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여자의 여행가방 - 내가 사랑한, 네가 사랑할 여행의 순간
이하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지은이는 대학 졸업 후 요즘 젊은 세대들이 선망하는 방송계로 진출하여 라디오 구성작가부터 시작하여 방송 리포터, 진행자로 활동하였다. 방송 일을 그만두고는 신문사에서 몇 개월 기자생활도 경험한 20대 후반의 여성이다. 케이블TV에서 영화프로그램도 진행하였다고 하니 미모도 아마 상당할 것이다.
이렇게 근사한 경력을 쌓아 가던 그녀에게 제2의 '성장통'이 닥친다. 그리하여, 정신이 번쩍 드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큐' 사인을 외치고 자신만의 'On-Air'에 스위치를 올린다. 그것이 바로 여행이었다. 지은이는 2년 동안 80여 비행시간을 기록하며 8개국 26개 도시를 여행하였다.
이 책은 이렇게 훌쩍 떠나 이방의 도시를 여행한 기록인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한 여성의 내밀한 일기장과도 같은 책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여행한 곳을 유럽, 터키, 이집트, 일본, 몽골 등 다섯 가지 파트로 나누어 책을 엮었다.
유럽은 누구나 한 번쯤은 거닐고 싶은 거리로 가득 찬, 혼자 떠돌기에도 비교적 안전한 여행자들의 로망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해마다 수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배낭에 저마다의 꿈을 가득 채워 떠난다. 지은이는 이름난 명소를 찾기도 하고 도시의 뒷골목을 헤매며 유럽을 가슴에 담아 나간다.
오랜 친구와 함께 떠난 터키와 이집트에서는 여행이라는 비일상적인 이벤트에 반드시 수반되는 불편함과 예상하지 못했던 트러블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이집트의 어느 현금인출기 앞에서의 아찔한 경험은 제3자가 그 상황을 상상하여도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가까이에 있어 훌쩍 떠날 수 있는 나라, 일본은 일견 우리 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아 여행하기가 만만하게 느껴지지만 결코 우리와 같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지은이는 그 곳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초원과 사막을 가로지르는 몽골에서의 여정에서 욕심을 버리는 법을 배웠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지은이에게 있어 여행의 순간은 치열하게 살았던 청춘의 기록이고, 끊임없이 질문하던 인생에 대한 해답이고, 자신의 존재를 매 순간 깨어 있게 한 진정한 삶의 순간이었으며, 기억을 추억으로 남게 해준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한다는 의미를 지은이가 쓴 글처럼 이처럼 거창하고 멋지게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모두는 누구나 여행을 꿈꾼다. 그리고, 저마다의 여행가방을 가슴 한 곳에 간직하며 살아간다.
'나의 여행가방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책을 덮으며 한참을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