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쇼퍼 - 읽고 싶어지는 한 줄의 비밀
박용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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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부제를 읽어봐야 조금 이해가 된다. ‘읽고 싶어지는 한 줄의 비밀’. 거기에 더해 ‘정보 홍수 시대, 쓸모 있는 정보를 고르는 필터형 인간으로 사는 법’까지 읽으면 이 책이 지향하는 지점을 알 수 있다. 제목처럼 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5개의 매대(賣臺)에 각각 14개씩 헤드라인을 진열해 두어서 장 보는 사람-쇼퍼(SHOPPER)-이 눈에 띄는 대로 골라 볼 수 있다.


진열장 이름도 재미있다. 유쾌한, 유익한, 참신한, 궁금한, 심오한 헤드라인이다. 제목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는 실제 기사의 헤드라인과 본문, 거기에 저자의 촌평을 더했다. 18쪽에 소개된 ‘불만 없어요, 우리집 부엌’이란 헤드라인은 이게 뭔 소린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기사 내용의 골자는 기존의 가스레인지는 점점 사라지고 전기 인덕션이나 에어프라이어 등으로 주방 제품이 변화해 가는 세태를 짚어주는 준다. 저자는 자신의 촌평인 ‘스치는 생각’란에서 과거에는 안방의 집안의 중심 역할이었는데, 아파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부엌(거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음을 말한다. 안방이 자리를 빼앗은(?) 부엌(거실)에 대한 불만(不滿)이 아니라 불(火 )만 없을 뿐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소파, TV, 식탁, 주방시설-은 다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헤드라인은 알고 나면 뻔한 내용도 기막힌 반전으로 머릿속에 각인시켜 주는 매력이 있다. 저자는 2019. 1. 1.~2020. 8.31.까지 국내 4개 신문 헤드라인을 검색한 후 5개 카테고리로 분류했다고 한다. 저자의 수고로운 작업 덕분으로 좋은 생선이나 과일 고르듯, 좋은 기사(記事) 고르는 안목이 생기겠다. 물건이나 정보를 파는 사람들이야 실제 내용과 상관없이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잘 팔리길 기대하겠지만, 사는 사람(쇼퍼)의 입장은 다르다. 번듯한 겉모습에 혹해서 잘못된 구입을 하게 되면 비용은 물론 시간까지 허비하게 되고, 무엇보다 기분이 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듯 정보 과잉의 시대에 내게 필요한 정보를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값지다.


진열장 순서대로 쇼핑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신문 기사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것. 저자가 엄선한 이미 신문(新聞)이 아닌 구문(舊聞)을 읽다보니 그 당시의 호들갑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299쪽 ‘제로페이는 착하지 않다’는 2019. 3. 7.자 H경제 신문 기사를 소개한다. 기사의 논지는 서울시의 제로페이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민간의 영역에 세금을 들인 관제 서비스는 ‘시장을 교란하고 민간 혁신의 싹을 짓밟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의 정점을 구가하고 있는 선진국가들은 그로 인한 역기능 해소를 위한 다양한 대안 정책들-수정자본주의 측면-을 시행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맞아 제로페이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일정부분 편익을 주는 방편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언론의 호들갑은 항상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더 문제로 번져가지 않게 하는 순기능도 분명 있다.


손 가까이에 두고 언제든 꺼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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