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역사의 몽골 제국 정복사 : 칭기즈칸의 정복전쟁 편 - 18만 유튜버 별별역사의 대유잼 콘텐츠, 이젠 만화로!
김도형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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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도 아닌 것이 만화를 읽는 것 같았다. 귀여운듯 무서운 캐릭터-무시무시한 능력치를 가진 군인들-가 에피소드를 이끌어간다. 영화 한 편 보듯 단숨에 일독을 했다. 이런 책은 다음 장이 궁금해서 찔끔 읽을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초원의 나라 몽골제국의 정복사를 단시간에 정리하고 싶은가? 그러면 이 책을 보라. 마치 영화를 보듯.


너무 빨리 끝난 책읽기가 아쉬워 영화를 한 편 이어서 봤다.  2007년작 ‘몽골’이란  영화다. 영화는 분열된 유목부족을 하나로 통합하고 ‘칸’으로 등극한 테무진의 성장 과정부터 평생의 안다(의형제)인 자무카와의 결전까지를 보여준다. 몽골 기마병이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여 단기간에 부족 연합을 이뤄내고 주변 강대국을 격퇴할 수 있었던 저력이 무엇인지 매우 거칠고 투박하게 보여준다. 마치 몽골 초원이 그러한 것처럼.


이전부터 들었던 의문이 있었다. 칭기즈 칸은 잔혹한 정복 전쟁을 왜 했는가?  마케도냐의 알렌산도로스 대왕과 비교되기도 하는 그의 정복전쟁의 결과는 추종을 불허한다.  분열된 부족 간의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테무진은 아내도  빼앗기는 고초를 당한다. 그뿐인가. 그의 부족 전체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것은 당시 몽골 초원 뿐만 아니라 중국과 서하, 중동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불안한 정치 상황에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시대를 겪은 일본의 통일을 이뤄낸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대륙 정벌을 획책한 것처럼, 몽골을 통일한 테무진은 칸으로 등극한다. 그는 빠른 기동력을 가진 군마-체구는 작으나 지구력이 좋은- 그에 특화된 칼과 활로 무장한 기마병을 이끌고 실크로드의 땅 서하를 침공한다. 동서양의 무역로를 차지한 몽골은 국력을 키워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를 친다. 그러나 금나라는 만만치 않은 강국이었다. 숨을 고른 몽골은 서쪽의 서요를 복속시킨다. 


세를 불린 몽골은 카스피해 인근의 이슬람  국가인 호라즘을 공략한다. 도무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산맥을 넘은 몽골의 공격은 예전에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공략한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떠올린다. 아무튼 유럽으로 가는 길목까지 접수한 그들에게 비보가 전해진다. 늙고 병든 테무진이 낙마 사고를 당해 끝내 유명을 달리한다. 몽골은 칸이 죽으면 모든 전쟁을 중지하고 장례에 참여한다고 한다.  숨을 고른 몽골은 중원의 금나라를 재공략한다. 당시 중국의 송은 패퇴를 거듭해 남쪽으로 옮긴 상태였다. 테무진의 유언을 받든 아들 오고타이와  장수들은 금을 끝내 무너뜨린다.  이후 그들은 유럽으로 향한다. 


끝이 없을 것같은 몽골의 정복전쟁은 중원 땅에 원 제국을 세우고, 고려를 침공 다음 일본에 2번이나 출정하는데까지 이어진다. 아마도 그들이 급속도로 쇠락의 길에 접어든 것은 만만치 않았던 고려의 저항과 일본 정벌의 실패의 후유증이 아닌가 한다. 물론 군사력에 비해 문화적 저력이 일천했던 것이 더 큰 요인으로 보인다. 아무튼 역사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통찰을 준다. 


저자가  유튜브에서 ‘별별역사’란 이름으로 역사 콘텐츠를 독특한 캐릭터와 간결한 설명으로 소개하던 내용을 단행본으로 냈다. 



숙적 자무카와의 전투 끝에 몽골을 통일한 칭기즈 칸. 통일 몽골을 세운 칸은 이제 대외 팽창을 꿈꾸는데... 처음 정복 목표는 탕구트족의 나라, ‘서하’였다. (10p)

칸의 유언대로, 정복된 서하는 남김없이 모조리 파괴되고 만다. 서하 국왕은 물론 영하에 살던 주민 전부가 몰살되었다고. 그런데, 몽골군은 아직은 칸의 죽음을 알지 못하고 매우 기뻐했으니... 칸은 함락 전까지 자신의 죽음을 비밀로 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2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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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작동할까? 도구와 기계의 원리 - 재미있는 과학책
스티브 파커 지음, 공민희 옮김 / 키즈프렌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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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책을 펼쳐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어린이 책이라 생각했는데 내실이 만만치 않다. 대학생 아들에게 물어보니 요즘 초등학생 수준 맞다고 쿨하게 답한다. 내가 국민학생 때는 이런 퀄리티를 가진 책이 드물었다. 그리고 21세기를 사는 밀레니엄 세대들의 지적 능력을 간과한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나이 먹었다고 우쭐대거나 아이라고 하대 또는 무시해서는 안된다. ‘나때’의 경험과 지식은 시효가 지났거나 폭이 좁아서 요즘 통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겸손하게 다시 배우기를 시작해야 한다.

