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에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뷰한 이래 장장 30년 가까이를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 수가 무려 80여편 가까이에 이른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필력의 소유자이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라는 소설로 처음 만난 이래, 한 때 그의 소설을 참 많이도 읽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이 발표시기와 관계없이 너무 뒤죽박죽으로, 게다가 너무 많이 소개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작년 3월에 출간된 최신 작이고 일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기에 오랜만에 그의 소설에 손이 갔다. 본격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미스터리의 색채가 아주 약하지만, 책을 처음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가 놓아주지 않은 스토리텔링의 흡입력이 보통이 아니다. 한마디로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면모가 제대로 발휘되는 소설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책을 읽은 후 엄청난 찬사를 보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책을 읽은 후 실망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 될 정도로 뛰어난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다. 탁월한 이야기꾼 답게 농 익은 이야기가 펼쳐지고, 시종 물고 물리는 이야기의 구조가 세련된 느낌을 주긴 하지만, 뭔가 '새로움'을 볼 수가 없다. 그의 이전 작이든, 다른 작가의 작품이든 이미 몇 번 보았던 것 같고 느꼈던 것 같은 이야기, 플롯, 감동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마침 국내작가의 소설을 몇 편 읽었다. 비교적 신진 작가들이긴 하지만 이 작품과 비교하면 이야기의 밀도와 필력이 참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의 잣대로 보면 그의 소설은 이른바 순수소설과 대중소설의 경계에 있는 것 같다. 좀더 엄밀하게 말하면 대중소설가에 가깝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내의 역량있는 중견작가들이 문학 엄숙주의를 탈피하여 좀 더 요즘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신작을 생산해주면 좋겠다. 오락으로서의 문학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는 법이다.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아무튼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고, 책을 읽은 후 마음이 따뜻해지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읽을 만하다. 단,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만 보고 대단한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으면 실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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