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12색 - 한국 젊은 작가 추리 단편집, 클래식 미스터리 클럽
신재형 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계간지 '미스테리'를 통해 발굴한 작가를 중심으로 등단 5년차 이하 신예들의 단편을 묶은 책이다. 미스터리 2008년 겨울호에 따르면 그 해 한국에서 출판된 추리소설은 모두 267편인데 그 중 국내 작가의 작품은 27편에 불과하다고 한다. 추리소설을 창작하는 작가 수도 얼마되지 않고, 이를 소비하는 독자층도 두텁지 않은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업이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 눈이 밝은 독자들은 이러한 단편 모음집에서 눈 여겨 볼 만한 작가들의 이름을 익혀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수록된 12편의 단편은 전반적으로 다소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준다. 아직까지는 잘 다듬어진 일본작가들의 수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들 중에 한국 추리문단의 비상을 이끌 작가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신재형'의 '그들의 시선'은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과학적 수사과정을 보여 주는 형사 캐릭터의 등장이 신선했지만, 매끄럽게 읽히는 문장이 아닌 점이 아쉽다. '박하익'의 '마지막 장난'은 다소 설익은 느낌은 주지만, 반전의 묘미를 잘 살렸고 여운이 남는 마무리가 좋았다. '곽재동'의 '안락사'는 소재와 플롯이 단편의 묘미를 잘 살렸지만, 착상과 기법이 웬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창희'의 '노동자 K씨의 죽음'은 당대의 사회적 이슈를 작품 소재로 끌고 온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손선영'의 '안구사'는 무협물에 추리적인 요소를 가미한 작품인데, 이러한 형식을 잘 살리면 일본에는 없는 한국적인 미스터리 장르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설성원'의 '글월비자'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추리물인데 소재에 비해 이야기 자체는 단조로웠다. '박현주'의 '지우개'는 일상 추리물인데, 작가의 경쾌하고 밝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이지선'의 '반 지하'는 호러풍이 가미되었고, '안정연'의 '의식은 시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추리물이기 보다 SF 판타지로 읽힌다. '배상열'의 '오타쿠', '김재성'의 '꿈꾸는 아이비', '김주동'의 '불안'은 그냥 평이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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