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
칼 윌슨 베이커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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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5월, 가정의 달도 시나브로 돌아왔다. 백세 인생 전환점을 돌게 된 아내를 위해 책을 한 권 골랐다.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는 책 제목 그대로 독자가 자기 인생의 성장 과정에 따른 단상을 작성하도록 한다.  화사한 표지 디자인을 한 양장본이라 소장각 느낌이 난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다.  책은 책이로되 9할 이상은 펜을 들고 직접 빈칸을 채워야 하는 메모리북(memory book)이다.

나이 50세이면 지천명이라 했다. 하늘의 명령을 알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다. 시나브로 반백을 넘어선 시점에서 지나간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유의미하다.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을 갖고서. 주말 아침, 시간을 비워두자. 혼자만의 시간과 장소를 만든다.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물어보자. 이 책의 매력은 독자가 펜을 들고, 차와 커피, 음악을 곁들여서 빈칸을 직접 채워가는데 있다. 박지성과 손흥민의 축구를 지켜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공을 차는 것과 같다.

내가 살아온 발자국을 반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만은 아니다. 감추고 싶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같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최근 있었던 인사청문회를 보면 한 인물의 가정사를 짐작할 수 있는 여러 단서들이 나온다. 후보자의 치적보다는 감추고 싶은 오점과 의혹들을 들춰대는 모양새다. 범인이라 해서 다를까 싶다. 아내에게 선물로 준다하니 기겁을 한다. 자신의 삶의 기록. 빈칸을 채우는 작업도 지난한 일이고,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더 큰 숙제다.

일단 우리 집엔 딸이 없어서 책에 수록된 질문 중에 해당사항 없는 것이 몇몇 있다. 중년의 어머니가 이제 결혼을 앞둔 딸을 바라보며 자신의 청춘 때를 회상하고 기록하라는 것이 이 책의 미션이다. 물론 몇몇의 질문은 과감하게 패스할 수도 있으니 독자 겸 자기 역사 기록자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득하게 내 역사 기록하기에 천착하는 게 아니겠는가. 희열의 순간 뿐 아니라 회한의 기억 또한 또박또박 적어 보자. 십년, 20년 뒤에 다시 꺼내 읽어볼 수 있게.

어렸을 땐 어른이 되면 지혜롭고 자애롭게 되는 줄 알았다.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나이만 먹었다 뿐이지 지혜롭지도, 자애롭지도 않은 부족하기 짝이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태와 탐욕의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자신을 부단히 제어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그렇게 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가장 먼저 가정에서 시작된다. 부모가 되어 봐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다. 이제 노후를 준비하며 성인이 되어가는 자녀들에게 삶의 경험과 반면교사의 셀프북을 남겨주자. 물론 나 혼자 감춰두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삶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기 전에 이 메모리북 또한 파쇄하거나 소각하면 되는 것이고...


나의 삶을 살기 위해 꼭 거창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을 자신의 말로 기록한다면 나는 삶의 주체이자 기록자가 될 테니까요. 이제 그리운 그때의 나에게 인사를 건네세요. 나의 순간을 살아가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5p)

나의 첫 기억은 무엇인가요? (50p)

사춘기 시절의 나는 어땠나요? (102p)

어른의 무게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142p)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하고 말했을 때 어땠나요? (169p)

엄마가 되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 우리 엄마의 행동은 무엇인가요? (186p)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229p)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나의 기록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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