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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미술에 홀리다 - 미술사학자와 함께 떠나는 인도 미술 순례 ㅣ 처음 여는 미술관 1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2년 9월
평점 :
미술사학자인 지은이는 인도 미술의 아름다움에 혹하여 20여년 동안 인도를 오가며 회화, 테라코타, 금속공예, 석공예, 종이공예 등 2,000점이 넘는 다양한 미술품을 수집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기획하여 인도 미술을 소개하고 있는 인도 미술 전문가이다.
지은이에게 인도 미술은 항상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지고 때로는 몽환적이며 때로는 과거로의 먼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매혹적인 대상이란다. 이는 인도 미술이 선택된 캔버스 공간에만 한정되거나 현대적인 재료나 기법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그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의 모든 공간이나 함께 살아가는 모든 대상을 미술의 주제로 삼는다. 그래서, 인도 미술에는 다른 어떤 나라의 미술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인도만의 독특하고 신비한 요소들이 작품 속에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자기가 사랑하는 인도 미술의 다양한 세계를 평이한 언어와 풍부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지은이가 주로 소개하는 영역이 '민예품'에 집중되어 있어 인도 미술사에 대한 교과서 같은 성격의 책은 아니다.
지은이가 이름 모를 장인들의 손에 의해 창작된 공예품에 더 애정을 품고 있는 이유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순수한 감각의 힘과,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지혜와 따스함이야말로 자기가 인도 미술에 빠진 이유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도 민예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낮은 계급에 속해 있고, 제대로 정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드물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대부분의 가난한 나라에는 공통적일 것이다. 같은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이라도 유럽의 장인과 제3세계의 장인과는 그 처지도 다르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미지도 다르다.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와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하는가의 차이에서 그 간격이 벌어진 것이리라.
정교하고 화려한, 또 어떤 것은 수수하고 고졸한 아름다움을 주는 인도의 공예품을 감상하면서 불현듯 우리 나라의 전통 공예에 대한 생각이 든다. 예술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향유하기 위해 기꺼이 그 댓가를 지불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