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시대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 - 나누시 후계자, 진실한 혹은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소연 옮김 / 가야북스 / 2008년 9월

"하타케나카 메구미"는 에도 시대의 한 약재상을 배경으로 한 "샤바케"로 한국에 알려진 작가이다. 그런데, 이 소설도 역시 에도 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았다. "에도 간다의 이름 높은 '나누시'인 다카하시 소에몬의 아들 마노스께는 본래 평판이 좋은 젊은이였다"고 주인공을 소개하면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시간적 배경만 에도 시대일 뿐 이야기의 구조는 전형적인 일상 미스터리 공식을 따른다. 즉,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가벼운 수수께끼같은 사건들을 시종 유머스럽게 풀어 놓고 있다. 그래서, 부담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고, 읽고 난 후에도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기거나 하지 않은 점이 좋다. 이 점은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가령 모든 작품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미유베 미유키"나 "기리노 나쓰오"의 미스터리는 책을 읽은 후에 여운이 오래 가는 편이다. 이는 인물과의 감정이입일 수도 있고, 묘사의 치열함에서 연유할 수도 있다.

'나누시'는 에도 시대 소 규모 촌락을 다스리는 대개 세습직인 지방관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 마노스께가 "세이지로"와 "요시고로" 두 친구와 함께 때로는 티격태격하면서도 "나누시"인 아버지를 대리하여 몇 가지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이지로"는 얼굴 생김새가 시원시원한 미남인데다 태도도 부드럽고 언변도 좋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젊은이이고, "요시고로"는 융통성이 부족하고 고지식한 젊은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도장에서 알게 된 소꼽동무로 세이지로가 여자문제로 소동을 일으키거나, 요시고로가 바보처럼 딱딱한 성격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도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 온 사이이다.

이들이 해결하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가씨로부터 느닷없이 뱃속에 든 아이의 아버지로 지목당한 "마노스케"가 아이의 진짜 애 아버지를 찾아 주는 사건, 남의 집 감을 따먹다가 얼떨결에 한 가족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이야기, 잎을 감상하는 풀의 일종인 "만년청"을 서로 자기 것이라 우기며 다투는 사건에서 진짜 주인을 찾는 에피소드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그리고, 책 속에서 몇 번이나 반복되는 "본래 평판이 좋은 젊은이였으나 열 여섯살이 되며 고지식하고 근면하던 부분을 잃어버리고 매우 태평스러운 젊은이가 되어 버린" 주인공 "마노쓰께"의 개인적인 비밀이 사건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은 그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마치 성장소설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