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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을 부탁해
이시다 이라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시다 이라'는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근무하였고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광고회사라는 게 본시 크리에이트가 중요하고 또한, 어느 정도 문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문단에 데뷰하기 전에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던 이력을 가진 작가들이 드물지 않다. '오기하라 히로시'와 '오쿠다 히데오'도 광고회사 경력이 있는 작가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소설을 몇 편 읽다 보니, 저마다 작가적 개성은 달랐지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비슷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었다. 경쾌한 유머감각이 소설 전반에 은은하게 배여있다는 점과 세태묘사에 능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광고를 다루다 보니 언어를 감각적으로 조탁하는 훈련과 당대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눈을 자연스럽게 키웠던 점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언론사 취업을 준비하는 일곱 명의 대학생들의 일 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론사 입사시험이 '언론고시'라 불릴 정도로 입사가 어려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대학생들도 언론계 진출을 선망하는 학생들이 많고 그 열망에 비례한 만큼 취업도 어려운 모양이다. 작가는 이러한 세태에 착안하여 언론계 입사를 꿈꾸는 취업 준비생들이 처한 사회적, 정신적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들의 일상과 취업 준비과정을 소설이라는 구조 속에서 흥미롭게 녹여 내고 있다. 한국과는 같은 점이 많으면서도 다른 일본 대학생들의 취업과정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취업준비를 위한 그룹 스터디, 인턴생활, 입사희망 회사에 재직 중인 선배와의 미팅, 면접 과정 등 취업과 관련된 상황들이 현실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이야기는 대학 3학년생 '미즈코시 치하루'가 언론계 취업을 공동으로 준비하기 위해 결성한 취업 동아리 창립식에 참석하기 위해 평소에 잘 입지도 않는 스커트를 입고 약속 장소로 서둘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치하루는 매사에 낙천적이면서도 직선적인 성격이고, 그녀의 남자친구 '기쿠타 요시히로'는 동안에다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로 출판사나 신문사 입사가 목표이다. '사사키 에리코'는 타고난 미모에 외국어도 능통한 재원이고, '이누야마 노부코'는 여성지를 좋아하여 여성지 편집자를 지망하고 있다. 모임의 리더격인 '도미즈카 게이'는 명석하고 냉정한 기자 지망생이고, 까칠한 성격의 '구라모토 히로시'는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고야나기 신이치로'는 평소에는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일단 의견을 냈다 하면 주위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친구이다.
'전원 언론계 진출'이라는 목표로 모인 일곱 명의 청춘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희망은 다르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함께 분투한다. 일 년 동안 갖가지 사건들을 뒤로 하고 마침내 운명의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그들의 일부는 TV 방송국 아나운서, 신문사 기자,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 등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꿈을 이루지 못하여 실의에 빠진 친구도 생긴다.
"있잖아, 취직이라는 건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거야. 혹시 떨어진다 해도 그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서로 안 맞는다거나 운이 나빴던 거라고 생각하면 돼. 전혀 자책할 필요 없는 일이라고. 자꾸 여기저기 부딪쳐 보면서 자신하고 딱 맞는 곳을 만날 때까지 도전하면 되는 거야"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큰 일들 중의 하나인 '취업'이라는 관문 앞에 선 사람들에게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