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 사전 - 사마천의 생각수첩
김원중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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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史記'는 중국의 신화시대부터 漢 武帝때까지를 아우르는 역사서임과 동시에 위로는 황제부터 아래로는 시정의 촌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행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인간 드라마이기도 하다. '사기'의 전문가인 지은이는 총 130권 52만자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에서 300편의 어록을 뽑아 내어 이것이 나온 배경과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짚어 주고 있다. 주로, 황제의 기록인 '本紀'와 제후의 기록인 '世家' 그리고, 황제와 제후이외 중요한 인물들의 기록인 '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천여년전을 살다간 인물의 행적과 그들 사이에 얽히고 섥힌 恩怨의 인간관계를 되짚어보면 우리들에 던지는 시사점과 교훈이 적지 않다.

사마천은 '유방'과 천하를 다툰 '항우'를 황제의 반열에 올려 놓아 '본기'에서 기록하고 있다. '항우본기'는 빼어난 전기문학으로도 평가되는 수작이지만, 정작 항우라는 인물에 대한 사마천의 평가는 냉혹하다. 즉, 항우의 실패원인은 바로 항우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사마천의 기록은 아래와 같다.

"스스로 공로를 자랑하고 자신의 사사로운 지혜만을 앞세우며, 옛 것을 본받지 않고, 패왕의 공덕이라 말하면서 힘으로 천하를 정복하고 다스리려고 하다가, 5년 만에 결국 자신의 나라를 망하게 했으며, 몸은 東城에서 죽으면서도 여전히 깨닫지 못해서 자책하지 않았으니 과오인 것이다. 그러고도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 것이지, 병사를 잘 쓰지 못한 것은 죄가 아니다'라고 끌어 댔으니, 어찌 황당하지 않은가?"

또 한 명의 걸출한 영웅 '한신'은 훗날 반란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세가'에서 기록되지 않고 '열전'에서 다루어진다. 한신은 漢나라 개국의 공이 가장 많은 인물이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유방의 견제를 받는다. '회음후열전'에서 한신의 모사 '괴통'은 아래와 같은 말로 한신의 결단을 촉구한다.

"맹호라도 꾸물거리고 있으면 벌이나 전갈만 한 해도 끼치지 못하며, 준마라도 주춤거리면 노둔한 말의 느릿한 걸음만 못하며, 진나라 용사 맹분도 여우처럼 의심만 하고 있으면 보통 사람들이 일을 결행하는 것만 못하고, 순임금이나 우임금의 지혜가 있더라도 우물거리고 말하지 않으면 벙어리나 귀머거리가 손짓 발짓 하는 것만 못하다" 

'사기'는 정치가, 장군, 학자 뿐 아니라 상인이나 일반 민중들의 기록도 남기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유명한 상인들에 대한 기록인 '화식열전'에서 사마천은 '돈'이나 '재물'을 대하는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고 있는 명언을 남기고 있다.

"대체로 일반 백성들은 상대방의 재산이 자기보다 열 배 많으면 몸을 낮추고, 백 배 많으며 두려워하며, 천 배 많으면 그의 일을 해주고, 만 배 많으면 그의 하인이 된다"

지은이는 책의 서문에서 "삶의 조건이 가혹하고 어려울수록 생각은 깊어진다"고 하였다. 옛 사람들의 행적과 어록을 곱씹으며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인생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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