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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 속에서
조 월튼 지음, 김민혜 옮김 / 아작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 아이의 이야기다. 요정을 보고, 기숙학교에 다니고, SF를 즐겨 읽는 아이. 아이의 세계는 방대하다. <타인들 속에서>에는 '누가 이걸 다 읽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SF작품이 언급된다.
(물론 그 책들 중 하나도 읽지 않았더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도 읽어본 책은 두세 권 뿐이니까. 단지 주인공이 언급하는 책을 나도 읽어보고 싶어서 통장에 좀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현재가 아니다. 1970년대.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시대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가 있는 SF 소설들이 현재 우리에게도 유명한 작품이고, 한국에서도 손쉽게 번역본을 구할 수 있는 작품이니 통장에 문제가 좀 생기는 것쯤은... 나는 감수하기로 했다.
가까운 과거. 주인공의 현재. 주인공은 일란성 쌍둥이를 잃는 일을 겪는다. 경미한 스포일러지만, 이 정도는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어쩌면 미래에도 똑같이 생겼을 가능성을 지닌 상대를 잃어버리면서 주인공은 자신이 반쪽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장기에 들어서, 주인공은 서서히 자신으로 완성되는 여러 가지 사건을 겪는다.
새 친구들을 만나고, 설레는 사람을 만나고, 새 친척들을 만난다. 그러나 주인공은 순간순간 인식한다. 이 모든 만남이 '쌍둥이의 죽음' 때문에 생겼다는 것.
그리고 그 '잃음'의 원인이 자신의 어머니인 마녀에게 있다는 것.
대부분의 동화에서, 마녀는 죽임을 당한다. '마녀의 딸'(혹은 '마녀는 싫어') 라는 동화책에서는 마녀의 수양딸인 소녀가 사실은 요정의 딸이었고, 요정의 힘을 빌어 마녀를 죽인다. 그렇게 동화에서는 요정과 마녀가 서로 다른 말을 한다. 다른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요정과 마녀가 같은 일을 하려고 한다면 어떨까?
나는 그 말을 따라야 하나? 혹은 거부해야 하나?
그리고 그 일이 너무나도 달콤한 동시에 위험한 일이라면?
이 책은 그런 이야기이다. 동화는 아니고 현대적이고 상식적인 말을 한다.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하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 그러나 요정과 마녀와 마법과 SF가 동시에 뛰노는 현대적인 배경에서 주인공은 동화 속보다 훨씬 힘겹고 독자가 보기에는 흥미로운 싸움을 한다.
누구나 겪게 되는 성장기의 혼란. 흔한 소재에 이 책은 마법의 세계와 SF의 즐거움을 덧입혔다.
당신이 동화와 SF 중 하나라도 사랑한다면/했다면 알 것이다.
'해보고 싶지 않아?'
그 말의 달콤한 유혹을.
이 책은 유혹을 기꺼이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컬러풀하고 때로는 힘들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쥔 손을 펴게 되는 이야기이다.
추상적으로 써서 미안하지만,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온전히 당신 것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많이 숨기고 썼다.
이정도면 당신도 유혹당했을까.
'해보고 싶지 않아?'
이 책을 읽는 일 말이다.
+별을 네 개만 준 것도. 당신이라면 다섯 개보다 네 개에 끌릴 것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