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탐정형 탐정이 등장하는 코지 미스터리

인형, 탐정이 되다 ㅣ 인형 탐정 시리즈 1
아비코 타케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시작으로 일본 신본격 추리소설에 대하여 처음 흥미를 가졌을 무렵,  그와 함께 활동한 쿄토대학 추리소설 연구회 멤버들의 몇 몇 이름도 알게 되었다. '노리츠키 린타로'와 '아비코 타케마루', '오노 후유미' 등인데, 이들이 추구하는 신본격 미스터리의 지향점이 당시 나의 취향과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이들의 소설이 국내에 빨리 소개되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아비코 타케마루는 '살육에 이르는 병'이란 괴작으로 첫 인사치고는 아주 강한 임팩트를 주었다.

그런데, 그의 후속 작품은 '미륵의 손바닥'외에 한참동안 잠잠하더니 '인형탐정 시리즈'라는 소프트한 코지 미스터리 시리즈물이 나왔다. 본격 미스터리 대표작들을 먼저 만나고 싶은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그의 이름을 믿어 보기로 했다.

이 시리즈의 탐정은 놀랍게도 '요시오'라는 복화술사가 조종하는 '마리오'라는 이름의 인형이다. 생명체가 아닌 인형이 탐정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은 요시오라는 천재적인 인물이 지닌 신체상의 비밀로서 독자들에게 충분한 납득이 되도록 설명되어진다.

모두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거창한 사건보다는 귀여운 유치원 교사 '오무츠'와 복화술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평상시에는 숫기없는 총각인 '요시오' 그리고, 영리하지만 뽐내기 좋아하는 건방진 꼬마 '마리오'를 둘러 싼 일상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일상의 미스터리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또한 탐정 역할을 하는 '마리오'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형이다.

첫 번째 단편인 '인형은 코타츠에서 추리한다'는 유치원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오무츠'와 '요시오'가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장면과 유치원 토끼 사육장이 난잡하게 어지럽혀진 이유와 참혹하게 발견된 토끼의 시체에 얽힌 의문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인형은 텐트에서 추리한다'는 지은이가 아껴 두었던 트릭을 사용했다고 하는 일종의 밀실 살인사건인데 나름 괜찮은 착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형은 극장에서 추리한다'는 지은이가 대학에 입학한 해에 처음 쓴 작품을 시리즈에 맞게 캐릭터를 바꾸고 약간 손을 본 작품이라고 한다. 전편에 이어 미모의  여성 복화술사 '하루카'와 베레모를 쓰고 다니는 '오다기리' 경부도 다시 등장한다. 마지막 단편 '인형을 잃어버린 복화술사'는 TV방송에 출연한 요시오가 대기실에 둔 가방이 사라지고 마리오는 누군가에 의해 무참하게 부서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마리오를 살려 내기 위해 요시오와 오무츠는 힘을 합친다.

부담없이 술술 읽히는 코지 미스터리의 전형이다. 캐릭터 설정이나 작품 분위기가 여러모로 '아카가와 지로'의 '얼룩고양이 홈즈'시리즈가 연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