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 - 협력을 통해 무리에서 사회로 도약한 이야기
윌리엄 폰 히펠 지음, 김정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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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선을 앞두고 정치세력 간의 이합집산의 모습을 본다. 정치 지향은 물론 지연, 학연, 혈연과 출신 집단에 따른.이런 선택과 집중의 모습은 정치 집단 뿐만 아니라 개인과 인종에게도 나타난다. 인간은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인류 역사는 개인과 국가집단이 그때의 상황에 따른 최선 또는 차선의 선택을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봄에 우리는 또 하나의 선택을 할 것이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근대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자연과 현상을 관찰한 결과 유전과 진화라는 개념을 정립할 수 있었다. 거대 동물에 비해 왜소한 체형을 가진 인간이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서 윌리엄 폰 히펠의 신간 '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이 출발하는 것 같다. 동물의 왕국 다큐를 자세히 살펴보면 동물들도 무리의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보다 더 긴밀하고 촘촘한 관계를 형성하고 다른 집단과의 경쟁과 전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이것의 바탕이 되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친화력'이다. 이 친화력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서 혼인을 하는 것은 물론 사회, 종교, 국가공동체까지 그 규모가 확장된다. 인류는 저마다 거주하는 지역에서 혹독한 자연 환경과 외적 등의 변수를 극복해 나가며 성장을 해왔다. 


저자는 기존의 진화에 대한 설명에 더해 초기 인류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사회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식욕과 생식욕을 갖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간다. 현세 인류가 동물들과 달랐던 점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똘똘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코끼리와 개코 원숭이를 비교한다. 동물 가운데 코끼리는 친화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반면 개코 원숭이 무리는 이기적인 유전자로 똘똘 뭉쳐 있어 보인다. 


만약 코끼리가 두 손과 도구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또한 두 손의 자유를 누리면서 도구를 만들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그렇고 보니 인간만이 예술 활동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 또한 마찬가지이다. 친화력이란 능력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도무지 시작과 발전을 이뤄낼 수 없는 영역들이다. 동물과 비교되는 인간만의 능력이다. 


금년 3월의 대선 또한 어떤 후보가 친화력을 보일 수 있는가 하는 것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급조된 가식적인 친화력이 아닌 수십 년의 인생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친화력이어야 한다. 책의 부제처럼 우리나라가 협력을 통해서 '이기적인' 무리의 수준에서 벗어나 '함께 하는' 사회로 도약하길 소망한다. 


*** ***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조상들이 못된 짓을 저질렀을 때는 정말이지 결과를 피할 길이 없었다. 소문 때문에 언제나 평판에 발목이 잡혔다. 이와 달리 도시에서는 상냥하고 의심 없는 사람들을 등친 뒤 본모습이 들통나기 전에 이동하기가 쉽다. 오늘날에는 주거지와 직업을 자주 옮기므로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가 평생 소문을 피해 살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이 문제가 소셜 미디어와 정면으로 맞부딪히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우리를 조상들처럼 서로 긴밀히 연결된 삶으로 되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120p)


이런 결과로 보건대 이미 1990년대 초기에 최고 경영자 대다수가 개코원숭이였다. 자원을 대부분 독차지하려는 경쟁에서 그렇듯, 최고 경영자도 집단이 아닌 제 잇속을 지향했다. 이런 결과는 집단을 희생양 삼아 이익을 챙기려는 개코원숭이 지도자들의 욕망에 끝이 없다는 실상을 드러낸다.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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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1분 영어
장웅상 지음 / 행복에너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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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체감하는 것이지만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여름에 수박씨를 풀숲에 뱉었는데 두어달 뒤에 거기서 조그만 수박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발아하고 넝쿨을 내며 열매를 맺을만큼 흙 속에 영양분이 있었고 무엇보다 햇볕이 드는 곳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교사와 교재, 학생의 의지가 삼박자를 맞춰야 진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 거기에 바른 방향 설정을 해야하는 것은 불문가지.

언어 공부는 더 복잡하다. 반복과 암기를 통해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를 학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언어는 시대와 언중-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언어 사회 안의 대중-의 변화에 따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 학습은 교본에 머물러서는 진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관심사나 경향을 따라잡아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외국 여행에 제한을 받지만 여전히 비즈니스는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영어 학습은 중요한 자리를 점하고 있다.

