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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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지"는 1926년 "에도가와 란포"의 권유로 출판사 편집자로 시작하다, 1932년부터는 전업작가의 길을 걷는다. 2차대전후 추리소설 전문지 "보석"에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 등장하는 "혼징 살인사건"을 발표한 후 "옥문도" 등 잇달아 걸작을 발표하면서 전후 일본 추리소설의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를 한 작가이다. 그는 수수께기 풀이와 논리적인 해결을 중시하는 영미 고전 추리소설 황금기 대가들의 작풍을 그대로 받아들이되, 소설의 배경과 이야기는 일본화하여 후배작가들에 의해 일본 본격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방직업으로 자수성가한 대재벌 "이누가미 사헤"는 기묘한 유언장을 남기고 사망한다. 그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는 대신에, 세 명의 첩에게서 "마츠코", "다케코", "우메코"라는 세 명의 딸을 얻고, 늘그막에 접어들어서 또 다른 여자와 사이에 "시즈마"라는 아들을 두었다. 그런데, 그가 남긴 유언장은 자신이 젊은 시절에 은혜를 입었다는 "노노미야"라는 인물의 손녀인 "다마요"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다마요가 세 명의 외손자 중 한 명을 선택하여 결혼을 하면 그 부부가 모든 유산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얼굴을 다쳐 기묘한 가면을 쓰고 돌아오는 바람에 과연 진짜 그인지 의심이 가는 "스케키요" 오만불손하고 의뭉스러운 인물인 "스케타케" 그리고, 다마요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스케토모" 그리고, 범접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소유한 "다마요"가 기괴한 유언장으로 인해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되고, 유언장을 집행하는 변호사의 요청으로 처음부터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 "긴다이치"는 불가사이 하게만 보이던 사건의 전모를 남김없이 파 헤친다.

이 소설에는 이들 뿐 아니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청년 "이누가미 사헤", "노노미야 다이니"와 그의 부인 "하루요", 사헤의 사랑을 받았던 여인 "아오노마 기쿠노"와 그녀의 아들 "시즈마", "다마요"를 여신처럼 숭배하는 하인 "사루조"가 그 들이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인물은 아버지 "사헤"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하고 이복자매들과 질투와 경쟁심으로 자라온 세 명의 딸들이다. 그녀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증오하지만 때로 공동의 적 앞에서는 힘을 합치기도 한다.

1951년 발표된 이 소설은 1976년에 "이치가와 곤" 감독이 영화화하여 그 해 일본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리는 등 세 번이나 영화화되고 다섯 번이나 드라마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고 소설로는 무려 1,800만 부가 팔려 나가는 대기록이 세워졌다고 한다. 이는 이야기 자체가 그 만큼 재미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작가와 작품 선택 면에서 시류를 따르지 않고 "요코미조 세이지"와 그의 대표작을 선택한 안목도 훌륭하고, 책의 만듦새나 해설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여러모로 훌륭한 선물이었다.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까지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하여도 뿌듯해지는 사람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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