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 '혼다 다카요시'의 단편 4편이 수록된 이 작품집에 대해 '현실과 판타지, 과거와 현재 시공간을 넘나드는 청춘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정통 미스터리 스타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일본은 미스터리의 범위를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차라리, 이 작품집은 스타일시한 문체, 모던한 감성, 섬세한 심리묘사 등이 어우러진 독특한 색깔이 더 봐줄 만 하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억지스러움도 이야기 속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표제작 '파인 데이즈'는 고등학생들이 등장한다. 교내에서 담배를 피다 걸려 방과후 교실에 남아 반성문을 쓰고 있던 나는 역시 반성문을 작성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온 그녀를 처음 만난다. 교사폭행이라는 어마어마한 이유로 반성문을 쓴 그녀는 주위를 압도하는 미모를 지녔다. 주인공은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런데, 그녀의 폭력을 유발한 교사가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돌연한 교사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그리고 그 진상은 무엇인지가 서서히 밝혀진다. 전형적인 미스터리 구조로 전개되지만 결말은 전혀 미스터리스럽지 못하다.

'예스터데이'는 아버지와 심하게 부딪치고는 가출한 주인공에게 암으로 인해 죽음을 눈 앞에 둔 아버지가 만나자는 전갈을 보낸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에게 아버지는 뜬금없이 35년전에 헤어진 첫사랑의 행방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한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주소로 찾아간 그 여자의 집에서 그는 신비한 체험을 한다. 갑자기 타임슬립이 일어나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그 연인을 만난 것이다.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에 등장할 만한 전형적인 이야기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았다.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는 누구에게도 꺼내 놓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에 휘 말린다. 그리고, 그 남자에 대한 믿기 어려운 신비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호러 미스터리 분위기가 강한 이 작품이 수록작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셰이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오래 전에 점찍어 둔 물건을 사기 위해 골동품 가게에 들렀으나, 이미 그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팔려 버렸다. 실망한 주인공에게 묘한 분위기를 가진 주인 노파는 그 물건의 유래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설 속의 사랑과 현실의 사랑이 겹쳐지고 결말도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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