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자살 클럽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전봉관은 국문학자이다. 그는 근대문학을 공부하다가 식민지 시대의 문화 전반에 대한 연구로 그 범위를 넓혀 2005년에 "황금광 시대"를 출간하여 1930년대 식민지 조선 사회에 불어 닥친 "골드러시" 현상을 통해 투기와 욕망의 사회사를 조망하여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힘입어 2006년 "경성기담", 2007년 "럭키 경성"등을 잇달아 내 놓았다. 그의 저작들은 이른바 "경성시대"를 재조명하는 여러 가지 작업들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럭키경성" 출간 후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경성 5부작"을 구상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 책은 1920~1930년대 조선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10개의 자살 사건을 재구성하였다. 대부분 비극의 주인공은 여성들이다. 살인과 자살로 막을 내린 국제 삼각연애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가 하면, 시어머니의 학대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잃고 불온한 시대의 한계에 가로막혀 죽음으로 내몰리기도 하고, 여성예술가로 이름을 날리지만 한 남자와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진다. 또한, 남편의 출세를 위해 독약을 마시고, 애인에게 버림받고 양잿물을 들이키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다 학교 뒷 산에서 목을 메고, 영원한 사랑을 위해 질주하는 열차에 몸을 날리는 것도 여성이었다. 자살을 선택한 대다수의 여성은 사랑에 배신 당하고, 버림받고, 학대 당하였다. 이는 조혼과 자유연애가 중첩되어 존재하던 그 시절에, 구식 여성은 자유연애를 꿈꾸는 남편에게 버림을 받기가 비일비재하였고, 신여성은 신여성대로 구시대 인습의 사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로 말미암아 같은 자유연애라도 여성에게 적용되는 추문의 잣대는 더욱 가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여성의 삶은 대부분 불우했다. 조선 사회의 외모는 "신식"을 받아들였으나 내면은 여전히 "구식"인 까닭이었다. 사회생활에 성공한 여성은 가정생활에 실패했고, 가정생활에 성공한 여성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신여성의 삶은 가정과 사회,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절반의 실패"가 예정된 삶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고학 여학생의 집단 따돌림 자살사건이었다. 이화여전 학생이 학교 뒷산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 자살한 사건의 원인을 언론이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가 막힌 사실들이 밝혀진다. 기숙사에서 발생한 도난사건과 의심을 받는 학생을 향한 동료들의 집단 따돌림이 있었고, 비교육적인 발언으로 어쩌면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일조한 사람은 유명한 시인이었다. 그리고, 숨을 거두기 전에 발견되었음에도 "징그럽다"는 이유로 나무에 매달린 그녀를 그대로 두었다는 소문에 이르러서는 엽기적이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사의 찬미로 유명한 윤심덕과 김우진의 현해탄 정사에 대한 뒷 이야기도 흥미있었는데, 특히1926년 8월6일자 동아일보에 기사를 인용문은 스릴러 소설보다도 더 섬뜩하였다.
윤심덕이 토월회의 화형 여배우로 있을 때 상대역이었던 이백수에게 종종 무심코 말을 던졌다.
"세상 남자들은 모두 악마 같다. 나는 언젠가 한 몸은 죽이고 죽는다. 그러나 그 죽이는 놈은 아주 천진스럽고 죄없는 지순한 남자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Ǹ�
    from �˵� 2009-05-21 11:10 
    ���ڿ� ����� ���鼭 ������� �� �Ѹ��� ����� ���ɴ��� ��������. ���ɴ��� ��ҿ� '���� ���ڵ��� ��� �Ǹ� ����. ���� ������ �� ���� ���̰� �״´١��� �ߴٴ� ����, ���ڿ� ���� ��翡�� ���� ���ѱ������� �¾ �ΰ� ���� ���� �Ǹ���� �Բ��ߴ� �ð��� �����ϸ� ��ĥ �� ���١��� ���� ���ÿ� �