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스 레인코트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할리우드에서 드라마 작가로 이름을 날리던 '로버트 크레이스'가 소설가로서 변신을 시도하여 1987년에 발표한 데뷰작으로 이후 열 세 편까지 이어지고 있는 '엘리스 콜'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지은이는 열 다섯되던 해 읽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에서 처음 글쓰기의 열망을 느끼고, '로스 맥도널드', '로버트 B 파커'와 같은 하드보일드 작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 소설도 기본적으로는 하드보일드적인 배경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하지만, 선배 작가들과 달리 그의 작품세계는 마치 소설의 배경이 되는 LA의 날씨를 방불케 하는 듯 어두운 구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이 가볍고 경쾌하다. 

엘비스는 스스로를 세계 최고의 탐정이라고 자화자찬하고, 탁월한 유머감각과 바람둥이 기질을 타고난  30대 중반의 사립탐정이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생과 사를 넘나든 경험이 있고 영춘권, 태극권, 태권도와 같은 동양무술로 몸과 정신을 수련한다. 그와 동시에 탐정 사무실을 온통 디즈니 캐릭터로 채울 정도로 피터팬 신드롬에 빠져 있기도 하다. 지은이는 MTV, 팝 음악, TV 시리즈 등과 같은 대중문화가 꽃피기 시작하던 80년대의 분위기를 '엘비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충실히 담아 내고 있다. 그러므로, 엘비스는 비록, 40년대 하드보일드 탐정식의 멋 부린 농담을 입에 달고는 있지만, 의뢰인이나 주변 인물과는 결코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 선배들과는 달리 의뢰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탐정 캐릭터이다.

결혼 후 온실 속의 화초처럼 가정만을 지켜 온 30대 후반의 '앨런'에게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아들인 '페리'를 학교에서 데리러 간 남편 '모트'가 페리와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다. 친구 '재닛'의 손에 이끌려 엘비스의 사무실에 찾아 온 앨런은 매사에 수동적이고 혼자서는 아무런 일도 처리하지 못하는 양 무기력하게 보인다. 엘비스는 영화 에이전트 일을 하는 '모트'에게 '킴벌리'라는 젊은 애인이 있다는 사실과 '개럿 라이스'라는 제작자의 이름을 듣고 사건조사를 시작한다.

며칠 후 '모트'가 자신의 차 안에서 총에 맞은 채 죽은 시체로 발견되고 '페리'의 행방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사건의 배경에 폭력조직의 마약과 관계가 있음이 점차 드러날 즈음, 앨런 마저도 납치를 당하고 만다. 엘비스는 그의 든든한 파트너 '조 파이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바탕 결전을 준비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계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앤소니 상, 매커비티 상, 에드가 상, 셰이머스 상 후보에 모두 오를 정도로 평단의 찬사와 아울러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도 함께 받았다고 한다. 이는 엘비스라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탐정이 등장한다는 점 이외에도 엘비스 못 지 않게 범상치 않는 캐릭터를 지닌 '조 파이크'와의 콤비 플레이가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 보다도 소설 저변에 깔려 있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스피디한 전개가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주요한 요인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새로운 탐정을 만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이다. 엘비스 탐정과의 첫 번째 조우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새로운 사건과 함께 다시 만날 그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