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손실 제로의 법칙 - 손실은 최소화하고 성과는 극대화하는
시미즈 가쓰히코 지음, 권기태 옮김 / 성안당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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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정보, 보고서와 분석 자료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런데 수단에 너무나도 많은 인력과 비용 그리고 시간이 투여되고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기회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목적을 명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분석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182p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은 가계는 물론 기업, 각국 정부에게 많은 어려움을 언겨주고 있다. 물론 감염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매출을 올린 분야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제 주체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진행형인 이 전세계적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는 정부는 물론 개개의 기업과 가계에도 주어진 현실 과제이다.

이런 때에 읽은 시미즈 가쓰히코 교수의 신간 ‘기회손실 제로의 법칙’은 매우 심플하지만 유용한 지도 또는 내비게이션 같은 실전 조언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기업의 의뢰를 받고 전략 컨설팅을 하거나 대학에서 조직 변혁, 전략 실행 등의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다. 요새 눈에 띄고 귀에 착 감기는 제법 긴 카피라이터. “기본에 충실하고, 시간을 아끼며, 자기관리에 철저한 인재야. 뽑아! “. 사장님이 면접관으로 직접 나선 모양인데 사람 보는 눈이 여간 보통이 아니다. 물론 잘못 뽑아도 사장님 안목이었으니, 인사팀은 한숨 돌릴 수 있겠다 싶다.

일본인 저자들의 책을 읽을 때 드는 느낌이 있다. 글이 군더기가 없고 담백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의 문화와 사고체계의 영향 때문 아닌가 싶다. 저자의 책도 간결하다. 그리고 즉시 실행을 주문한다. 1부에서는 즉시 적절한 전략을 실행하라고 한다. 잘못된 의사결정과 잦은 계획 변경, 쓸모 없이 시간을 축내는 회의 문화 등의 기회손실을 꼬집어 낸다.

2부에서는 완벽주의의 함정을 지적한다. 길을 잘못 들어 선 것을 알았을때는 그간 들인 비용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고-매몰비용- 돌이켜야 한다. 그리고 루틴화 된 업무 프로세스와 안주하려는 조직의 관성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지나친 계획은 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지금도 생각하면 안타까운 세월호 침몰 사고 때의 기억이다. 요란하고 자극적인 언론 보도 말고, 나중에 간간히 접하게 된 진상보고서의 단편들-정작 언론들은 이때는 관심이 없는 건지, 아예 외면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울 보면 급박한 현장 가운데서도 상부 보고에 정신 없이 휘둘리는 해경 정장이 오버랩된다. 분명 헐리우드 재난 영화와는 달랐다. 급박한 현장 상황을 보고 즉시 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서, 그 현장을 잘 모르는 상부의 지침을 기다려야 한다는... 기회손실의 예시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 3부에서 저자는 기회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3가지 제시한다. 우선순위 선정 기준을 만들어라. 수단을 목적으로 삼지 말라. 1번 핀-중요성이 높은 과제-을 공략하라. 그러면서 저자는 경험과 상식이란 말에 휩쓸리지 말라고 말미에 조언한다. 미증유의 상황에서는 과거의 경험과 상식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그 내용은 다를지라도 원인 분석과 해법 도출, 실행의 과정은 비슷하다. 때문에 수많은 선택과 결정, 그리고 실행의 과정을 통해서 앞으로 닥쳐올 위기와 문제에 대응할 내공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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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역전
이명찬 지음 / 서울셀렉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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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명찬 박사의 신간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韓日逆轉(한일 역전)’은 그간의 상식을 무너뜨린다. 1980년대에 중고등학생이었던 지금의 4~50대에게는 전후 패전국이 상처를 딛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일본의 위상이 여전히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미국의 주요 기업과 부동산을 무서운 기세로 사들였다. 경제와 과학기술, 사람들의 문화 수준이 거의 한 세대(약 30년)가 뒤처졌다고 비분 강개하시던 역사 선생님의 음성이 아직도 기억 난다.


