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이 작품은 제2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으로 성장소설이라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뛰어넘어 독특한 상상력으로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감독 '방은진'이 이 작품을 가르켜 "일찍이 이토록 잔인하고 유혹적인 성장소설을 본적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듯이 이 소설의 매력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청소년 문학이라는 데 있다. 한국 청소년문학은 작가가 자신의 청소년기를 회상하는 성장소설 관점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기존 청소년 문학의 외연을 한 단계 넓힐 만한 작품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청소년기의 악몽을 불온한 터치로 각색하고 있는 이 소설이 보여 주는 현실세계에 대한 섬뜩한 알레고리와 '잔혹동화'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이들의 문법을 교묘히 전복시키는 빼어난 솜씨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탓이 아니라 단지 거기 존재했을 뿐인데, 외로운 열 여섯 소년은 막다른 골목 끝에 몰려 있다.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불행한 일이 있은 후  아버지와 새어머니, 의붓 여동생과 함께 살게 된 소년은 계속되는 새어머니의 냉대에 힘들어 하던 중에 여동생을 추행했다는 누명까지 쓰게 되자 쫓기듯 집을 뛰쳐나온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들어 온 동네의 단골 빵집에서 소년은 놀라운 마법의 세계를 경험한다.
평범한 동네 빵집인 줄로만 알았던 그 곳이 실은 사람들의 주문에 따라 원하는 상대를 사랑에 빠뜨리게 한다거나 고통에 빠지게 하는 그런 마법의 빵이 만드는 곳이었던 것이다. 소년은 이 곳에 머물면서 자신의 욕망에 따라 마법의 힘을 마음대로 부리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여러가지 행태를 목격한다. 또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에게서 따끔한 충고를 얻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에게서는 느껴 본 적이 없었던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현실로 되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하나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 당신에게 숨을 곳이 있는가? 주인공 소년이 들어간 빵집과 같은 곳, 자신을 이끌어 줄 마법사 멘토와 따뜻하게 감싸 줄 파랑새 같은 소녀가 있는 바로 그런 곳 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을 되돌리는 데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모든 기억을 지우고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 때와 같은 선택을 한다면 동일한 고통을 다시 반복하여 겪어야 한다. 치명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소설전반을 지배하는 서늘한 분위기와 독특한 상상력으로 성인 독자들이 읽기에도 흥미로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