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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천하의 경영자 - 상 - 진시황을 지배한 재상
차오성 지음, 강경이 옮김 / 바다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중국역사에 있어 진 제국 또는 진시황이 갖는 중요성은 오랫동안 분열되었던 중국을 통일하여 '황제' 제도와 군현제를 확립함으로써 이후 중국 왕조들의 기본틀을 형성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치적인 의미 뿐 아니라, 진 제국은 문자와 화폐와 도량형을 통일하고 심지어 수레의 바퀴 폭까지 통일함으로서 후대 중국문명에 끼친 영향이 실로 지대하였다.
그런데, 이 모든 진 제국의 업적 뒤에는 '이사'라는 뛰어난 인물이 있었다. 하지만, 사마천의 史記에 언급된 이사는 진시황의 권력을 등에 업고 대규모 토목공사로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분서갱유를 통해 사상을 탄압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진시황이 후대의 유학자 관료들에 의해 폭군으로 비판을 받았듯이 그의 충실한 재상 이사에게도 '간웅'의 이미지와 분서갱유를 일으킨 원흉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의 생애를 일면으로만 평가할 수 는 없을 것이다. 明대의 유명한 사상가 李贄는 史綱評要의 後秦紀에서, 이사에 대하여 '선악의 이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쉽게 판단하기 힘든 인물'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 책은 황제를 지배한 재상이라는 후대의 평가를 받은 이사의 일생을 픽션과 넌픽션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심지어는 저자 자신이 2000년 전으로 날아가 이사와 인터뷰를 시도하기도 하는 등 자유롭고 다양한 서술 방식을 통해 이사의 일생을 입체적으로 되살려 낸 역작이다. 지은이는 책의 서문에서 이사에게 단순한 포폄의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正史의 기재를 바탕으로 그가 살아 온 삶의 궤적들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 내었다고 밝히고 있다.
초나라의 곡식창고를 지키는 하급관리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사는 어느 날 '뒷간'의 생쥐와 '곳간'의 생쥐가 사는 꼴이 판이하게 다른 점을 발견하고는 '생쥐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어질고 어리석음도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결정 된다'는 큰 깨달음을 얻고는 전국시대에서 통일제국으로 가는 역사의 격동기에 몸을 던지게 된다.
또한, 이 책에는 이사를 둘러싼 다양한 군상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고향을 떠난 그의 첫 스승인 '순자',훗날 진시황이 되는 '영정', 진나라 장양왕의 재상이자 영정의 생부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여불위', 여불위의 첩이었다가 장양왕에게 바쳐져 태후에 오른 영정의 생모로 '조희', 이사와 같이 여불위의 식객이었다가 태후의 정부가 되어 막강한 권력을 키운 '노애', 그리고 순자의 문하에서 이사와 우정을 키운 '한비자' 등 역사책 속 활자로만 존재하였던 인물들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이 책은 2006년 봄 스물 아홉의 젊은 청년 '차오성'이 중국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1년여 동안 인터넷에 올린 글이 바탕이 되어 출판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백 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두 권으로 되어있는 책이 쉽게 쉽게 읽힌다. 마치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을 읽는 것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