수많은 영어학습 교재가 있다. 이번에 읽은 ‘기적의 1분 영어’는 제목과 다르다. 저자는 하루에 1분씩만 읽으라고 권한다. 그러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영어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과연 그럴까? 이책은 저자가 엄선한 328개의 영어 표현이 소개한다. 중간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 꼭지를 배치해서 머리를 식힐 수 있도록 배려한다. 각장의 포인트를 훑어본 결과 이 책을 공부-깜지를 써가며 모두 외워가며-한다고 해서 영어를 마스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어를 공부해야 할 이유와 방법을 분명히 할 수 있다. 또한 무조건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노하우를 녹여 놓은 ‘문학과 노래를 활용한’ 공부 방법을 맛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제3장과 4장에서는 공포의 영어 단어 암기 코스가 자리잡고 있다. 어학 공부에서 피해갈 수 없는 필수 코스이기에 저자는 인지 전략과 이야기를 활용한 암기 전략을 소개한다. 이런 과정을 마쳐야 이 책의 본 코스인 제5장 ‘기적의 1분 영어’에 도달할 수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영어 표현-관용적인-을 흥미로운 배경 설명과 함께 소개한다. 머리 속에 머무는 영어가 아닌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말과 글이 되어야 한다. 매일 1분이라도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서부터 기적 아닌 기적이 시작된다.



*** ***

영어를 공부할 때에는 영어 자체만 공부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영어를 태양이라고 생각하고 영어를 중심으로 국어, 사회, 수학, 과학 등이 자전과 공전을 한다고 생각하라. 쉽게 말해서 통합교과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14p)

단어 259. Any Free Broadcasting
'아프리카 TV'의 뜻이 무엇일까? 정답은 'Any Free Broadcasting이다. 직역하면 '어떤 자유로운 방송'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 TV는 인터넷 개인방송 서비스이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누구나 쉽게 방송할 수 있다. 아프리카 TV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많은데 막상 아프리카 TV의 '아프리카'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썰렁하지만 아프리카 TV는 아프리카 대륙과 전혀 관계 없다. (2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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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선물하는 따뜻한 밥상 - 혼밥족, 1인 가구를 위한 건강 레시피
방영아 지음 / 아이리치코리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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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회복이 진행되다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연말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다. 4인 이내로 식당에 입장할 수 있고, 그나마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은 혼밥(?)을 해야 한다. 극격한 도시화와 양극화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단초를 제공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은 혼밥을 일상 용어로 만들어 간다. 먹고 사는 것은 인간 생존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 단계이다. 그런데 인간은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핵가족에 이어 1인 가구라는 세태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라는 생소한 생활 패턴을 불러왔다. 모이질 못하니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렇지만 식당 음식이 물리기 시작하면 집밥이 생각나는데 찾아갈 엄두도 나질 않는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과 관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럼 이런 난국을 헤쳐 나갈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잘 찾아보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이번에 읽은 방영아 요리연구가의 신작. 나에게 선물하는 따뜻한 밥상은 아담하다. 혼밥족과 1인 가구를 위한 건강 레시피를 소개한다. 

일반적인 책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  제1장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파트는 미리 읽어두면 좋다. 식단 구성, 식재료 준비, 양념장과 육수 만드는 법 등을 소개한다. 이어지는 2장부터 7장까지는 목차에서 제목 정도만 스캐닝해 두면 좋겠다. 오늘 저녁이나 이번 주말에 뭐 만들어 먹을까 고민될 때 구미가 당기고, 군침이 도는 메뉴를 골라 잡으면 된다. 본문은 매우 간결하다. 먼저 왼편에 완성된 요리 사진이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마치 너도 할 수 있어 하고 말하는 듯하다. 