중학생 때인가 싶다. 집에 있던 낡은 라디오가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서 무턱대고 나사를 풀고 분해를 했다. 어찌어찌 해체는 했는데 다시 조립하지 못하고, 망가뜨려서 혼이 난 적이 있다. 내 호기심과 무모한 도전은 거기서 그쳤다.  전기나 기름 같은 원료를 넣어주면 신기하게 생명(?)이 생겨난 것처럼 작동을 시작하는 기계와 장치들을 그간 수없이 많이 다뤄 왔다. 그러나 이 녀석들이 어떤 원리로 움직일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기껏해야 조립 컴퓨터의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는 정도.  그저 장비를 사용하고, 고장 났을 때 수리를 맡기는 것에만 신경을 썼을 뿐이다.

이 책 ‘어떻게 작동할까? : 도구와 기계의 원리’는 재미있는 과학책을 표방한다. 솔직히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아니 이런 류의 책이 재미가 줘야 한다는 과한 요구로 보인다. 그렇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익숙하게 매일 사용하거나 주변에서 보던 장비들의 작동 원리를 상세도와 사진, 세심한 설명을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를 넘어서 재미를 안겨 준다. 물론 집중해서 봐야 한다. 어떤 책이든 주마간산 격으로 보면 이해하고 내것으로. 남는 것이 별로 없기에 그렇다.

저자 스티브 파커는 런던 동물학회원이면서 과학 분야 자유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가정에서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 계산기, 컴퓨터와 모니터에서 시작해서 자동차, 비행기, 선박,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150개 장치를 소개한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부터 마치 다 아는 것처럼 표정은 짓지만 실상 그 속이 궁금한 어른도 흥미를 갖고 탐독할 역작이 아닌가 한다. 책장을 넘기다 관심이 있는 기계의 속살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또 무심히 책장을 넘긴다. 몇 개를 더 보고 책을 덮고 거실 탁자에 두었다. 언제든 곁에 두고 열어볼 도감 같은 책이다.  용어사전을 부록으로 두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돕는 것은 덤이다.

<아하, 그렇구나!>
최초의 가상현실 기계 중 일부는 파일럿과 승무원용으로 나온 비행 시뮬레이션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기간에 천체항법 훈련기라고 불리는 높이 13.7m의 거대한 기계가 폭격기 승무원들이 야간 임무를 수행하는 연습용으로 사용되었다.

<어머나, 정말?>
가상현실 장비가 더 빨라지고 복잡해지면서 신체에 더 많은 감각적 자극을 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각기 다른 냄새를 가진 작은 알갱이가 헤드셋에서 연기를 피워 소방관들의 가상 화재 훈련에 사용된다.

가상현실(VR)...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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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
칼 윌슨 베이커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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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5월, 가정의 달도 시나브로 돌아왔다. 백세 인생 전환점을 돌게 된 아내를 위해 책을 한 권 골랐다.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는 책 제목 그대로 독자가 자기 인생의 성장 과정에 따른 단상을 작성하도록 한다.  화사한 표지 디자인을 한 양장본이라 소장각 느낌이 난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다.  책은 책이로되 9할 이상은 펜을 들고 직접 빈칸을 채워야 하는 메모리북(memory book)이다.

나이 50세이면 지천명이라 했다. 하늘의 명령을 알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다. 시나브로 반백을 넘어선 시점에서 지나간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유의미하다.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을 갖고서. 주말 아침, 시간을 비워두자. 혼자만의 시간과 장소를 만든다.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물어보자. 이 책의 매력은 독자가 펜을 들고, 차와 커피, 음악을 곁들여서 빈칸을 직접 채워가는데 있다. 박지성과 손흥민의 축구를 지켜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공을 차는 것과 같다.

