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 일상을 끝내고 퇴근을 위해 자동차로 갔더니, 자동차 와이퍼에 살인을 예고하는  메모지가 꽂혀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 쪽지를 경찰에 가져가지 않아서 그자들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내퍼 군 어딘가에 있는 학교의 사랑스러운 금발머리 여선생을 살해하겠다. 이걸 경찰서에 가져간다면, 여선생 대신 자선 활동을 하는 할망구를 살해할 것이다. 결정할 수 있도록 여섯 시간을 주마. 선택은 네 몫이다"

월요일 밤, '빌리'라는 이름의 한 남자에게 이러한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그는 바텐더를 직업으로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이다. 장난처럼 보이는 메모지를 경찰서로 가져가는 대신에 그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란 '래니'라는 경찰관을 찾아가서 메모를 보여 주지만, 누군가의 장난으로 여기고 만다. 그런데, 이튿날 저녁, 빌리는 또 다시 어제와 같은 메모지를 발견한다. 이번에는 경찰에 전달하지 않으면 미혼의 남자를 죽이고, 전달하면 아이 둘이 잇는 젊은 엄마를 살해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 그를 찾아 온 래니에게서 금발머리의 한 여교사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공포와 당혹감에 휩싸인 빌리는 당장 메모지를 경찰서에 가져 갈려고 하지만, 어제 빌리가 가져 온 메모를 대수롭지 않게 처리한 래니는 이로 인해 자신이 곤란한 처지에 빠질지도 모르니 시간을 약간만 달라고 부탁한다. 친형과도 같은 관계인 래니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어 빌리는 래니가 먼저 그의 상관에게 잘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경찰서로 가는 시간을 조금 늦추기로 한다. 그러나, 그 시간 이후 빌리에게 엄청난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그는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게 된다.

'딘 쿤츠'는 평범한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악몽과도 같은 현실에 부딪힌다는 설정으로 이른바 '평범한 남자 3부작'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2006년에 발표한 이 소설을 필두로 '남편'(모중석 스릴러클럽 6번으로 소개), 'The Good Guy'(국내 미출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은 'Velocity'라는 제목에 걸맞게 쉴새없이 몰아치는 속도감이 일품이다. 월요일 저녁부터 목요일 자정까지라는 길지 않는 시간 동안, 살인마의 희생자 후보를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는 딜레마에서 발생하는 갈등, 도저히 그 정체를 짐작할 수 없지만 반대로 살인마는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데서 오는 공포, 살인마의 압도적인 폭력에 무너지고 어느새 그가 쳐 놓은 함정에도 빠져 버린 자신의 처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닥친 아찔한 위기 등 평범한 남자에게 닥친 악몽의 순간 순간을 작가는 시종 폭발적인 전개와 속도감으로 몰고 간다.

스릴러를 즐겨 보는 독자라면 초반부에서 '적'의 정체와 이야기의 흐름을 대략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이 소설이 정형적인 스릴러의 흐름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스릴러도 스릴러 나름이듯이 이 소설은 '딘 쿤츠'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수작으로 평가하고 싶다. 무엇보다 끝까지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몰입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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