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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증보판 ㅣ 고독한 미식가 1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0년 5월
평점 :
'이노가시라 고로'라는 남자는 외국에서 잡화를 수입하는 무역업자이지만 따로 매장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섣불리 점포를 얻었다가는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삶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중년의 나이임에도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자기 몸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주인공 '고로'는 직업상 이유로 거의 날마다 낯선 곳을 떠돈다. 허기를 느끼면 홀로 음식점을 찾는다. 이 작품에 실린 18개의 이야기는 그가 일부러 찾아 갔거나 우연히 들른 음식점과 요리에 대한 것이다. 아주 유명한 음식점이나 대단한 요리가 소개되기 보다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점과 요리는 대개 일본 고유의 맛을 내 놓는 오래되고 소박한 곳이다.
'고로'는 '먹는 것'에 대해서만은 유별난 집착을 보인다.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맛 집들을 찾아 헤매고, 원하는 음식을 먹고 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아마도 그에게는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위안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않고, 무언가 결핍된 상태에 있는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허기를 메워갈 때, 그는 언제나 자유를 느꼈을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고독하게 혼자 무언가를 먹을 때, 주인공은 자유로웠다. 그에게 '미식'은 아니, 먹는다는 행위 자체는 단순하고도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그의 고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요리에서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기상천외한 요리 레시피 같은 것도 없고 음식점에 얽힌 극적인 사연도 없을 뿐더러 주인공의 이력에 대한 묘사도 거의 없다. 작위적인 줄거리 전개가 극도로 절제되어 있으므로 다소 심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중년 독신남의 내면 풍경과 일본이라는 나라의 일상의 묘사가 볼만 했다.
그리고, 진정한 미식이란 요란하고, 희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음식을 먹고, 그들에게 보편적인 것이 자신에게는 독특한 것으로 남는 그 깊고 오래된 맛을 기억에 새기고 그 기억을 더듬는 행위라는 작가의 메시지도 좋았다.
무엇보다 원작에는 없지만 국내 번역판에는 있는 '특별부록'은 출판사의 특별한 성의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