2018년에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사람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피해 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주요 원자재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그간 일본에서 대부분 수입하던 반도체 생산 소재들을 국산화 추진 등 다양한 수급 루트 확보에 나섰다. 2~3년이 지나고 일본 정부의 성급한 조치는 일본 기업의 수출 감소와 한국 기업의 자생력 강화라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본이 한국에게 여러 분야에서 추월당한 이유를 일본과 일본인의 입을 통해서 설명한다. 특히 일본 정치의 후진성에 대해 설명한 제1부와 백미라 할 수 있는 부록 ‘코로나 대실책의 주역들 : 자민당 우익의 계보’는 탁월하다. 동시대를 영위하고 있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개최 예정이었던 하계 올림픽을 연기했고, 금년 개최도 불분명한 상태다. 저자는 일본과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역사 인식의 차이점을 설파한다. 같은 패전국인 독일의 태도와 너무나 다른 일본인들. 왜 그럴까? 일본인들은 일본이 패전한 것이 아니라 다만 종전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일본은 미군정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일본은 천황제를 존속시키기 위해 평화헌법-전쟁 수행을 위한 일체의 군대를 갖지 않겠다는-을 제정한다. 이후 한국 전쟁의 발발을 이유로 일본은 재무장-미국의 동조 아래-을 하게 되었고, 공공연히 보통국가-전쟁 수행이 가능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중국 등 과거 일본제국주의의 피해 국가와 개인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도 없이 슬그머니 넘어가려는 행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또한 일본의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부분도 지적한다. 1989년 시가총액 순으로 세계 상위 20개사 중 일본 기업들이 14개나 있었다. 그러나 2018년 현재 세계 20위 기업 중 일본 기업은 하나도 없다. 1989년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던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이 급부상하는 동안 일본 기업들은 현상 유지한 것이 원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저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들은 여전히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다. 일본 정치의 후진성과 사회 문화적인 폐쇄성을 어느 정도 개선해 간다면 언제든 다시 치고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지정학적 요지에 위치한 한국은 북한과의 신뢰 회복, 주변 열강과 지혜로운 외교, 경제 협력 등을 통해서 국력 신장은 물론 개개인의 역량도 내실 있게 해서 과거의 치욕과 실패를 거듭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읽기에 쉽지 않은 내용도 있었지만 한 번은 읽고 생각해볼 만한 책이다.

 

코로나19 감염 확대로 재택근무가 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기업 특유의 ‘도장 문화’가 재택근무를 가로막는 벽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도장 문화를 바꾸자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감염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서류에 도장을 찍으러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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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쇼퍼 - 읽고 싶어지는 한 줄의 비밀
박용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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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부제를 읽어봐야 조금 이해가 된다. ‘읽고 싶어지는 한 줄의 비밀’. 거기에 더해 ‘정보 홍수 시대, 쓸모 있는 정보를 고르는 필터형 인간으로 사는 법’까지 읽으면 이 책이 지향하는 지점을 알 수 있다. 제목처럼 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5개의 매대(賣臺)에 각각 14개씩 헤드라인을 진열해 두어서 장 보는 사람-쇼퍼(SHOPPER)-이 눈에 띄는 대로 골라 볼 수 있다.


진열장 이름도 재미있다. 유쾌한, 유익한, 참신한, 궁금한, 심오한 헤드라인이다. 제목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는 실제 기사의 헤드라인과 본문, 거기에 저자의 촌평을 더했다. 18쪽에 소개된 ‘불만 없어요, 우리집 부엌’이란 헤드라인은 이게 뭔 소린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기사 내용의 골자는 기존의 가스레인지는 점점 사라지고 전기 인덕션이나 에어프라이어 등으로 주방 제품이 변화해 가는 세태를 짚어주는 준다. 저자는 자신의 촌평인 ‘스치는 생각’란에서 과거에는 안방의 집안의 중심 역할이었는데, 아파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부엌(거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음을 말한다. 안방이 자리를 빼앗은(?) 부엌(거실)에 대한 불만(不滿)이 아니라 불(火 )만 없을 뿐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소파, TV, 식탁, 주방시설-은 다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헤드라인은 알고 나면 뻔한 내용도 기막힌 반전으로 머릿속에 각인시켜 주는 매력이 있다. 저자는 2019. 1. 1.~2020. 8.31.까지 국내 4개 신문 헤드라인을 검색한 후 5개 카테고리로 분류했다고 한다. 저자의 수고로운 작업 덕분으로 좋은 생선이나 과일 고르듯, 좋은 기사(記事) 고르는 안목이 생기겠다. 물건이나 정보를 파는 사람들이야 실제 내용과 상관없이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잘 팔리길 기대하겠지만, 사는 사람(쇼퍼)의 입장은 다르다. 번듯한 겉모습에 혹해서 잘못된 구입을 하게 되면 비용은 물론 시간까지 허비하게 되고, 무엇보다 기분이 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듯 정보 과잉의 시대에 내게 필요한 정보를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값지다.


진열장 순서대로 쇼핑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신문 기사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것. 저자가 엄선한 이미 신문(新聞)이 아닌 구문(舊聞)을 읽다보니 그 당시의 호들갑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299쪽 ‘제로페이는 착하지 않다’는 2019. 3. 7.자 H경제 신문 기사를 소개한다. 기사의 논지는 서울시의 제로페이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민간의 영역에 세금을 들인 관제 서비스는 ‘시장을 교란하고 민간 혁신의 싹을 짓밟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의 정점을 구가하고 있는 선진국가들은 그로 인한 역기능 해소를 위한 다양한 대안 정책들-수정자본주의 측면-을 시행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맞아 제로페이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일정부분 편익을 주는 방편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언론의 호들갑은 항상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더 문제로 번져가지 않게 하는 순기능도 분명 있다.


손 가까이에 두고 언제든 꺼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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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처음이라 - 유능한 팀원을 만드는 코칭리더십 22
남관희.윤수환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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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활, 특히 직장 등 조직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이다. 회사 등의 직장은 계급 사회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기업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에서 개인의 사정이나 성격을 일일이 배려하고 챙겨 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어느 조직이든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곳이라서 팀장(리더)는 이 부분 또한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물론 로봇과 인공지능이 알아서 일하는 4차 산업혁명의 완숙기라면 다른 그림이 펼쳐지겠지만 적어도 현재는 그렇다.

