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폐인 - 남자의 야생본능을 깨우는 캠핑 판타지
김산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지금 현재를 그대로 접어둔 채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 한 자락을 가슴 한 구석에 담고 살아간다. 얼추 나이가 든 남자들의 경우 대개 그 떠남의 방향이 자연을 향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 흘러간 유행가와 같던 캠핑이 요즘 다시 떠오르고 있다.

나 역시 여행, 특히 정처없이 떠도는 방랑 같은 여행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들에 얽매인 몸이라 대형서점 여행 코너에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담이나 뒤적이게 고작이다. 그러고 보니, 요 몇 년 사이 무수히 많은 여행담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진과 일러스트와 문자가 적당하게 섞인 천편일률적인 책 구성, 이국의 정경을 바라보는 비슷비슷한 감성, 동일하게 반복되는 예측가능한 에피소드들이 소개되는 그런 책들 말이다.

이 책도 일견 보기에는 여행을 담은 다른 책들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깔끔한 표지와 알맞은 책 두께, 사진과 글의 비율도 어느 한 쪽으로 몰리지 않고 적당하다. 그런데, 이 책을 조금만 더 유심히 보면 다른 여행 에세이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지리산을 넘어온 하현달이 강물의 여윈 몸통을 비췄다. 강물이 몸을 뒤집을 때마다 허연 비늘이 번쩍거렸다. 물 속에서는 강물을 거슬러 온 황어가 느닷없이 펄쩍거리며 봄이 강의 깊은 곳으로도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일러줬다"

어느 봄날 밤, 섬진강 이름 모를 강변 텐트 속에서 오랜 벗들과 같이 봄을 맞이하는 정경을 묘사한 부분이다. 지은이는 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여러 신문, 잡지사에서 여행전문 기자로 일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글은 어설픈 아마추어의 솜씨가 아니다.

이 책은 지독하게 이곳저곳 세상을 두루 떠돌았던 지은이가 특히 캠핑에 초점을 맞추어 그 매력을 사진과 글로 풀어낸 포토 에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를 하나의 장으로 구분하고 강원도에서부터 제주도까지 종횡무진 아름다운 자연을 누비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묘사와 함께 자기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 놓는다. 참으로 즐거운 책 읽기 시간을 선사해준 책이다.

남자는 캠핑장에 도착한 순간 깨어나고 자신의 DNA에 숨겨져 있던 야생의 본능이 살아난다고 지은이는 말하지만, 캠핑을 마초의 문화로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년의 남자들이 캠핑에서 추구하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의 생존투쟁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은 순수한 로망, 스스로 자연이 되고 싶은 열망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