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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편식하는 어린 양에게 새로운 반찬 같은 존재.
나의 과거 독서 성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청소년 시절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외국을 동경해서 특정 국가에 대한 지식을 담은 책이나 여행, 어학 등 국제관련 서적. 그리고 또 하나는 파격·괴기성에 매력을 느낀 아멜리 노통,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이다.
갓 스물이 되어 사랑의 맛을 알고는 제인 오스틴이 좋았고, 가끔 아기자기하고 달달한 일서도 좋았다. 중반이 되어서는 정치·경영 분야에 눈을 돌렸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특정 작가(주로, 아니 99프로 서양작가)의 작품을 빼놓고는 실용서적 위주의 독서를 한 것. 솔직히 만들어진 이야기에서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나에게 독서란 힐링이고 마음의 안식처고를 떠나서 머릿 속에 무언가를 순식간에 넣어주는 도구였던 것 같다. 목적(?)있는 독서랄까.
하지만 작년 후반쯤이었나,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발간 소식을 우연히 접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뭐 또 뻔하디 뻔한 수필 아니겠어?` 라고 대수롭게 넘겼다. 몇 개월 후, 서점을 돌아보는데, 요 책이 참 수수하게 생겨가지고는 (내 타입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끌리더니 결국 사게 되었다.
그리고 읽었다.
별 시시한 유머로 시작되길래 이게 무언가 싶었다. 별 이야기 아닌 것 같은데 계속 읽어보니 여간 매력없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작가의 수필이 이렇게 재밌는지 처음 안 순간이었다. 김연수 작가만의 농담조 섞인 문장들 뒤에 인생에 대한 진중한 조언이 들어있었다. 마음이 좀 힘들 때 읽었던 터라 더 심오하게 들렸는지도 모르지만. 힘들고 지칠 때마다 독서로 마음을 달랬다던 혹자들의 식상하고도 지루한 극복 스토리가, 갑자기 내 얘기가 되었다.
북플의 읽은 책장에 몇 십 권의 책이 있지만, 사실 책 자체라는 것이 진심으로 읽고 싶어서 읽은 책은 많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소설가의 일」을 접한 이후로는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설렘이 가득하고, 더욱 다양한 장르들을 맛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 몇 개월 간은 책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그래서 이 북플도 시작하게 되었고.
아무튼, 이 글은 이 책에 대한 리뷰라기 보다는, 내 독서역사 전반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일종의 작은 독서회고록이다. 이 새벽에 센치해져서 닥치는대로 쓰다보니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보다 많은 책을 통해서, 1)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만끽해보고, 2) 말을 더욱 맛있게 하는 사람이 되고, 3) 나만의 가치판단 기준을 세우자는 것!
추신1. 제 독서인생에 새로운 지평을 선사해주신 김연수 작가님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추신2. 김연수 작가님처럼 아끼는 책 베스트 원부터 책장에 꽂는다고 하면 분명 이 책은 오랜기간 최상위권에 자리 잡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