내가 살아온 발자국을 반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만은 아니다. 감추고 싶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같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최근 있었던 인사청문회를 보면 한 인물의 가정사를 짐작할 수 있는 여러 단서들이 나온다. 후보자의 치적보다는 감추고 싶은 오점과 의혹들을 들춰대는 모양새다. 범인이라 해서 다를까 싶다. 아내에게 선물로 준다하니 기겁을 한다. 자신의 삶의 기록. 빈칸을 채우는 작업도 지난한 일이고,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더 큰 숙제다.

일단 우리 집엔 딸이 없어서 책에 수록된 질문 중에 해당사항 없는 것이 몇몇 있다. 중년의 어머니가 이제 결혼을 앞둔 딸을 바라보며 자신의 청춘 때를 회상하고 기록하라는 것이 이 책의 미션이다. 물론 몇몇의 질문은 과감하게 패스할 수도 있으니 독자 겸 자기 역사 기록자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득하게 내 역사 기록하기에 천착하는 게 아니겠는가. 희열의 순간 뿐 아니라 회한의 기억 또한 또박또박 적어 보자. 십년, 20년 뒤에 다시 꺼내 읽어볼 수 있게.

어렸을 땐 어른이 되면 지혜롭고 자애롭게 되는 줄 알았다.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나이만 먹었다 뿐이지 지혜롭지도, 자애롭지도 않은 부족하기 짝이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태와 탐욕의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자신을 부단히 제어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그렇게 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가장 먼저 가정에서 시작된다. 부모가 되어 봐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다. 이제 노후를 준비하며 성인이 되어가는 자녀들에게 삶의 경험과 반면교사의 셀프북을 남겨주자. 물론 나 혼자 감춰두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삶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기 전에 이 메모리북 또한 파쇄하거나 소각하면 되는 것이고...


나의 삶을 살기 위해 꼭 거창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을 자신의 말로 기록한다면 나는 삶의 주체이자 기록자가 될 테니까요. 이제 그리운 그때의 나에게 인사를 건네세요. 나의 순간을 살아가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5p)

나의 첫 기억은 무엇인가요? (50p)

사춘기 시절의 나는 어땠나요? (102p)

어른의 무게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142p)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하고 말했을 때 어땠나요? (169p)

엄마가 되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 우리 엄마의 행동은 무엇인가요? (186p)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229p)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나의 기록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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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 나를 잃지 않고 나와 마주하는 경계의 감정
이창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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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인사청문회를 집중해서 봤다. 요즘은 그냥 넘긴다. 질책하는 사람이나 해명하는 사람 얼굴 보는 일이 쉽지 않다. 내가 저 자리에 앉아있다면 하고 생각해 본다. 어느 자리든 상관없다. 나는 부끄럼이 없는가.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낯짝에 철판을 깔 수 있는가 없는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인 저자 이창일의 신간 ‘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은 부끄러움이 사라진 사회 현상과 이유를 역사와 종교, 철학, 사상, 언어, 정신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설명해 준다.

부끄러움이란 감정이 무엇인가. 신체와 감정은 분리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종종 사이코패스(또는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반사회적 인물을 언론이나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감정을 통제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때문에 흉악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주변인들이 평범하고 자상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진술하게 된다. 이 뿐 아니다. 국가나 조직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언행도 용납이 되고, 오히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지도자를 무능하다고 지탄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인간이 수치를 느끼는 여러 변수들을 소개한다. 그것은 과학, 심리, 종교, 문화, 인종에 걸쳐 다양한 양태와 변이를 갖고 있다. 인간은 보통의 동물들보다 매우 발전된 수준의 수치라는 감각을 갖고 있다.  저자는 수치를 아는,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행위가 처세와 생존의 일환임을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한다. 부끄러움의 철학, 부끄러움의 미학. 이런 단어가 사라지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뻔뻔할 줄 아는 것이 능력으로 인정 받는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벌’에서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심경 변화를 극적으로 묘사한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노파를 죽은 것은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가  매춘부 소냐를 만난 이후 심적 변곡점을 맞게 된다. 비로서 수치와 죄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인정한다. 격동의 시대에 사람들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정당화하려 한다. 이것이 개인을 넘어서 국가 단위로 이뤄지면 전쟁과 같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그럼에도 국익이란 이름 아래 미화되고 수치스런 진실을 감춰진다.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

‘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은 독자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는 힘이 있다. 중국의 맹자는 수오지심이 없으면 비인이라고 했다고 한다.(259p). 비인을 직역하면 ‘사람이 아니다’ 정도가 된다. 부끄러움과 혐오의 감정은 인간에게 본질적인 것으로 이것이 없으면 겉모양은 사람이되, 사람이라 할 수 없다. 저자는 이런 본질적 감정의 결여가 태생적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 교육과 경험의 결과인지 여러 연구 결과를 아우르며 설명을 한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사람은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태생이나 환경 탓으로 자신의 현재 모습을 합리화 시키는 것은 뭔가 부족해 보이는 이유이다.

