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주테이의 박쥐들 - 국회에 기생하는 변절자와 기회주의자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이 흥미롭다. '박쥐'가 상징하는 의미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와주테이'란 말은 '윤중'(輪中)이라는 일본식 한자에서 유래하였다. 이 단어가 쓰이는 여의도의 '윤중로'는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방죽'이나 '둑' 정도의 의미가 있는 단어를 굳이 일본식 조어로 바꾸고 일본을 대표하는 꽃으로 일대를 조경한 분의 취향이 참 독특하다. 이런 곳에 국회의사당이 있어서일까? 지은이는 이 책의 부제로 '국회에 기생하는 변절자와 기회주의자'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붙였다.

  

지은이가 변절자로 낙인을 찍어 날 선 비난을 퍼붓는 대표적인 인물은 김문수 지사, 이재오 의원, 심재철 의원, 신지호 의원 등이다. 과거 반독재 투쟁이나 좌파 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다가 독재세력의 품 속으로 들어간 이들이다. 지은이는 이들의 전력과 전향의 변명, 그리고 이후의 행적에 대해 가차없는 칼 날을 휘두른다. 김문수 지사에게는 "당신도 대권을 꿈꾸는 모양인데, 절대 안 된다. 박 대표보다도 당신이 더 위험한 인물이다", 이재오 의원에게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촌에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고향에 돌아가 남은 여생을 보내라"고 일갈하고, 신지호 의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진정한 쇄신을 하겠다면 그에게 국회의원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지은이는 이 책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인터넷을 무대로 활동하는 전문 필자인 듯하다. 인터넷의 일상화에 따라 '미네르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전문 필자들의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 이러한 역할을 주로 담당하였던 언론매체, 특히 신문사가 느끼는 위기감도 이미 현실화되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요사이 매일같이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인터넷 매체 '나는 꼼수다'의 한 멤버의 과거 막말 논란도 주류 신문사의 수구 보수 정파성 때문도 있지만, 여론을 형성하는 파워를 놓지 않으려는 신문사들의 사적인 동기도 많이 작용하였을 것이다.

 

책 속의 글은 인터넷 매체에 오르는 글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쓸데없이 잘난 체하거나 폼을 잡는 부분 없이 날 것 같은 생동감이 있다. 너무 날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요즘 주류 신문사에는 이 보다 더 날 것 같은 글도 버젓이 실리는 실정이니 이 책의 글 스타일 가지고 뭐라고 할 것도 아닌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