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시크하게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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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쪽에서 일하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무협작가나 만화 스토리작가들이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컷으로 이어지는 영화작법에 익숙하고 스토리텔링에도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일곱 편의 무협소설을 발표한 작가이면서 몇 편의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이 소설은 마치 영화를 보고 난 듯한 느낌이 강했다. 이야기 흐름이 인물들의 끊임없는 행동 위주로 전개되어 단번에 읽히는 흡입력은 좋았다. 흔히, 감동보다는 재미위주 성향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입장료는 아깝지 않네!'라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도 한다는 이야기이다.

요 몇 년 엄청나게 쏟아졌던 일본 대중소설을 읽다 보면, 굳이 국내에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저급한 작품도 섞여 있지만, 다양한 소재를 다양한 기법으로 흥미롭게 엮어 가는 웰메이드 대중소설을 읽으면서 감탄할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도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은 국내 작가들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데,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한국의 출판시장 규모에 생각이 미치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소비 하듯 대중소설 한 권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이런 독자들이 많아야지 한국에도 대중소설이 뿌리를 내릴 것이다.

이 소설은 두 명의 형사가 등장하여 마약과 살인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 심플한 구조이다. 정통적인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약하고, 범죄소설로 보기에는 범죄자와 범죄에 대한 깊이가 약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형사 '정태석'은 '주먹이면 주먹, 감이면 감 어느 하나 절대로 남에게 뒤쳐지려 하지 않고,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이 한 번 찍으면 결코 놓치지 않는 한국적 형사상 그대로이다. 이러한 유형의 인물이 일반적인 한국 경찰의 실제 모습인지, 아니며 영상매체를 통해 정형화된 이미지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한국의 형사는 너무 거칠고, 남성 호르몬으로 충만한 마초적인 것이 미덕으로 받아 들여지는 듯하다. 정태석의 파트너 '유병철'의 캐릭터는 '조연급' 인물의 전형이라고 하면 그대로 이미지가 확 떠오르는 그런 인물이다.

이러한 식상한 캐릭터에, 별로 특별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가지고 독자들의 시선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끌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은 작가가 글쓰기에 있는 듯하다. 그는 글을 어렵지 않고 쉽게 쓰면서도 웬지 밉지 않는 유머러스한 글쓰기를 보여 준다. 그리고, 바로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영화적인 구성으로 스토리를 끌고 간다. 그다지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그 중에서 한 가지만 지적하면 경찰과 범죄라는 동일한 소재를 다루는 일본의 경찰소설들 가령, '요코하마 히데오'의 소설들이나 최근에 다시 나온 '오사마 아리마사'의 '신주쿠 상어 시리즈' 등에 비해 작품의 깊이나 밀도가 현저하게 약하다는 점이다. 물론, 경찰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일본의 중견작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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