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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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치오 슈스케'는 한국에 소개된 소설 '섀도우'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 본격물에 가까워 내심 주목하고 있었다. 141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던 이 단편집은 원제가 '귀신의 발자국 소리' 쯤으로 번역되는데 '미치오 슈스케'는 이 작품을 가리켜 지금 자기에게 가능한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고 했는데, 첫 번째 단편집이 그렇듯 아마도 자기가 가장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았을 것이다.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모두 미스터리 형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매 작품마다 'S'라는 정체가 모호한 인물이 등장하긴 하지만 스토리상 연작 단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고 다만 주제면에서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어둠'을 드러내 보인다는 의미에서 연작으로 볼 수도 있겠다.

'방울벌레'는 15년 전에 암매장되었던 'S'의 시체가 폭우로 인해 모습을 드러내고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의 회상으로 젊은 시절 삼각관계에 얽힌 사연이 드러난다.

'짐승'은 우연히 집안에 있던 의자가 부러지면서 의자다리에 새겨진 이상한 문구를 발견한 한 재수생이 그 문구에 얽힌 비밀을 찾아 나서는 하루동안의 이야기이다.

'요이기츠네'는 고교시절 어떤 사건이후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 한 번도 그 곳에 가지 않았던 화자가 요이기츠네란 전통 예능을 취재하기 위해 20여년 만에 고향에 와서 다시는 기억하기 싫은 그 사건의 전말을 떠올리는 이야기인데 전편과 달리 괴담의 분위기가 짙다.

'통에 담긴 글자'는 작가인 화자에게 어떤 남자가 불쑥 찾아와서는 난데없이 그의 집에 몰래 침입하여 벽장 속에서 저금통을 훔쳤다는 고백을 한다. 그런데, 그 저금통 속에는 '유감이다'라고 적힌 메모지가 발견된다. 작가는 2년 전 친구 'S'와의 일을 떠올리고 사건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겨울의 술래'는 1월1일부터 1월8일까지 일기 형식의 단편인데,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진행인데 그로테스크한 결말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 구조이다.

'악의의 얼굴'은 같은 반 친구 'S'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아이가 하교 길에 만난 정체불명의 여자를 따라 그녀의 낡은 집에서 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번째 단편의 마지막 결말을 읽으며 첫 번째 단편에서 일부 드러난 작가의 의도가 명확해졌다. 그는 이 단편집에서 아찔한 반전을 통해 '어둠'을 극대화하려 하고 꽤 성공적이다. 그런데, 그가 그리는 '어둠', '악의', '공포'와 이를 효과적으로 담아 내는 그릇으로 사용된 '뜻밖의 반전'과 '계산된 트릭'은 이러한 유형의 작품을 처음 접한다면 참신한 충격일 테지만, 다른 작가 다른 작품에서 이미 맛 본 입장에서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세계관과 스타일, 테크닉이란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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