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퇴마록' 작가의 신작을 읽었다. 그는 '이우혁'이라는 이름보다는 여전히 퇴마록의 작가로만 각인된다. 명문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PC통신망에서 처음 글을 썼다는 사실 외에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생산한 작가치고는 이상스러울 만큼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책 표지 안쪽에 들어있는 작가 사진 속에는 진작에 마흔 줄로 들어선 남자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이 소설은 그리이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오고 이야기의 배경을 미국으로 설정하고 있다. 서구의 문명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근간으로 성립하고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헬레니즘 문명을 가장 잘 표상하는 요소 중의 하나는 '신화'이다. 특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 심리학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작가 이우혁이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범죄심리학'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고 이 분야에 대해 파고들다 보니 자연히 그리이스 신화로 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진작부터 신화, 범죄심리학, 최면술이 어우러진 작품 집필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리이스 신화의 세계관이 한국을 배경으로 삼아서는 작품의 맛이 살지가 않는 점이 있어 미국을 배경으로 하여 다시 썼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작가는 한 번도 미국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느 냉동창고에서 배가 갈기갈기 찢긴 채 죽은 시체가 발견된다. 법의학자는 자살일 것으로 판단하는데 담당 형사인 '가르시아' 반장은 자기 뱃속을 스스로 훼손해 죽은 시체의 형상에 어리둥절해 한다. 그런데, 사건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큰 사건이라고는 별로 없이 평화롭기만 하던 작은 도시에 온갖 잔혹한 사건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기 시작한다.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는 가르시아에게 FBI 소속의 프로파일러인 '에이들'은 모종의 제의를 한다. 자신이 쫓고 있는 연쇄살인범 '뱀파이어'는 경찰 내부인사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데 가르시아가 이 사건에 협조해 준다면 그도 이 도시에 닥친 사건들의 해결을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노련한 형사반장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프로파일러는 '헤라클레스'와 '하이드라'라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소설의 배경과 등장인물이 죄다 미국이고 전형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스타일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작가 이름만 지우면 별로 국내 작품이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작가는 과연 인간이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세상이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작품 속에서 던져 보았다고 하는데 그런 철학적인 물음에 답을 찾기 보다는 작가가 흥미진진하게 풀어 놓는 이야기 보따리를 따라만 가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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