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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트스트림의 덫 - 러시아는 어떻게 유럽을 장악하려 했나
마리옹 반 렌테르겜 지음, 권지현 옮김 / 롤러코스터 / 2024년 11월
평점 :
➰제목: 노르트스트림의 덫
➰지은이: 마리옹 반 렌테르겜
➰옮긴이: 권지현
➰펴낸곳: 롤러코스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침범했다. 2022년 2월 24일, 전쟁이 시작되었다. 뉴스에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왜 굳이 푸틴이 이 시점에서 전쟁을 시작한 것인지, 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인지, 서방 국가들의 반응이 왜 미적지근한 것인지 궁금했다. 전쟁으로 인한 참상이 뉴스를 가득 매웠다. 폐허가 된 삶의 터전, 가장 서글픈 피해자들은 민간인들이다. 그리고 발트해에서 가스관이 폭발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2022년 9월 26일이다. 낯선 이름의 노르트스트림은 천연가스를 러시아에서 유럽, 정확히는 독일로 천연가스를 실어 나르는 가스관이었다. 범인은 과연 어느 나라의 누구일까?
<노르트스트림의 덫>은 제국주의의 야욕에 휩싸인 푸틴이 20년 동안 어떤 식으로 유럽 전역에 가스관을 깔기 위해 애썼는지 그 전략을 시기별로, 인물 별로 설명해 준다. 저자 마리옹 반 렌테르겜은 수많은 도시를 방문하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그들의 이야기 중심에는 푸틴이 있다.
🔖 가장 전략적인 자금줄은 석유와 천연가스였다. 이 돈은 군자금이었고, 이미 푸틴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59 쪽
KGB 스파이 출신, 2000년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당선, 총리직을 겸하며 5연임을 확정한 블라디미르 푸틴은 러시아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 바로 천연자원임을 알고 있었다. ’위대한 러시아‘를 꿈꿔왔던 그는 이 ‘무기’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확실히 잘 알고 있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제조국, 동서로 분리되었던 나라가 통일되면서 혼돈의 시기를 겼고 확실한 재기의 발판이 필요했던 나라인 독일과 유럽으로 ‘천연가스’라는 ‘트로이 목마’를 보내는 것이다.
🔖 사방으로 뻗어나간 관들. 가스관은 거미줄처럼 유럽 대륜 전체를 엮었고, 독일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파리처럼 그 거미줄에 걸려들었다. - 중략 - 이렇게 푸틴은 20년 동안 꾸준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덫을 놓았다.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순진하게 공모해서 만든 덫이고, 여기에 가장 앞장선 국가가 독일이다. - 69 쪽
1989년 러시아의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설립되었다. 푸틴은 가스프롬을 아주 잘 활용한다. 푸틴은 독일의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완벽한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둘은 매우 가까웠다. 프랑스 역시 손쉽게 푸틴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 거대한 강철 뱀 노르트스트림은 침공하기에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발트해 해저에서 몸을 만들고 있었다.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은 푸틴이 유럽에 선사한 트로이 목마다. 그 목마가 이번에는 잠든 무해한 뱀의 모습을 띠었을 뿐이다. 노르트스트림은 나른해 보이는 거대한 파이프라인, 바다 밑에 잠긴 거대한 물뱀이었다. - 101 ~102 쪽
슈뢰더는 푸틴의 든든한 오른팔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한다. 바로 우크라이나를 통하지 않는 가스 수송관을 발트해에 건설하는 것이다. 첫 번째 노르트스트림은 푸틴의 영토 확장을 통한 제국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야욕과 슈뢰더의 욕망이 만나 현실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 노르트스트림은 이처럼 이데올로기적 순진함, 얽히고설킨 역사, 서로 잘 꿰뚫어 본 이익이 맞물려 탄생했다. 냉전은 끝났고, 세계화는 좋은 일이며, 러시아와 서방의 평화는 영원하리라는 환상 속에서 태어났다. - 112 쪽
‘경제 정책’이라고 말하지만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러시아의 ’정치적 전략‘임을 알고 있었다. 특히 폴란드는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푸틴의 계획은 빈틈없었고 유럽의 겨울은 너무 추웠다. 그렇게 유럽은 지난 20년 동안 푸틴의 노르트스트림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노르트스트림 이전에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설치된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게 사용료를 지불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는 둘 사이의 채무 불이행이 생기면서 악화되어 갔다. 2004년 말부터 2005년 초 우크라이나에서 ‘오렌지 혁명’이 있었다. 당시 대선 이후 친러 성향의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이에 따른 대규모 부패, 유권자들의 협박, 직접선거의 사기에 저항해 오렌지색 깃발이 우크라이나에 휘날렸다. 이는 푸틴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것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유 중 하나였다.
🔖 2018년 9월 4일 코블리에우는 독일 국제방송인 도이체벨레와 인터뷰를 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천연가스 수송을 중단하려는 목적은 아주 간단합니다. 계속 경유하면 우크라이나 침공에 드는 비용이 상당해지거든요. 전쟁이 일어나면 우크라이나를 거쳐 서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이 오랫동안 불안정해질 텐데, 그러면 러시아로서는 신뢰도나 자금 면에서 큰 대가를 치러야 하죠.” - 중략 - “우리는 노르트스트림2가 완공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생각이 들어맞았죠.” - 244 ~ 245
푸틴이 원하는 러시아는 강대국이다. 과거의 영광이 다시금 러시아를 빛나게 하는 것, 그래서 그의 업적에 번쩍이는 훈장을 달아줄 수 있는 제국주의로의 회귀이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보이나 그는 천연가스라는 무기를 굉장히 비겁하게 이용하여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을 세워 철저하게 실행해왔다.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한 가지는 바로 우크라이나의 처절한 저항이다. 전쟁 7개월 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폭발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노르트스트림은 실제 크게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요 기반 시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다. 이 폭발은 과연 누구의 소행일까. 답은 처음부터 나와있었다.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푸틴이다. 권력자의 눈먼 욕망은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노르트스트림의 덫>은 관련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굉장히 입체적으로 묘사된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마치 스릴러를 읽는 듯 긴장감이 돌고 한숨이 흘렀다. 노르트스트림이 어떻게 유럽을 똬리 틀고 숨통을 옥죄고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스토리가 펼쳐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롤러코스터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