오른편 윗부분에는 주제 요리의 영양분과 맛 등을 2~3줄로 간략히 소개하고 이어 중간부분에는 요리 순서를 글과 사진으로 보여 준다. 하단 구석에는 식재료를 소개한다. 혼밥을 위한 최소량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목차와 본문을 비교해 보니 책 제목과 같은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혼밥을 할 수 밖에 없는 1인 가구와 청년들이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영양을 섭취하도록 메뉴 구성에 정성을 들였구나  하는 것이다. 여느 요리 책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메뉴 구성에서 혼밥족과 1인 가구를 배려한 점이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서가에 꽂아둬서는 안된다. 식탁 근처에 눈에 띄게 두어야 한다. 수시로 펼쳐보면 된다. 그리고 꼭 필요한 만큼만 재료를 준비하고 음쓰(?)가 생긱지 않도록 맛있게 먹으면 된다. 건강과 환경을 살리는 방법. 꼭 필요한 만큼 음식을 준비하면 된다. 요리 코치와 같이 하면 된다.

*** ***

1인 가구가 요리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는 대개 요리할 시간과 노하우가 없거나 남아서 버리는 식재료에 대한 부담감 때문 아닐까요? 그래서 먼저 1인 가구의 건강을 지켜주는 식단 구성법부터 식재료 관리, 맛내기 비법 등을 앞부분에 차근차근 풀어 놓았습니다. (9p)

원하는 요리를 만들고 싶을 때 모든 재료가 없다고 요리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들이 어떤 것들이 잇는지 잘 살펴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탐험 정신도 가져보자. (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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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물리치료사와 함께하는 30일 체형 교정 - 움직임을 알면 체형이 바뀐다
남궁형.유성현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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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겨울철에 ‘삼한사온’이란  기후현상이 있었다. 3일은 춥고 이어지는 4일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이제는 겨울철 날씨를 예측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지구의 건강 상태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라고  한다. 우리 몸은 어떨까? 건강할 때는 잘 못느낀다. 다치거나 속병이 들었을 때에야 건강의 소중함을 실감한다. 

얼마 전에 위암으로 투병하던 이의 고백이 기억난다.  암으로 고통을 받고 보니 아무 생각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지난 날이 얼마나 행복했는가 하는 그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나 또한 어깨 회전근이 노화(?)되어 옷을 혼자서 벗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보냈다. 물리치료와 침을 맞아도 그때 뿐이었다.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분의 조언을 듣고 어깨 스트레칭을 2년 넘게 했다. 문틀에 작은 철봉을 달고 어깨와 허리를 쫙 펴는 동작을 매일 반복했다. 통증 부위가 아닌 주변 근육에 자극을 주는 정도로 스트레칭을 하라는 조언을 따랐다. 

이제는 많이 좋아져서 혼자서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의 기능이 퇴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급격히 퇴화하는 것을 막을 필요는 있다. 더구나 현대인들은 각자의 직업 특성에 따라 체형이 왜곡되는 일이 많다.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나 책을 보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그렇다. 게다가 스마트폰 등 기기를 하루종일 보다보니 거북목 진단을 받는 사람도 늘고 있다. 사람이 졸리면 자고,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는 것처럼. 몸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야 할 때가 있다.

왜곡된 체형은 통증이란 신호를 보낸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관절이다. 뼈와 뼈를 연결하는 관절과 그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해 주는 연골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극심한 통증은 물론 체형의 불균형까지 일으킨다. 두 명의 현직 물리치료사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30일 체형 교정’은 보통의 책 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롤로그와 마지막 제6장 질문과 답 ‘내 몸, 이것이 궁금해요!’편을 먼저 읽으라. 그 다음에 독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해 보고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는 신체 부위를 다룬 꼭지를 찾아 읽으면 될 일이다. 이 책의 목적은 그저 지식을 얻는 데 있지 않고 30일간 책에 나온 조언과 사진 자료의 동작을 꾸준히 실천하도록 동기부여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1장부터 4장까지가 그렇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운동 순서대로 절대로 무리하지 않고 30일 동안 실천해 보자.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5장은 일상생활 습관 교정을 소개한다. 앉고 서는 자세는 물론 스마트폰 보는 자세도 조언한다. 

