 뜨거웠던 감정은
이제 호은과 ’k'의 추억이 되어 손목시계 안에 담긴다.
진정한 사랑을 알기엔 조금 이른 나이.
앞으로 인생에 찾아올 사랑을 두려워하는 호은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 “걱정 마. 다른 의미는 없어. 선배가 이 시계를 맡아주면, 나 힘들어도 쓰러지지 않고 해낼 수 있을 거 같아. 국제 어두운 밤하늘 협회의 후원을 받는 작은 별같이 힘껏 반짝일 수 있을 거 같아.” - 178쪽
🔖 사랑이 시작되면 나는 두근거림보다 먼저 슬픔에 젖을 것 같다. 내 속의 어둠과 허기와 이기심을 들여다보며, 나는 사랑을 시작할지 말지 망설일 것이다. 나 같은 인간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 180쪽
⌨️ 소설의 초반부에서 호은은
이제 갓 성인으로서 미숙함과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불완전한 성년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부모님에 대한 이해와 승지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꼬여버린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냈던
‘k'와의 관계까지 그녀는 한 발 더 성장했다.
🔖 어른들이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까지도 저렇게 힘껏 받아들이는 사람들인가....... 가슴이 뻐개지도록 밀고 들어오는 진실들을 받아들이고 또, 승낙 없이 떠나려는 것들을 순순히 흘려보내려면 마음속에 얼마나 큰 강이 흘러야 하는 것일까. 진실을 알았을 때도 무너지지 않고 가혹한 진실마저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 게 삶인 것이다. - 252~253쪽
⌨️ 완벽한 모습을 가진 어른은 어디에도 없다.
삶은 만들어 가는 것이고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남지 않을 테니 말이다.
엄마를 바라보며 그녀의 삶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
엄마의 공간이 주는 훈훈함,
이 자리에 오기까지 엄마가 겪어야 했을 일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모습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엄마는 자신만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얼마간 일러스트 작업도 하고,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하고, 넉넉하진 않지만 꼭 쓰고 싶은 데에는 돈을 쓰고, 언제든 외출하고, 어디든 가며, 누구든 만났다. 무엇보다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사유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참으로 사치스러운 삶이 아닐까? 여자로 성장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웠고, 사랑도 한 뒤에 이제 한 인간으로서 독립적으로 자신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위안을 찾아가는 호은의 성장은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어찌 보면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의문점을 품을 수밖에 없는 시절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 시절 ’소통의 단절‘ ’이해의 부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놓아줘야 나아갈 수 있음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세상에 태어남 자체가 ‘시어빠진 레몬’이라지만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먹을 것이라는 호은의 다짐이 호기롭다.
‘레모네이드’는 호은의 ‘자기만의 집’이 되지 않을까.
"사랑의 결실은 변태야. 변화를 겪고 달라지는 것. 계속 사랑하는 건 계속 달라져 가는 거야." - P262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때론 생명이 그 자체의 힘으로 준비 안 된 여자들을 덮치기도 하는 거야." 엄마는 원치 않는데도, 라는 말을 삼켰을 것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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