조직에서 어느 정도 연차와 경력, 실적을 쌓게 되면 승진을 거듭하여 중간 관리자가 된다. 일반 회사에선 팀장, 공공기관에선 과장급 정도가 되겠다. 그런데 평직원일 때는 위에서 시키는 일을 성실히 하면서 동료들과 잘 지내면 되었는데, 팀장이 되면 여러 명의 팀원을 이끌어 가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라때 세대는 그나마 상명하복으로 돌아가던 조직문화를 대물림이라도 했는데 최근에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는다. 

신참 때 과거의 권위적 조직 문화를 맛 봤던 세대가 팀장급이 된 작금의 시대 문화가 달라진 것이다.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일부는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동시대의 팀장들은 낀 세대이다. 마지막 라때 세대를 임원으로 모시는 한편 스팩과 개인주의로 무장한 후배 세대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코칭 전문가인 남관희, 윤수환이 같이 쓴 신작 ‘팀장은 처음이라’는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신참 팀장들을 위한 현장 실습서라 할 수 있다. 22가지 에피소드와 메시지를 담아냈다.  단순한 리더십 이론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힐 만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문제의 원인 분석과 해법을 제시한다. 실습용으로 사용 가능한 것이 팀장과 직원 간 갈등과 문제 해결 과정의 대화 예시를 오글거릴 정도로 상세하게 기술해 놓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각 에피소드 마지막 장에 핵심을 복습할 수 있도록 콩트 같은 삽화를 수록해서 기억을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많은 코칭 중에 단 하나라도 내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머릿속 지식으로 많이 알면 무엇에 쓰겠는가?  꼭 신참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부하 직원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사무실 서가에 잘 안보이게 두고, 상황 발생 때마다 몰래 꺼내 볼만한 책이다. (직원들에게 내가 이 책을 보고 있음을 알게 하지 말라)


상대방의 허락을 구해 코칭 대화를 시작한다. 초반에는 주로 잘 들어주고 이해해준다.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중간중간 인정해주며, 목표를 더 높이 가져갈 수 있도록 독려한다. 대화는 경청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가며, 더 큰 믿음을 부여하고 숨어 있는 자신의 존재를 찾아내도록 도우면서 훈훈하게 마무리한다.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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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 특권과 반칙 극복할 돌파구, 신뢰와 법치에 대하여
정병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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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도발적인 제목이다.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그런데 책 제목에 ‘?’표가 없다. 그럼에도 마음 속으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조금이라도 정치와 경제, 사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가 겪은 격변의 세월을 기억할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36년을 겪고 나서 연합국의 일원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다시 피점령국이 되어 남북으로 나눠져 군정을 거쳐 각각 정부 수립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남과 북은 전쟁을 치르고 정전 상태로 70여년 세월을 지나왔다. 특히 한국은  독재, 군사 정변, IMF, 국정농단 등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전후 경제 개발과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서 제국주의 식민지를 겪었던 국가 중에 독보적 위상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저자 정병석은 전작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에 이어 신작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에서 성장과 퇴보의 갈림길에 선 우리나라의 현실태와 문제점을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국가와 시민 개개인이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퇴보와 소멸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을 역사적 사례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했던 제국들이 성장의 정점을 찍은 이루 점차 쇠락해 가다가 신흥 강국에게 패권을 넘겨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저자는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를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의 팽배, 법치의 붕괴, 불공정과 혐오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신분제의 폐단, 일제 강점기 기간 중 친일세력과 항일 독립운동가, 남북한 간의 체제 경쟁 등의 굵직한 격변이 1세기 안에 응축되어 있다 보니 서로 대립하고, 불신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외부 환경적 아픔이 있음을 저자는 통시적으로 들려 준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문제다라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 아니다고 저자는 강변한다. 불신이 만연한 이유는 수많은 토론과 저작들을 통해 드러났다. 이제는 남들이 먼저가 아닌 이 책을 읽은 독자 스스로가 먼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재미있는 예를 들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나라들의 보통 시민들은 일과 후 술집에서 한 잔 하며 하루의 회포를 푸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클럽, 자녀와 함께 하는 생활을 한다고 한다. 사회 변혁을 위한 시민들의 자율적 토론 모임을 갖는 나라도 있다.

무너진 신뢰와 법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방향은 알았다. 이제는 이것을 어떻게 현실화 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검찰 개혁이란 과제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집안에 검사가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어 하는 생각부터 고쳐 먹는데서 개혁은 시작된다. 사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우리 사회는 뒤늦었지만 변화를 시작했다. 초등학생 학부모가 스승의 날이 다가오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전관예우가 여전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다른 나라의 판검사들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막는 법령이 없음에도 자체적인 윤리강령을 철저하게 지켜서 스스로 개업을 자제한다고 한다. 그러한 판검사들을 시민들이 존경하고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데 나 또한 옛생각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신뢰와 법치’에 관해 이야기하면 누구나 ‘문제가 있다, 매우 중요하다,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을 생각하면 다들 막연해진다.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할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주제라는 의미이다. 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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