*** ***
체형은 우리의 근육, 신경과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즉,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체형은 우리 몸이 받아들이는 중력을 견뎌 내며 활동(움직임)으로 인해 축적되어진 흔적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좋은 체형은 좋은 움직임으로부터 만들어지며 정상 체형(neutral posture)을 유지하는 사람은 좋은 움직임을 갖습니다.(9p)

통증을 참으면서 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입니다. 그 경고를 무시하면서 계속해서 무리한다면 우리 몸은 결국 망가져버립니다.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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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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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단계회복이 효과를 거두나 싶었는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연말 분위기를 다시 얼어붙게 만들었다. 2년 넘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지구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역과 거리두기, 이동 제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 인간의 노력은 어느 순간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동시대를 사는 지구인들을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하는 현재 진행중인 재앙인 셈이다. 이 시기에 정권을 잡고 있는 정치인들의 성적표도 극명하게 갈린다. 일테면 일본국의 아베 총리는 올림픽을 앞두고도 코로나 방역 정책 실패로 퇴진을 하고 만다.

기후 위기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전 지구적인 이슈이다.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다른 것과 다르게 임계점을 넘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제 사회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와 탄소 감소를 강제하는 조치를 시작했다. 미합중국과 자웅을 겨루는 형세의 중화인민공화국도 국제 사회의 압력에,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천명할 정도이다. 우리나라도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에 대해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뉴스나 무책임한 정보를 걷어내고 나면 기후 위기는 사상과 종교, 정치적 정파의 문제가 아님을 금새 알 것이다. 그 순간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

이번에 읽은 책. 니얼 퍼거슨의 신간 ‘둠. 재앙의 정치학’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2020년에 출간되었다. 저자는 영국의 역사학자로 21세기 최고의 경제 사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니얼 퍼거슨은 역사학자답게 인류사에 큰 변곡점이 된 전쟁, 감염병 팬데믹, 대형 사고, 지진과 홍수 등의 재앙과 극복의 역사를 분석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원인 없는 결과가 없고, 이상 징후 없는 사고나 재앙 또한 없다는 점이다. 저자가 재앙의 정치학이란 책이름을 쓴 이유를 7백쪽 넘는 두툼한 책을 읽어가며 느낄 수 있었다. 재앙을 징후를 미리 예견하고 예바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대형 사고, 감염병 등의 거대한 재앙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크시마 원전 사고 당시 정부는 사고 사실과 규모를 감추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 결과 초기 대응을 잘못했고 피해는 더 커졌다. 저자는 한국의 세월호 침몰 사고라는 부끄러운 기억을 상기시켜 준다.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여 줬던 이 사고는 결국 당시 대통령을 불명예스런 탄핵으로 이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모든 재앙은 결국 인간이 만든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위기를 예견하고 예방하는, 또한 대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사회, 정치적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을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도둑들이다. 다시는 도둑들이 노릴 수 없도록 튼튼하게 울타리를 치고, 경보 장치를 갖춘 외양간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태평하다고 안심하고 방심하는 순간 위기는 조금씩 시작한다. 이런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이 또한 인간의 연약함임을 저자는 역사의 기록으로 설명해 준다. 반면교사는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 ***
한 사건이 분명히 예측 가능한 ‘회색 코뿔소’에서 지극히 충격적인 ‘검은 백조’가 되었다가 마침내 엄청난 규모의 ‘드래건 킹’으로 발전하는 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역사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회색 코끼리’에서 ‘검은 백조’로 바뀌는 것은 잎장에서 이야기했던 인지적 혼동 문제를 잘 보여주는 예에 해당된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예견했던 재난인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자 모두가 그걸 청천벽력이라 여기는 상황을 어찌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142p)

요컨대 어떤 재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확산contagion의 여부다. 다시 말해 최초에 가해진 충격이 생명체의 생물학적 네트워크 혹은 인류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는 일정 방식이 존재하는가의 여부인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과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 없이는 그 어떤 재난도 결코 이해할 수 없다.(188p)

이렇게 보다 큰 틀에서 각종 재난들을 바라보면 민주적 제도 자체가 모든 종류의 재난들에 대해 충분한 안전장치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정규분포가 아닌 멱법칙 분포를 따르는 재난들은 민주적 제도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자연적 재해로 분류하든 인공적 재해로 분류하든 상관없이 말이다.(324p)

역사는 재난이라는 거대한 마침표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순서로 찾아올 것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친다. 성경의 계시록에 나오는 정복, 전쟁, 기근, 창백한 죽음의 네 기사들은 그 어떤 기술 혁신이 있다 해도 인류를 무적의 상태로 만들 순 없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매우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간격을 두고 등장한다. (6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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