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들의 귀환 -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3
허수정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17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팩션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박명준'이 등장하는 '왕의 밀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가 등장하는 세 번째 소설이다. 1655년 조선통신사의 일본 사행을 배경으로 다수의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전작과 달리 이 소설은 1636년 대구 팔공산 근처의 산골마을이 배경이고 실존인물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굳이 이 소설을 '팩션'이라 강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고립된 산골마을의 비밀'을 큰 미스터리로 깔아 놓고 삼일동안 연이어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을 작은 미스터리로 삼은 정형적인 추리소설이다. '박명준'이라는 명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 물이라는 것에 주목한다면 20대 초반의 젊은 명준을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명준은 왜관의 거상 '아베'로부터 '오카다'라는 일본인 남자를 대구 팔공산에 있다는 '까마귀촌'으로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두 사람은 그 곳에 거의 도착할 무렵 한 밤중에 폭풍우를 만나고 게다가 사나운 승냥이 떼의 습격까지 받는 위기에 빠진다. 오카다의 덕분으로 간신히 승냥이 떼를 피해 달아나다가 이번에는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되지만 다행히도 까마귀촌에 사는 주민들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진다. 간신히 목숨을 구해 '윤성호'라는 인물의 집에 누워 있던 그에게 두 달 전에 발생한 참혹한 살인사건을 단독으로 조사하고 있던 대구감영 소속의 '김경덕'이란 인물이 찾아온다. 그는 명민한 명준의 두뇌가 마음에 들었는지 명준을 조수 삼아 현재 자기의 사건조사에 동참시키려고 한다.

한편, 까마귀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조선의 여느 마을의 그것과는 웬지 이질적이고, 주민들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하다. 사라진 동생을 찾아 이 곳에 온 '오카다'도 무엇인가 비밀이 있는 듯하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인 '윤성호'와 '장수봉'도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 이 모든 미스터리가 명준의 추리에 의해 하나 하나 밝혀지고 마침내 이 마을에 얽힌 참혹한 사연이 드러난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제국의 역습'은 아직 읽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미스터리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이 소설은 왕의 밀사보다 진화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한국 미스터리를 읽을 때 으레 느끼곤 하는 어떤 아쉬운 부분이 그다지 남지 않는다. 비밀이 있는 듯한 마을에 들어간 삼일간을 하루씩 장으로 나누어 숨가쁘게 이야기를 몰아치는가 하면, 이 마을에 들어오게 된 이유와 복선을 보여 주는 십 일전, 삼 일전, 하루 전을 장으로 나누었고 십일 후로 배치한 마지막 장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반전을 보여 주는 짜임새있는 구성이다. 이러한 구성의 묘미는 초반에 궁금증이 유발되고 점점 그 궁금증을 키워 나가는 효과를 주어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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