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 - 지붕을 찾아 떠난 유럽 여행 이야기 In the Blue 5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볼 때 펼쳐지는 풍경을 좋아한다. 안전 펜스가 쳐져 있지 않은 벼랑 끝 자락같은 곳은 공포증 때문에 그다지 가까이 가지는 않지만, 여행 중에 탑이나 전망대 같은 곳은 가급적 빼먹지 않고 올라가곤 한다. 출장이니 여행이니 포함하여 벌써 여러 차례 경험한 해외 방문 중에 가장 뻔질나게 전망대에 올랐던 것은 이탈리아 여행에서였다.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꼬모, 베로나, 오르비에또 등 방문한 도시마다 그 곳에서 가장 높은 두오모의 종탑이나 전망대에 올랐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대개 엇비슷하지만 또한 저 마다 다른 개성들이 있었다. 그 중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은 붉은 색 지붕들이 보여 주는 강렬한 색감이었다. 석조를 기본으로 하는 유럽의 건축물들은 눈길이 가는 모든 풍경들을 이국적으로 만든다. 그런데, 거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붉은 지붕들의 행렬은 강렬한 시각적인 효과에 이어 온 몸으로 이국의 공기를 호흡하게 만들어 주고 마침내는 가슴 속에서 웬지 모를 아련한 감정까지 느끼게 하였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 보았던 '꽃의 도시'는 왜 이 도시를 '꽃'으로 비유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내 눈앞에는 온통 붉은 꽃들로 가득한 벌판이 펼쳐져 있는 듯했고, 그 중 가장 붉고도 탐스러운 꽃 송이가 '두오모'였다.

 

이 책은 특이하다. 여행기도 아니고 사진집도 아니다. 지붕을 중심으로 유럽 여러 도시의 풍광들을 찍은 사진과 함께 짤막짤막한 글들이 나온다. 글의 내용은 여행 정보로 보기에는 아주 부족하고 다채로운 여행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짤막한 문장은 마치 여행지에서 보내는 그림엽서 뒷 면에 멋 부리며 쓰곤 하는 그런 문장들을 닮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도시는 붉은 지붕 21곳, 잿빛 지붕 7곳 하여 모두 28곳이다. 이미 그 아름다움이 한국사람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곳도 있고 아직 숨겨진 그런 작은 도시도 있다. 그 중에서 나는 '두브로브니크'가 가장 가보고 싶었다. 중세에 축조되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성벽 위를 산보하며 아드리아해의 푸른 물빛과 대비되는 그 강렬한 붉은 기와들의 물결을 눈 속에 한 가득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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