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 멋대로 듣고 대책 없이 끌리는 추천 음악 에세이
권오섭 지음 / 시공아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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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고 보니 180도 달라진 환경에 한동안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고비'였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도 무서운 선생님이 없진 않았지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중학교 교사들에 비하면 천사 같았던 분이었고, 교내에서 예사로 주먹을 휘두르는 선배 나부랭이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더 이상 학교가 즐거운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럴 때 쯤 팝송이라는 것을 듣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 '사이먼&가펑클'이 어떻고, 그룹 '비지스'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월간 팝송'같은 잡지가 교실에 돌았다. 그리고, 나는 FM 음악방송을 진행하는 DJ들의 이름을 하나씩 기억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그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명반과 그 음반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뮤지션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티비 원더, 캐롤 킹, 마이클 잭슨,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이글스, 너바나, 퀸, 비틀즈, 유투, 프린스, 라디오헤드, 지미 헨드릭스 등 외국 뮤지션들이 대부분이고, 국내 음반으로는 이문세 3집(1985년), 들국화 1집(1985년), 김현식 3집(1986년), 유재하 1집(1987년), 어떤 날 1집(1986년)이 지은이가 무인도에 가져갈 40장의 음반에 포함되었다.

 

한참 팝송을 많이 들었던 중고등학교 때에는 워크맨이 나오기 시작하던 때라 굳이 LP를 들을 필요가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 학교 음악 감상실이나 그 때까지는 일부 남아 있었던 DJ가 있는 음악 다방을 출입하다 보니 LP가 재생하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이나 퀸의 'Bohemian Rhapsody'가 내 단골 신청 곡이었다.

 

군대 갈 즈음에 처음 내 전축을 가졌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태광 '에로이카'의 저렴한 전축을 구입하고 부지런히 LP음반을 사 모을 즈음의 나는 이미 팝송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대신에 국내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국내가수의 LP는 모두 가지고 있지만 팝송 음반은 거의 없다.

 

책에서 소개하는 음반들에 비해 글의 내용은 좀 못 미치는 것 같다. 지은이가 월간 잡지에 연재된 글들을 묶은 것이라 내용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한정된 잡지 지면의 제약이 작용한 탓이리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용이 덜 딱딱하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요즘은 스마트 폰으로 가끔 음악을 듣는다. 내가 제일 아끼는 '유재하'의 음반을 비롯하여 이 책에 소개된 음반의 수록 곡을 모두 폰 속에 담아 두고 조금씩 꺼내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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