결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읽기 시작하면 그 묵직함에 비해 빨려 드는 매력이 있다.
 

수치는 두 얼굴을 하고서 그림자 속에 숨어 있지만, 어느 얼굴을 들이밀지 모른다 하나는 파멸로 이끄는 얼굴이고, 또 하나는 지금의 처지가 오히려 위험하다는 경고와 함께 분심을 돋우어 앞으로 나가게 하는 얼굴이다. 그런 뜻에서 그림자는 모든 사악함과 추함의 총체가 되지만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지금보다 더 위에 있는 자신으로 이끄는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193p)

신이 항상 있으니 어떻게 피할 것인가? 신은 숨겨진 곳에 계시지만 늘 나와 함께 있으니 이보다 더 드러난 것이 있을까? 작은 일조차 모두 드러난다. 내면 속의 아무리 작은 감정도 생각도 모두 드러난다. 그러니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것이다. (289p)

현재를 사는 우리도 시인 윤동주가 남긴 고뇌의 길을 걷는다. 우리 시대는 그때보다 여건이 훨씬 좋다. 그런데 부끄러움은 줄지 않는다. 그의 밈이 없이니 가라지가 천지를 덮을 것이다. 시인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범람하는 시류를 버텨주는 지주가 되었다. (3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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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들은 페미니스트로 자랄 것이다
오렐리아 블랑 지음, 허원 옮김 / 브.레드(b.read)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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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들은 페미니스트로 자랄 것이다. 이 제목에도 나름의 정서적 억압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꼈다. 부모가 자녀의 정체성을 자신의 성향을 따라 규정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부모로서 자녀가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세상과 이웃들에게 이로운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관과 정체성을 추구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대와 국가별로, 지형과 문화, 경제적 배경에 따라 이 기준은 변화해 왔다.

최근 아무개 편의점의 이벤트 홍보 포스터 도안과 문구가 논란이 되었다. 평소 일상에 매여 살다보니 남혐, 여혐 단체와 활동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둘 여유가 었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근자에 이르러 남성 중심사회에서 양성 평등 사회로 전환을 위한 여러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상과 의식 깊이 스며든 남성 중심사고는 여전하여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이에 강성을 띤 여성 단체들이 등장하고, 홈페이지나 카페 등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그동안 차별받던 여성 지위를 동등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은 바른 방향설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대 진영에 대한 배척과 혐오를 통한 대립 구도를 만드는 것은 매우 아쉽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일방에게 유리한 관계 설정은 과거의 유산으로 박제시켜야 하겠다. 프랑스의 언론인 오렐리아 블랑이 쓴 ‘나의 아들은 페미니스트로 자랄 것이다’는 현재진행형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차별과 차이 가운데 살고 있다. 정치와 경제, 종교와 문화, 인종의 차이는 현실적인 차별과 유리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저자는 묵묵히 적어 낸다.

책을 읽으면서 인권의 나라로 인식된 프랑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가 위력을 사용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인지상정이란 것을. 그럼에도 이성과 지성을 가진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본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몇십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는 남아를 선호했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여성과 남성의 성별 역할을 구분하는 문화적 경계도 낮아졌다.

저자가 경계하듯 인간이 이성과 지성의 힘으로 다시 기어 오르려는 본능-나의 유익과 쾌락을 위해 다른 약자를 착취하려는-을 억제하지 않으면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은 암담하다. 때문에 부단한 교육을 통해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격 훈련을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어서 학교 교육과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양성 평등이란 구호가 아닌 인간 존중이 체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회적 운동이나 캠페인 차원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존중(배려)하는 기본기를 장착해야 한다. 이것이 자녀를 양육하는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 아닐까 한다.




남자들에게 섬세함을 버리라고 명령하던 구시대의 남자다움 도식은 소년의 감성을 희생하고 지배 정서를 강화했다. 이는 평등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토대가 되기에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니다. 구시대의 성차별적 교육과 반대 입장을 취하려면 일단 교육의 지향을 바꿔야 한다.
(134p)

무엇보다도 페미니즘은 씩씩하고 남자다워야 한다는 강압에서 그들을 해방해 준다. 성별이라는 굴레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성과를 보여주어야만 한다는 압박 따위는 잊고, 이들은 훨씬 유연하고 부드러운 남성성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여성을 비하하지 않아도 당당하고 굳건한 남성성, 결국엔 진정 평등한 세상을 이루는 것을 가능하게 해줄 그런 남성성 말이다. (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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