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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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과 박진감이 넘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 존재할 법한 저마다의 '이면'을 섬세하게 풀어내어 은근하게 섬뜩한 기분을 전달한다.

전자가 나와는 상관 없는 저 세상의 이야기라면, 후자는 '내가 알던 사람들도 혹시..?' 하는 있을 법한 이야기에 가깝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기존 작품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야경>을 통해 본 그는 상징을 참 잘 이용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야경'의 총, '문지기'의 사에노카미, '만원'의 다루마(달마) 등.

물건은 그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정확히 표현한다. 그러므로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사실(이라 믿고 있는 것)과 이미지 보다도 그 물건이 가장 정확한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네자와는 이러한 '상징성'을 통해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열대야>의 소네 케이스케가 평범한 주제를 비범하게 풀어낸다면,

요네자와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 참신한 주제 잘 발탁해내는 듯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와!" 할 정도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리/미스터리물은 아니므로,

이 점이 <야경>의 매력으로 작용하는 한 편, 취향이 맞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추리인 듯 추리 아닌 추리 같은' 인상을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굳이 한 타입을 정하자면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는' 쪽이므로

가끔은 잠이 밀려오는 이 작품에 아쉽지만 별 한 개는 가져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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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빌라 - La Villa de Paris
윤진서 지음 / 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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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그림같은 비유법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시나브로 젖어드는 느낌의 책이다.
소설인지 모르고 무작정 읽었을 때 윤진서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 줄 알았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감각적이었다.
직접 여행을 다니며 틈틈이 글을 썼던 만큼 사실적이고도 입체적인 표현법으로, 여행을 통해 인생을 돌아본다는 흔히 볼 수 있는 플롯의 한계를 탈피하고, 결국 글과 내가 혼연일체 될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신기한 것은, 내 옆에서 윤진서 본인이 직접 내게 조용히 읖조리듯한 나레이션을 들려주는 듯했다. 그 만큼 작가의 향기가 짙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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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인류학」 또한 「마쿠라노소시」와 같이 김연수 작가의 책 「소설가의 일」에서 보고 읽게 되었다. 제목만 들어서는 순수하고(?) 재미있는 속담 모음집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눈을 의심할 만큼 낯 뜨거운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이러한 가벼운 일담으로 흥미를 이끌고 그에 해당하는 전세계의 속담들과 그의 배경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미국(부시정권)과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일본(고이즈미 정권)은 물론 여타 국제사회 이슈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싶을 만큼 직설적으로 독설을 내뱉거나 선정적인 묘사가 있긴하지만, 실은 마음이 통쾌한 것이, 요네하라 마리만의 날 선 유머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정말 내가 지금껏 봐왔던, 혹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일본인의 성격과는 확연히 다른 성향을 가진 작가임이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의 속담들과 그에 얽힌 일화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많은 가르침이 된 책이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에 대해 그닥 흥미가 없는 분들은 다소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일본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것도 약 10년 전의 이야기들이.

아무튼, 순수한 아이를 화자로 세워 당시 사회의 씁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법을 구사하듯 일상 속의 속담을 통해 현실에 대한 비판을 위트있게 전달하는 이 책은 꽤 쿨내가 나서 좋다.

앞으로, 요네하라 마리의 기술법에 반해, 요로 타케시 교수가 추천했던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읽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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