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함께 보는 조용헌의 담화 談畵
조용헌 지음, 이보름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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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조용헌은 한 신문사의 기명 칼럼으로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대학시절 등산을 취미로 즐기다가 산 속의 절을 찾게 되었고, 절을 자주 다니다 보니 스님들과도 가까워졌고, 스님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간혹 사주를 기가 막히게 맞추는 스님들에게서 신기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호기심이 그를 동양학의 세계로 이끌어 대학원에서 불교를 전공한 후 현재 대학교수이자 사주 명리학 연구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공식적인 명함과 함께 그는 국내에서 누구보다도 재야에 숨어있는 기인·처사들을 많이 알고 있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의 글 머리에서 지은이는 독자들과 "건강한 사유와 건강한 세상살이의 조화"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밝혔다. 새로 쓴 글이 아니라,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이미 발표되었던 글들을 묶었기 때문에 일부 중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지은이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말하고자 핵심은 첫 번째 글인 "풍찬노숙의 강호동양학을 위하여"에 잘 나타나 있다. "風餐露宿"이란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잔다는 뜻으로 객지에서 겪는 많은 고생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고 "江湖 東洋學"은 대학 강단에서 통용되는 학문적 의미의 동양학이 아니라 변두리 낡은 건물 벽에 붙어 있는 "동양철학관" 간판에서 연상되는 그런 동양학이다.
한국 전통사회의 급격한 서구화 영향으로 "사주"나 "풍수"를 미신으로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회의 통념에서 본다면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하겠지만, 지은이는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인 사주, 풍수, 한의학에 대하여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강호동양학을 연구하고 세상에 소개하는 자신의 작업에 대하여도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주, 풍수, 한의학 등 강호파의 3대 과목이 天地人 三才思想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사주"는 天時를 알기 위해 고민하였던 한자 문화권의 천재들이 내놓은 이론 체계이다. 천시란 타이밍을 의미하는데 가령, '언제 인생의 승부를 해야 하는가?' '내 인생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등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직면하는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주명리학이 탄생하였다. 사주가 시간이라면 풍수는 공간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환경과 인간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극도로 축소한 것이 풍수이다. 마지막으로 한의학은 존재의 문제이다. 존재를 압축하면 인간의 몸이 되는데, 이러한 인체라는 소우주에 대하여 천작하는 것이 한의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지은이의 필력 때문에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읽힌다. 지은이가 소개하는 강호동양학의 세계가 황당하여 전혀 공감이 와 닿지 않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문장자체가 매끄럽고 흥미가 동하는 내용이 많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주목받는 신예 동양화가가 그렸다는 삽화는 물론이거니와 표지 디자인도 우아하고 책 종이 질도 고급스러워 "책" 자체의 품질도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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