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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뚱뚱한 몸매에 축 늘어진 얼굴로 한 손에는 시가를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위스키 잔을 든 채 자신을 '기담 수집가'로 소개하는 '에비스 하지메'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기묘한 모습을 가진 그의 조수 '히사카'는 기담을 찾지 위해 아래와 같이 광고를 낸다.
"기담을 구합니다! 직접 겪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에게 상당액의 보수를 드립니다. 다만 심사를 통과할 경우에 해당합니다"
신문에 실린 이 기묘한 광고를 보고 여섯 명의 사람이 찾아온다. 그들은 자신이 직접 겪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경험담을 에비스와 히사카에게 털어 놓는다.
'니토 하루키'는 자기의 그림자를 무서워 하는 아주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남자인데, 수 년간이나 그림자의 공포에 시달리던 그가 마침내, 자신의 그림자가 휘두른 칼에 찔리는 일을 당한다.
환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교수 '아라이 가즈오'는 학생 시절 우연히 발견한 골동품 가게에서 구입한 체경 속에서 나온 소녀와 사랑을 맹세한다.
유명한 샹송 가수 '시지마 미치'는 젊은 시절 파리에서의 만난 초능력을 지닌 마술사 '파트리스'의 예지능력으로 큰 사고를 모면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몽상가 '구사마 쓰토무'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탐정놀이에 몰두하던 중 마침 마을에서 발생한 여학생 납치사건의 범인과 마주치게 되는데 막다른 골목까지 쫓긴 범인이 감족같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다.
너무 평범하여 존재감이 희미한 여자 '스즈키 도모코'는 결혼 전 사시사철 장미가 만발한 대저택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멋진 귀공자에게서 거절할 수 없는 프로포즈를 받지만 맺어지지 못한다.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생 '다사키 다아키'는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나이코'란 아이를 따라 다니며 하룻밤 신기한 모험을 경험한다.
여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동일한 이야기 구조를 취하고 있다. 신문 광고를 본 인물들이 묘한 분위기의 '스트로베리 힐'을 찾아 가서는 에비스와 하지메에게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이 이야기에 에비스는 대단히 만족하지만 히사카는 그 기담의 헛점을 지적한다. 그리하여, 기담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사실은 단순한 사건이었을 뿐으로 결론지어진다.
'기담'이라는 타이틀을 내 걸고 있지만 이 연작단편은 도저히 이해 되지 않는 기묘한 일들이 탐정의 머리 속에서 차곡차곡 정리되어 명쾌하게 해결되는 '안락의자형 탐정'이 등장하는 미스터리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