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 특권과 반칙 극복할 돌파구, 신뢰와 법치에 대하여
정병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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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도발적인 제목이다.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그런데 책 제목에 ‘?’표가 없다. 그럼에도 마음 속으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조금이라도 정치와 경제, 사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가 겪은 격변의 세월을 기억할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36년을 겪고 나서 연합국의 일원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다시 피점령국이 되어 남북으로 나눠져 군정을 거쳐 각각 정부 수립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남과 북은 전쟁을 치르고 정전 상태로 70여년 세월을 지나왔다. 특히 한국은  독재, 군사 정변, IMF, 국정농단 등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전후 경제 개발과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서 제국주의 식민지를 겪었던 국가 중에 독보적 위상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저자 정병석은 전작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에 이어 신작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에서 성장과 퇴보의 갈림길에 선 우리나라의 현실태와 문제점을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국가와 시민 개개인이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퇴보와 소멸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을 역사적 사례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했던 제국들이 성장의 정점을 찍은 이루 점차 쇠락해 가다가 신흥 강국에게 패권을 넘겨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저자는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를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의 팽배, 법치의 붕괴, 불공정과 혐오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신분제의 폐단, 일제 강점기 기간 중 친일세력과 항일 독립운동가, 남북한 간의 체제 경쟁 등의 굵직한 격변이 1세기 안에 응축되어 있다 보니 서로 대립하고, 불신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외부 환경적 아픔이 있음을 저자는 통시적으로 들려 준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문제다라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 아니다고 저자는 강변한다. 불신이 만연한 이유는 수많은 토론과 저작들을 통해 드러났다. 이제는 남들이 먼저가 아닌 이 책을 읽은 독자 스스로가 먼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재미있는 예를 들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나라들의 보통 시민들은 일과 후 술집에서 한 잔 하며 하루의 회포를 푸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클럽, 자녀와 함께 하는 생활을 한다고 한다. 사회 변혁을 위한 시민들의 자율적 토론 모임을 갖는 나라도 있다.

무너진 신뢰와 법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방향은 알았다. 이제는 이것을 어떻게 현실화 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검찰 개혁이란 과제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집안에 검사가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어 하는 생각부터 고쳐 먹는데서 개혁은 시작된다. 사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우리 사회는 뒤늦었지만 변화를 시작했다. 초등학생 학부모가 스승의 날이 다가오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전관예우가 여전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다른 나라의 판검사들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막는 법령이 없음에도 자체적인 윤리강령을 철저하게 지켜서 스스로 개업을 자제한다고 한다. 그러한 판검사들을 시민들이 존경하고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데 나 또한 옛생각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신뢰와 법치’에 관해 이야기하면 누구나 ‘문제가 있다, 매우 중요하다,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을 생각하면 다들 막연해진다.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할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주제라는 의미이다. 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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