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역전
이명찬 지음 / 서울셀렉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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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명찬 박사의 신간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韓日逆轉(한일 역전)’은 그간의 상식을 무너뜨린다. 1980년대에 중고등학생이었던 지금의 4~50대에게는 전후 패전국이 상처를 딛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일본의 위상이 여전히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미국의 주요 기업과 부동산을 무서운 기세로 사들였다. 경제와 과학기술, 사람들의 문화 수준이 거의 한 세대(약 30년)가 뒤처졌다고 비분 강개하시던 역사 선생님의 음성이 아직도 기억 난다.


2018년에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사람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피해 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주요 원자재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그간 일본에서 대부분 수입하던 반도체 생산 소재들을 국산화 추진 등 다양한 수급 루트 확보에 나섰다. 2~3년이 지나고 일본 정부의 성급한 조치는 일본 기업의 수출 감소와 한국 기업의 자생력 강화라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본이 한국에게 여러 분야에서 추월당한 이유를 일본과 일본인의 입을 통해서 설명한다. 특히 일본 정치의 후진성에 대해 설명한 제1부와 백미라 할 수 있는 부록 ‘코로나 대실책의 주역들 : 자민당 우익의 계보’는 탁월하다. 동시대를 영위하고 있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개최 예정이었던 하계 올림픽을 연기했고, 금년 개최도 불분명한 상태다. 저자는 일본과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역사 인식의 차이점을 설파한다. 같은 패전국인 독일의 태도와 너무나 다른 일본인들. 왜 그럴까? 일본인들은 일본이 패전한 것이 아니라 다만 종전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일본은 미군정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일본은 천황제를 존속시키기 위해 평화헌법-전쟁 수행을 위한 일체의 군대를 갖지 않겠다는-을 제정한다. 이후 한국 전쟁의 발발을 이유로 일본은 재무장-미국의 동조 아래-을 하게 되었고, 공공연히 보통국가-전쟁 수행이 가능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중국 등 과거 일본제국주의의 피해 국가와 개인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도 없이 슬그머니 넘어가려는 행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또한 일본의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부분도 지적한다. 1989년 시가총액 순으로 세계 상위 20개사 중 일본 기업들이 14개나 있었다. 그러나 2018년 현재 세계 20위 기업 중 일본 기업은 하나도 없다. 1989년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던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이 급부상하는 동안 일본 기업들은 현상 유지한 것이 원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저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들은 여전히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다. 일본 정치의 후진성과 사회 문화적인 폐쇄성을 어느 정도 개선해 간다면 언제든 다시 치고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지정학적 요지에 위치한 한국은 북한과의 신뢰 회복, 주변 열강과 지혜로운 외교, 경제 협력 등을 통해서 국력 신장은 물론 개개인의 역량도 내실 있게 해서 과거의 치욕과 실패를 거듭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읽기에 쉽지 않은 내용도 있었지만 한 번은 읽고 생각해볼 만한 책이다.

 

코로나19 감염 확대로 재택근무가 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기업 특유의 ‘도장 문화’가 재택근무를 가로막는 벽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도장 문화를 바꾸자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감염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서류에 도장을 찍으러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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