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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덱스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7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덱스터'는 미국 마이애미 경찰청 과학수사팀 소속의 혈흔 분석가이다. 겉으로 보이는 그의 신분은 틀림없는 '정의의 수호자'이지만, 그의 내면은 그가 쫓는 살인범과 다름이 없다. 그의 본 모습은 법으로는 심판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연쇄 살인범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잔혹하게 처단하는 또 다른 '연쇄 살인범'인 것이다. 그는 내면 깊숙한 곳 어딘가에 또아리를 틀고는 은밀하게 살인을 속삭이는 '검은 승객'의 요구를 도저히 거부하지 못한 채 보름달이 떠오르면 연쇄 살인범을 처단하기 위해 은밀한 외출을 떠나곤 한다.
작가는 '덱스터'라는 인물을 연쇄 살인범을 처단할 때에는 잔혹하고 빈틈을 찾을 수 없는 냉혈인간이지만, 평소에는 여동생과 애인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어수룩한 일상을 살아가는 캐릭터를 부여하였다. 그래서, 냉소적이고 지나치게 솔직하지만 탁월한 유머 감각도 겸비한 그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옹호하고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배우, 연출가, 가수, 작곡가, 방송 진행자 등 전방위 엔터테이너로서 재능을 발휘하더 '제프 린제이'는 실제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연구하고 소설의 배경이 된 마이애미 곳곳을 철저히 취재한 후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를 세상에 내어 놓는다. '덱스터'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는 곧 독자들의 열광과 찬사를 가져왔다. 이 소설은 '덱스터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고, 작가는 최소한 6편까지는 이 시리즈를 이어 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애인 '리타'와 엉겁결에 결혼을 앞두게 된 덱스터는 어느 때처럼 살인현장에서 혈흔을 채취하러 간다. 한 대학 캠퍼스에서 불에 타고 목이 없어진 끔찍한 시체 두 구가 발견된다. 현장의 잔혹성과 관계없이 평소처럼 즐겁게 작업을 마무리할 그 이지만,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다. '검은 승객'조차도 뭔가 음습한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꽁무니를 빼 버리고, 덱스터는 난생 처음 '검은 승객'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사건을 처리해야만 한다. 시시각각으로 닥쳐오는 위험에 대처하는 동시에 사라진 '검은 승객'의 행방까지 찾아야 하는 덱스터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시리즈物의 성패는 캐릭터의 매력이 얼마나 독자에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시리즈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독자들의 눈 앞에 선명하게 떠올려지는 법이다. 이 시리즈는 일단 '캐릭터의 독특함'이란 측면에서 1차적인 성공을 이루었지만, '덱스터'라는 인물을 어떻게 진화해 나갈 지가 성공의 열쇠가 된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1편과 2편을 이미 읽었다면 '덱스터'라는 캐릭터의 진화과정을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읽을 필요가 있다.
물론, 시리즈의 전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소설을 즐기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진부하게 그려질 수도 있는 '연쇄 살인마'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인 '안티 히어로'로 탈바꿈한 캐릭터의 힘과 시종 시니컬한 블랙유머가 넘치는 소설의 분위기가 요즘 독자들의 구미에 딱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