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지난 달, 큰 기대없이 읽었던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가 본격물의 공식을 따르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 나가는 짜임새 있는 구성이 꽤 괜찮아서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를 기억해 두었다. 그런데, 첫만남이 있고, 채 한 달도 되기 전에 이 소설이 나왔기에 주저없이 읽게 되었다.

작가는 식품회사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가, 2002년 한 출판사에서 개최한 신인 발굴 기획으로 데뷰하였다. 이 소설과 관련하여 그가 코멘트한 내용이 역자후기에 나오는데,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당사자 말고는 흥미가 없는 미스터리를 얼마나 소설답게 만들지 고민합니다. 경찰이라면 과학수사로 금방 해결할 수 있지만, 어떤 사정으로 경찰을 부를 수 없게 설정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만약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런 사건에 부딪힌다면... 사회정의의 실현보다 어떻게든 내 힘으로 그 일을 수습하려고 들 것 같거든요"


다른 작품은 몰라도 최소한 내가 읽은 두 소설은 이러한 작가의 말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책 속에 던져진 정보를 바탕으로 독자들은 자기 나름의 논리와 추리를 통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것에서 미스터리를 읽는 재미를 느낀다. 이 소설은 초입부만 보면 정통적인 도서추리물로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돌변하더니 스릴러 느낌을 주기도 하고 약하기 하지만 호러물 같은 맛도 풍긴다. 하지만, 작가는 끝까지 '본격물'이라는 끈을 놓지는 않는다. 

'나미키 나오토시'는 자신이 관계한 단체에서 동료들과 함께 몇 년간이나 돌봐 온 세 명의 여자를 죽이려는 결심을 한다. '확실하게 죽이고 절대로 잡히지 말자'고 다짐하며 철두철미한 완전범죄 계획을 수립하려던 차에, 생각지도 않았던 위기에 부딪힌다. 여자친구 '오쿠무라 아카네'가 마치 살인귀처럼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하여, 미처 준비도 갖추기 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날 밤 당장 살인을 실행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 봉착한다.

그녀는 왜 갑자기 그의 목숨을 노리게 되었는지? 또, 그는 왜 세 명을 살해하려고 하는지?
하룻밤 사이라는 한정된 시간 때문에 초를 다투는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독자들도 이 수수께끼를 푸는데 동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도 먼저 읽었던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에서 느꼈던 '동기'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증폭되어 다가왔다. 차라리, '관 시리즈'와 비현실적인 공간에서의 추리게임이 작품의 컨셉이라면 동기의 빈곤도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 소설과 같이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서 사회적인 이슈도 배경으로 깔고 있는 작품이라면 아무리 '본격물'쪽에 가까운 작품이라 하여도, 어느 정도는 동기에 대한 납득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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