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마리오 리딩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개가식으로 운영되는 썩 괜찮은 도서실이 있었다. 사서 선생님도 따로 있었고, 공부용 '독서실'이 아니라 오로지 책만 읽을 수 있도록 '도서실'로만 운영되는 훌륭한 원칙도 있었다. 그래서, 한가한 마음으로 서가를 거닐며 이런 저런 책을 뒤적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곳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나 '마쓰모토 세이초오'의 추리소설을 좋아하게 되었고 '노스트라다무스'도 여기서 처음 만났다.

책 이름은 희미하지만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쓴 노스트라다무스와 그 예언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세상에 이럴수가!"를 연방 되뇌며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만 해도 '1999년'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그 '1999년'이 어느새 슬며시 지나가 버리고도 또 한 참이 흘렀다. 그 동안의 세상살이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만큼이나 놀라운 사건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놀랍기만 했던 그의 예언들도 그 빛이 바래 버렸다.

그런데, 최근 '마야력'이 어쩌고 하며 지구 종말을 다루는 영화나 소설들이 가끔씩 나온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정면으로 다루는 이 작품도 이러한 범주에 드는 것 같다. 지은이 '마리오 리딩'은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노스트라다무스 연구가이라고 한다. 그는 오랜 기간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무엇이 허구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줄거리를 구성하고는 스릴러 스타일로 박진감있게 소설을 끌어 간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생전에 총 10세기를 예언하는 1,000편의 사행시를 썼지만, 그 중 942편만이 오늘날까지 전하고 나머지 58편의 행방은 묘연하다. 또한, 그는 사망하기 직전 두 개의 비밀상자를 장녀에게 맡기면서 그녀 외에 그 누구도 상자의 내용물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유언으로 남겼다.

작가는 이러한 두 가지 사실로부터 '노스트라다무스가 인류의 미래와 관계되는 결정적인 예언을 남겼지만 악용을 경계하여 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소설적 착상을 한다. 그리하여, 그가 남겼다는 비밀상자를 중요한 단서로 등장시켜 사라진 예언의 행방을 추적해가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 내고 있다.

주인공 '사비르'는 자신도 모르게 대사건에 말려들어 숨가쁜 활극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베일'은 비밀결사에서 보낸 강력하고 무자비하며 냉혹한 추적자의 전형이다. 이렇게 캐릭터의 상투성을 탈피하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쉬웠지만, '욜라'를 비롯한 집시 캐릭터들의 등장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개인적으로 유럽대륙을 유랑하는 집시 민족의 유래나 그들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인데 작가의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거쳐 묘사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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