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새겨진 남녀의 실루엣

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이 책에서 제기하는 명제는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는 것이다. 남녀간의 차이의 인정한다는 것은 '성역할론'으로 귀착되고 '차이'는 결국 '차별'로 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교양인이라면 이러한 남녀의 차이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회피한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는 도발적인 발언으로부터 시작한다.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 함께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재능이나 기술,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완전히 거짓말이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실증적으로 밝히는 연구는 한 때 '차별을 정당화하는 음모'라는 이데올로기적 공세로 인하여 한낱 호기심용 가십거리로 격하되었다. 그리고, 이런 격하의 틈새를 비집고 남녀의 차이는 사회화의 한 산물일 뿐이라는 사회적 조건화 주장이 득세하였다. 그리하여, 최근 100여 년 동안 남녀 차이에 대한 주도적 해석은 부모와 사회의 역할 기대가 남자와 여자에게 다르게 제공됨으로써 서로 다른 행동방식을 학습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회적 조건화에 입각한 설명이었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다'는 유명한 명제로 대표되는 관점이다.

그러나, 눈 부시게 발전한 뇌 생물학에 기반한 연구 결과들은 남녀 차이에 대한 문제를 다시 원점에서 부각시키고 있다. 뇌 과학자들은 남녀 차이를 '사회적 학습'에서 찾지 않고, 뇌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환원시켜 추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리하여 학자들은 뇌에 대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남녀의 차이에 대하여 보다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최근 확인된 뇌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뇌'의 차이에서 출발한 남녀의 차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즉, 뇌의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차이에서 남녀간의 차이가 연유한다는 대 명제를 바탕으로 남자와 여자의 내부에 흐르는 상이한 호르몬 과정이 어떻게 서로 다른 뇌를 형성하게 하는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 상이한 뇌로 말미암아 다르게 나타나는 남녀의 심리와 행동, 능력, 선호의 차이를 극명하게 대조시키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저자들이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렇게 분명한 남녀의 차이를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독자들의 의견은 물론 갈릴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이 교양서로는 보기 드물게 매우 흥미진진한 책이라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